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뮤지컬 '정글라이프'가 대학로에 돌아왔다.
'정글라이프'는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 잦은 야근과 회식, 암암리에 이뤄지는 뒷거래와 라인타기, 내 공을 가로채는 얄미운 직장상사까지 직장생활의 다양한 잔혹사를 담은 뮤지컬이다.
제목과도 같이 전쟁과도 같은 직장생활에서 하루하루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정글에 비유했다.
이는 등장 인물의 이름에서도 느껴진다. 강한 권력을 가지고 서로 영역 다툼으로 싸우는 '홍호란 부장'과 '오레오 상무'는 정글 세계의 양대 강자인 호랑이와 사자를 연상케 한다. 그리고 얍삽하게 어디에 붙을까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이원순 사원'은 원숭이를 떠오르게 하고, 권력을 이용해 신분 상승을 꿈꾸는 '하예나 대리'는 남의 먹잇감을 노리는 하이에나와도 비슷하다.
이밖에 직장생활에서 잘릴까 늘 노심초사하는 '사수미 과장', 이제 막 사회 생활을 시작해 '핏댕이'라 불리는 '피동희 사원', 회사를 깨끗하게 청소하는 '김미화 청소부' 등 각자의 위치에 맞게 위트 있게 지어진 이름이 웃음을 자아낸다.
지난해 11월 초연되고, 올해 2월 2차 공연을 마친 '정글라이프'는 이번엔 대학로로 장소를 옮겼다. 3차 공연까지 이어지면서 조금씩 변화를 거쳤다. 7일 대학로 예술마당 1관에서 열린 프레스콜에 참여한 출연 배우들, 박주형 연출, 조민형 작가, 이현섭 음악감독, 이소윤 안무감독에게 이에 관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막간 인터뷰 내용이다.
<뮤지컬 '정글라이프' 제작진 미니 인터뷰>
- 이번이 3차 공연인데 지난 시즌 공연들과 비교해 달라진 점이 있나요?
박주형 연출 "작품이 완성되는 단계에 있다고 봅니다. 이번 시즌엔 지난 시즌과 비교해 공연의 완성도를 더 높이고 싶었어요. 무대 구성도 그래서 많이 바뀌었습니다. 지난 시즌에는 구조물이 주를 이뤘다면 이번엔 피라미드 구조로 무대를 꾸렸어요. 높낮이를 통해 직위를 볼 수 있죠. 가장 권력이 있는 오레오 상무의 방이 가장 높은 곳에 있고, 그 다음이 홍호란 부장, 하예나 대리, 이원순 사원, 피동휘 사원과 사수미 과장 순으로 점점 낮아져요. 이 구조물 안에서 마치 동물들이 노는 것 같이 직장인들의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우리 이야기로 세계적인 뮤지컬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정글라이프'를 시작했는데, 라이선스 뮤지컬이 뮤지컬 시장의 대부분을 점령한 현 시점에서 한국 뮤지컬이 돋보일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 직장 생활을 정글로 표현했는데, 이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은 건가요?
조민형 작가 "저도 회사 생활을 한 적이 있고, 또 또래 친구들과 이야기하면 항상 어디서 특정 인물을 파견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다양한 인물들이 회사에 있더군요. 원래 처음부터 그런 성격이었던 인물도 있겠지만, 사무실 생활을 하면서 만들어진 캐릭터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 특정 캐릭터들을 우화해서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흔히들 '사회 생활은 정글이다'라고 말하잖아요? 그 말을 바탕으로 우화된 캐릭터를 곁들여 '정글라이프'를 쓰게 됐습니다.
각 직급에 맞는 동물 캐릭터를 선택한 뒤엔 그 동물들이 평화로운 초식동물이 될 것인가, 남을 잡아먹고 일어서는 육식동물이 될 것인가 선택하는 과정을 보여줘요. 사수미 과장의 경우 초식동물이 되는 길을 택했고, 오레오 상무나 홍호란 부장의 경우 회사에 잘 적응하고 장악하려는 육식동물의 길을 택한 거죠. 그리고 어느 정도 회사 생활에 적응했지만 혼자의 힘으로 권력을 갖기 힘들다는 걸 이해하고 기회를 노리고 있는 이원순 사원, 하예나 대리의 모습도 그렸고요."
- '정글라이프'라는 제목답게 이국적인 노래도 등장하는데 어떤 작업을 거쳤나요?
이현섭 음악감독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쉽고 편안한 장르의 음악을 만들자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정글라이프'라는 제목과도 같이 정글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아프리카 타악기를 많이 사용했고요. 그리고 공연을 보다 보면 각 캐릭터가 부르는 음역대가 다르다는 걸 느낄 거예요. 부장이나 상무 등 높은 직위를 가진 계급은 고음, 피동희 사원 같은 사회 초년생은 저음으로 노래가 만들어졌어요.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계급을 노래의 음역대로 표현한 거죠."
- 동물과도 같은 배우들의 특이한 움직임이 극 중 등장하는데 안무는 어떻게 짰나요?
이소윤 안무감독 "현대 사회인에게 보여지는 직선적인 성향을 동물적인 움직임으로 표현하고자 했어요. 고개를 마구 흔드는 안무나 몸통 웨이브 등 동물이 지닌 유연한 몸동작이 극에 등장하는 걸 볼 수 있어요."
- '정글라이프' 초연 때부터 출연했는데 이 공연의 특징을 표현하자면요?
김윤지 배우 "전 회사생활을 해보지 않았지만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참 힘들겠더라고요. 요새 회사원들의 애환을 다룬 드라마 '미생'이 화제잖아요? 뮤지컬계의 미생이 '정글라이프'인 것 같아요. 이 공연은 속이 뻥 뚫리는 해방감이 있어요. 직장인은 물론이고 꼭 직장인이 아니더라도 힐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합니다."
박태성 배우 "관객들이 재밌게 공연을 보지만 그 안에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관객들의 스트레스가 더 풀릴 수 있도록 공연을 더 잘 꾸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들이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정글라이프'는 웃음과 통쾌함 그리고 짠함이 공존하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소개된 넘버 '웰컴투더정글'은 정글과도 같은 직장생활에서 저마다의 개성을 보여주는 캐릭터들이 웃음을 줬고, 직장생활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위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위위위'는 씁쓸하면서도 짠한 느낌을 줬다.
가장 인기가 많은 '빡쳐닥쳐'는 공감이 가는 통쾌한 가사가 특색이다. '참 좋은 아침, 덕분에 엿같은 하루'로 시작하는 가사는 더럽고 불합리한 상황에 있어도 앞에서는 웃어야 하는 직장인들의 심정을 과격하게 표현했다. 직장인들의 박수와 호응도가 가장 많이 쏟아지는 노래이기도 하다. 그리고 힘든 직장생활 속에서 그래도 희망을 바라보는 '정글라이프'는 감동으로 극을 마무리한다.
직장인들의 고질병 중 하나인 '월요병'이 시작되는 월요일이다. 힘든 월요일을 보내고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정글라이프'의 화끈한 무대를 통해 대리만족해보는 것도 통쾌할 듯하다.
한편 뮤지컬 '정글라이프'는 다음달 31일까지 대학로 예술마당 1관에서 공연된다. 박주형이 연출을 맡았고, 배우 문혜원, 김윤지, 원종환, 이든, 조환준, 박태성, 고현경, 이시유, 한수연, 이세나, 김수민, 김태이, 김채은이 출연한다. 공연 문의는 02-766-9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