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부터 시작된 2014 국정감사가 27일로 막을 내렸다. 많은 주장과 반론이 오간 이번 국정감사에서 최고의 화두는 뭐니뭐니해도 ‘단통법’과 ‘카카오톡’이었고, 특히 압권은 13일 있었던 미래창조과학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벌어진 웃지 못할 질의응답이었다.
이날 홍문종 위원장을 비롯해 권은희·홍의락·송호창·우상호 등 여야 의원들은 “전 국민이 ‘호갱’이 됐다” “상가들이 다 폐업한다고 살려달라 한다” “미래부가 이통사 편만 들고 있다” 등의 질의를 하며 미래창조과학부 최양희 장관에게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그런 상황에서 나온 최 장관의 답변이 걸작이었다. 최 장관은 “단통법 자체가 의원님들 입법으로 제정된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답했다. 한 순간 회의장은 불편한 분위기로 일변했다. 이 광경을 보며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
따지고보면, 이번 단통법 논란과 관련해 국회와 정부는 책임을 떠넘길 입장은 아니다. 굳이 책임을 나누자면 둘이 50%씩 나눠가지는 것이 맞다.
먼저, 국회는 단통법을 발의하고 제적인원 대부분의 동의(찬성 213명, 기권 2명)로 통과시킨 단통법 탄생의 실질적 주인공이다. 그런 국회가 단통법 시행과 동시에 정부 비난에 앞장서는 것은 어찌보면 볼썽사납다.
물론 국회의원들도 할 말은 있다. 단통법은 비록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 등 10인의 발의로 입법된 ‘의원입법’이지만, 실질적으로 미래부와 방통위 등 정부 관료들이 법안 대부분을 설계한 속칭 ‘청부입법’이기 때문이다.
‘청부입법’이란 정부가 ‘정부입법’으로 처리할 사안을 시일 및 절차의 어려움을 핑계로 의원들에게 제안해 발의를 부탁하는 방식을 말한다. 하지만 의원들은 청부입법이라 할지라도 사전에 충분히 법안의 타당성 여부를 검토했어야 했다. 이번 단통법은 그 부분이 부족했다는 평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입법할 땐 딴청 피우다 뒤늦게 호통치는 국회와 법안이 가져올 후과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정부는 '공범'이지 누가 누굴 탓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한쪽은 날 선 비난을 해대고, 다른쪽은 그것을 감내해야 하다보니 최 장관의 웃지못할 답변도 나온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한번 꺼낸 칼이니 두부라도 썰어야할 판국이라 국회와 정부는 “좀더 시일을 두고 지켜보자”며 시간벌기를 하는 한편, ‘분리공시제 강화’ ‘완전자급제 도입’ 등 단통법을 개정하거나 폐지하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아쉬운 것은 이렇게 소 잃고 나서 부지런히 외양간 고치러 나서는 것이 아니라, 좀더 미리 언론과 국민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었더라면 하는 점이다. 지난 1년간 기자를 비롯한 수많은 언론매체들과 소비자, 판매자 심지어는 제조사들까지도 입을 모아 "불필요하고 반시장적인 규제법안"이라며 단통법을 반대했었는데, 그때는 왜 귀를 닫고 있다가 이제 와서 분주한지 참 이해하기 어렵다.
국회의원으로 또는 정부 관료로 일한다는 것이 참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국민 노릇하기는 정말로 쉽지 않다는 것을 그분들도 알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CNB=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