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10월 ‘갤럭시 기어’를 발표하는 프라나브 미스트리(사진: 인터넷)
2012년 삼성전자 합류한 인도 출신 천재 디지니어
디지털 기기와 현실세계 상호 작용하는 ‘식스센스’로 TED서 주목
2013년 ‘갤럭시 기어’ 발표…2014년 ‘프로젝트 비욘드’ 발표
싱크탱크, 실리콘밸리 창의적 인재 모인 삼성전자 미래연구소
▲가상현실용 3D 카메라 '프로젝트 비욘드'(사진 제공: 삼성전자)
지난 12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모스코니 센터 서관에서 열린 ‘삼성 개발자 회의 2014’에서 삼성전자 싱크탱크팀의 책임자 ‘프라나브 미스트리’ 부사장은 16개의 풀HD 카메라가 결합된 원반형의 전방위 3D 카메라 ‘프로젝트 비욘드’의 시제품을 전격 공개했다.
엔가젯, 더버지, 안드로이드센트럴, 테크레이다 등 주요 IT매체들은 누구나 손쉽게 가상현실 컨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 돕는 혁신적인 기기에 대해 “비디오 화면이 아직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성공적인 가상현실 몰입 경험을 제공한다”고 호평했다.
국내 소비자들도 호평과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주요 IT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정말 대박제품이다” “활용성이 무궁무진할 것 같다” “나오면 무조건 사고 싶다” “SF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조만간 현실화될 것 같다”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그런 가운데 프로젝트 비욘드 개발의 주역 ‘싱크탱크팀(Think Tank Team, TTT)’과 리더 ‘프라나브 미스트리(Pranav Mistry)’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인도에서 온 젊은 천재 디지니어(Desineer, Designer+Engineer)’로 잘 알려진 프라나브 미스트리는 과연 어떤 인물이고, 그가 이끄는 삼성전자 싱크탱크팀은 어떤 조직일까?
▲2009년 TED에서 ‘식스센스’를 발표하는 프라나브 미스트리(사진: TED캡처)
1981년생인 프라나브 미스트리는 2003년까지 인도 구자라트 대학에서 컴퓨터 엔지니어링을, 2005년까지 봄베이 소재 인도기술협회 산업디자인센터에서 디자인을 공부했다. 이후 2004년 마이크로소프트 인도지사에서 인턴으로 일하다, 2005년에는 UX 연구원으로 일했다.
2007년 미국으로 건너와 MIT 미디어랩 유체 인터페이스 그룹에서 박사 과정을 밟게 된다. 여기서 그는 오랫동안 연구해온 ‘식스센스(6th Sense)’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TED에서 이를 발표함으로써 일약 유명세를 얻게 된다.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는 ‘널리 퍼져야할 아이디어(Ideas worth spreading)’를 모토로 1990년부터 기술, 오락, 디자인과 관련한 강연회를 미국을 비롯한 유럽, 아시아 등에서 비정기적으로 개최하는 미국의 비영리재단이다. 전직 대통령과 노벨상 수상자 등 각 분야의 저명인사와 놀라운 업적을 이룬 사람들이 연사로 나서는 경우가 많아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2009년 11월 화제의 TED 연설에서 그는 디지털 기기의 정보가 현실세계와 상호 작용하는 놀라운 신기술 ‘식스센스’를 시연했다. 간단한 웹캠과 프로젝터, 스마트폰, 손가락의 센서 등 현존하는 기술만으로 손바닥 위에 전화기의 숫자패드를 만들어 전화를 걸거나, 종이 한 장을 게임기 또는 영화 스크린으로 활용하고, 상품을 구입하거나 사람을 만날 때 관련 정보가 대상위에 출력되게 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TED 청중들은 열광적인 환호를 보냈다.
이후 유명세 속에서도 MIT에서 연구를 계속하던 그는 2012년 캘리포니아 산호세의 삼성전자 미국 연구소(Samsung Research America)에 합류, 싱크탱크팀(Think Tank Team)의 책임자가 됐으며, 현재는 부사장 직을 맡고 있다.
2013년 10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4 전시회에서 미스트리는 스마트 와치 ‘갤럭시 기어’의 발표자로 나서 “미래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삼성전자의 신기술을 전세계에 설명했다.
▲싱크탱크팀의 멤버들(사진: 싱크탱크팀)
싱크탱크팀, 약칭 TTT는 미스트리를 포함한 28인의 연구자, 과학자, 디자이너, 엔지니어로 구성된 독특한 개발조직이다. “경험 중심의 미래 제품 및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프라나브 미스트리가 이 팀의 총 책임자이며, 기술·산업디자인·과학·조사·소프트웨어·바이오센싱 등 각 분야의 수석책임자들이 전체 팀을 이끌고 있다. 참여인원의 면면을 보면 그야말로 다국적이다. 유럽계 백인들은 의외로 많지않고, 인도와 아시아인들이 거의 절반에 가까운 인원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인들도 물론 포함됐다.
TTT는 이미 갤럭시 기어를 성공적으로 론칭했으며, 현재는 ‘프로젝트 비욘드’와 ‘플로우(Flow)’에 집중하고 있다.
플로우는 프로젝트 비욘드와 같은 날 공개된 기종간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다. “Everything. Connected.(모든 것은 연결된다)”를 모토로 하는 플로우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노트북, TV 등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연결해주는 기능을 갖고 있다. 스마트폰의 알림을 태블릿과 노트북을 통해서도 볼 수 있으며, 스마트폰에서 보던 영화나 게임을 태블릿과 TV를 통해서 이어서 볼 수 있다.
‘아웃리치 프로그램(Outreach Program)’이라는 보다 넓은 범위의 연구 후원활동도 전개한다. 대학교수나 학생, 연구자라면 누구나 연구제안을 신청할 수 있으며, TTT는 제안을 평가해 선정된 프로젝트를 후원한다. 전세계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빠짐없이 흡수할 수 있는 구조다. 이외에도 실리콘밸리를 떠도는 수많은 미래 신기술들이 연구되고 있다.
한편, 최근 한 인터뷰에서 프라나브 미스트리는 다른 많은 제안을 마다하고 삼성을 선택한 이유를 “(삼성전자가) 고국 인도와 닮았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인도는 성공을 위한 잠재력을 충분히 갖춘 나라로 평가되지만, 경제적인 면에서 중국을 비롯한 경쟁국들보다 박한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 역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회사가 될 요건을 충분히 갖추었지만 아직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과연 미스트리와 그가 이끄는 싱크탱크팀이 삼성전자의 '부족한 1%'를 채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CNB=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