최근 2~3개월 내에 열린 공연 프레스콜을 되돌아봤다.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황태자 루돌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연극 '프랑켄슈타인' 등 대형 라이선스 공연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 안에서 창작 공연들 또한 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뮤지컬 '완전보험주식회사', '온조', '정글라이프', '국화꽃향기', '그날들', '셜록홈즈: 앤더슨가의 비밀', 연극 '여보 나도 할말있어', '월남스키부대', '뜨거운 여름', 음악극 '유럽블로그' 등의 프레스콜이 열렸고, 앞으로 개막을 앞둔 창작 공연들도 있다. 수많은 공연 프레스콜에 참석해왔지만 몇 년 전과 비교해 창작 공연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확실히 느껴진다.
하지만 아직 힘든 상황에서 창작 공연이 어렵게 만들어지고 있다는 건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공연 관계자들은 "어느 정도 흥행성이 보장돼 투자의 손길이 보다 원활하게 이어지는 대형 라이선스 공연과 달리, 창작 공연의 경우 특히 처음으로 무대에 올라갈 때 투자와 관심을 받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그래서 공연이 무대에 오르기도 전에 무산되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창작 공연들의 조용한 반란이 기대되는 건 점점 커지고 있는 관객들의 관심 때문이다. 대형 라이선스 공연이 공연 시장의 대부분을 점령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창작 공연들이 펼치고 있는 활약은 티켓 판매 순위에서도 엿볼 수 있다.
티켓 예매 사이트를 살펴보면 대형 라이선스 공연이 주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뮤지컬 '그날들'과 '빨래', 음악극 '유럽블로그'와 연극 '월남스키부대', '뜨거운 여름' 등 또한 상위권에 자리하며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그리고 공연 제작사들 또한 창작 공연이 지닌 가능성에 점점 주목하고 있다. 김수로가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는 김수로프로젝트의 경우 프로젝트 1탄 연극 '발칙한 로맨스'를 시작으로 2탄 '커피프린스 1호점', 3탄 '블랙메리포핀스', 4탄 '이기동체육관' 등 창작 공연을 계속해서 만들어 왔다. 올해엔 음악극 '유럽블로그'를 선보이고 있고, 프로젝트 10탄인 '발레선수'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 두 공연도 모두 창작 공연이다. 김수로는 "관객과 스태프의 의견을 모아 점점 나아지는 게 보이는 창작 공연을 보면 즐겁다"며 창작 공연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인 바 있다.
공연 제작사 샘컴퍼니도 올해 창작 뮤지컬 '완전보험주식회사'를 광뮤지컬컴퍼니와 공동 제작하며 창작 공연에 대한 애정과 제작 표부를 밝혔다. 김미혜 샘컴퍼니 대표는 "창작 뮤지컬은 진통을 가지고 만든다. 그 과정이 쉽진 않지만 라이선스 공연에서 느낄 수 없는 재미가 있고 한국 관객들이 더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풍부하다. 앞으로도 샘컴퍼니는 창작 공연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일 것이다"라고 계획을 전했고, 최재광 광뮤지컬컴퍼니 대표는 "좋은 창작 뮤지컬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여러 번 실패와 좌절을 겪었지만 앞으로도 더 좋은 창작 공연을 만들 것이라는 목표는 여전하다"고 밝혔다.
김면수 엠에스뮤지컬컴퍼니 대표도 비슷한 말을 전했다. 올해 창작 뮤지컬 '온조'를 선보인 김 대표는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창작 공연을 만들 것이다. 창작 공연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창작 공연에 대한 애정과 당부를 건넸다.
관객과 공연 제작사 모두 창작 공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날들'의 경우 흥행성에서도 성공을 거뒀다. 유명한 라이선스 공연도 좋지만, 이제 계속해서 똑같은 공연의 재연을 맞이하는 것보다 우리 이야기를 담은 신선한 새 창작 공연이 계속해서 발굴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어느 한 쪽만의 관심이 아니라 관객, 공연 제작사, 투자자 등이 창작 공연에 대한 단발성이 아닌 지속적인 애정과 관심을 보여야 할 것이다. 몇 년 뒤엔 공연 시장의 판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