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무대로 수많은 비엔날레와 해외 유수 미술관, 기관들에서 프로젝트를 전개한 그는 최근 문화역서울284에서 자신의 작품 세계를 총체적으로 망라하는 '최정화-총천연색'전을 열었다. 삼성미술관 리움 10주년 기념전 '교감'에서는 중앙 홀에 설치조각을 선보였다.
최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자신의 이름처럼 淨化, 正化된 예술을 보여주고자 한다."며 "썬데이 아티스트에서 에브리데이 아티스트"로의 변신술을 보여주겠다고 말한다.
전시된 작품이 마치 시장에서 파는 광택으로 표면을 처리한 싸구려 플라스틱을 재료로 사용해 “쌈마이(삼류의 일본식 표현)스럽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하자 “쌈마이의 바탕은 세련됨”이라고 반문했다.
"아무것도 모르면 ‘쌈마이’조차도 될 수 없다.”는 그의 예술론이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신작 '관계항-대화'는 최정화 특유의 재치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샴페인병 40개와 소주병 140개를 깨뜨려서 그 조각들을 뭉친 것이다.
이미 '죽은'술병 파편들은 서로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부여 받고 생명력을 얻는다. 이 반짝반짝 빛나는 사탕 같은 덩어리는 원시적인 느낌을 주는 커다란 통나무 판 위에 놓았다. 이 작품은 이우환 작품 '관계항'에 대한 오마주로 최정화 특유의 재치가 돋보인다.
플라스틱 용기들을 쌓아 만든 그의 대표작 연금술의 연작도 공개된다. 고대 그리스의 코린트식, 이오니아식 주두가 반복적으로 쌓아 올려진 기둥 형상의 ‘세계의 선물’도 있다.
2000년 국보 제2호인 원각사지 10층 석탑을 FRP(섬유 강화 플라스틱)로 모방해 다양한 색을 칠해놓은 ‘세기의 선물’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그는 그동안 근대화와 경제 성장의 산물인 대량 생산과 물질주의, 소비문화 등의 주제를 다뤄왔다. 인조 꽃, 알록달록한 소쿠리, 로봇 인형, 구슬 등 일상의 평범한 물건으로 예술이 우리와 함께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최정화는 “앞으로 유리와 나무, 돌, 쇠, 지푸라기 등 버려진 것들을 사용해 작품을 만들 것"이라며 “민속과 현대미술의 융합을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전시는 12월 12일까지.
CNB=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