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의 40년 건축 행보를 살펴볼 수 있는 '건축 이전의 건축, 공동성'이 출간됐다.
저자는 한국 건축계의 중심에서 날 선 독설과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작가주의가 만연한 한국 건축계에 일침을 가하고, 건축기본법,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 등을 비롯한 법·제도·정책 개선에 기여했으며,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 대한건축학회 부회장, 한국건축학교육협의외 회장 등을 역임했다.
이 책은 저자가 지난 40여 년 간 한국 건축계를 몸소 겪으며 생각하고 가르치고 토론하며 지어온 건축이론 전체를 담았다. 총 7개의 장으로 이뤄져 있는데, 건축의 근본적인 의미부터 지금의 한국 현대건축에 이르는 저자의 넓은 스펙트럼을 엿볼 수 있다.
저자가 지니고 있는 건축에 대한 본질적 동기를 담은 '공동성의 건축'에서 출발해 '건축 이전의 건축', 즉 인간과 사회에 공통으로 내재돼 있는 건축적 감각을 말하며 근본적 의미를 되짚는다. '오늘의 건축을 생각하는 눈'에서는 도시를 이루고 있는 주거, 도시한옥, 풍경을 바라보며 현실 속 건축을 성찰한다.
'의심해야 할 건축의 논점들'에서는 건축 안에서 일종의 유행 혹은 이미지로 등장해 본질을 흐리고 허상을 양산하고 있는 키워드를 짚어본다. '우리는 근대건축을 어떻게 물었는가?'에서는 한국 현대건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근현대건축의 주요 지점을 짚었다.
'건축의 공공성은 사회를 위한 것'은 건축설계산업과 제도, 정책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하며 건축의 사회적 역할을 다하기 위한 사회 기본 시스템을 점검한다. '건축가가 자기 자리를 얻으려면'에서는 분파와 배제로 인해 사회 안에서 축소될 수 밖에 없는 건축가의 역할과 위상을 되찾기 위한 방편을 제시한다.
마지막 장인 '건축교육은 건축의 미래'에서는 건축가가 되고 싶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제도권교육의 시스템뿐만 아니라 건축을 알고 싶은, 배우고 싶은 모든 이들을 위해 기초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김인철 서울건축포럼 의장은 "김광현 교수의 책 '건축 이전의 건축, 공동성'은 이론과 담론이 보이지 않던 시대를 살아온 우리의 자화상을 담았다. 그가 짚어나간 하나하나의 항목들은 감출 수 없는 한국 현대건축의 사실이며 반성문"이라며 "그의 지적에 불편해질 수도, 불쾌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서로 함께 해야 한다며 희망의 소리를 힘주어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축 이전의 건축, 공동성'이 다루는 논의의 범위는 단순히 건축적 형상, 건축물의 생산 자체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와 사람과의 관계 안에서 건축의 태도와 역할을 살펴보고 다시금 고민하며 일깨우게 한다. 가격 2만8000원, 432쪽, 공간서가 펴냄, 문의 02-396-3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