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닥치는 무수한 일들이 모두 온전히 보장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살아간다는 건 그리 녹록치 않은 일이다. 수많은 시련과 위기가 생기고 그것을 버텨내야 하는 건 오롯이 자신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 위로의 손길을 건네는 공연이 있다.
창작 뮤지컬 ‘완전보험주식회사’는 보험을 소재로 다룬다. 보험은 병이나 사고 등 앞으로 생길 수 있는 우발적인 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수단이다. 어쩌면 인생을 보장, 보호받고 싶어 하는 인간의 심리가 만들어낸 제도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완전보험주식회사’에 등장하는 보험들은 기상천외하다. 그리고 인생을 안전하게 보장해주기보다는 오히려 위험 속에 몰아넣기도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위로를 건네고 웃게 만드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완전보험주식회사’의 이야기는 보험회사에서 출발한다. 극 중 한보장은 보험왕을 꿈꾸는 팀장으로, 뚱뚱해져도 보장이 된다는 ‘뚱뚱 ok 보험’ 등 특이한 보험 상품을 출시한다. 그리고 한보장이 일하는 회사에 전 부인인 신다정이 들어오게 되고 이들은 우연한 계기로 이혼을 하면 보장을 해주는 ‘이혼 보험’을 함께 기획하게 된다.
이혼 보험은 출시되자마자 가입 신청자가 불티나게 늘어나 성공을 하는 듯 했지만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한보장은 위기에 처하게 된다. “다 끝났다”고 한탄하며 아무 것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한보장의 모습은 결혼 생활에서, 직장 생활에서, 학교생활에서 등 쓰라린 실패를 맞보고 좌절하는 현대인들의 모습과 닮았다.
정신없이 한보장을 밀어붙이던 극은 이때 “이제 시작이야”라는 말로 그를 위로한다. 실패하고 싶지 않지만 인생에서 언젠가 적어도 한 번쯤은 누구나 실패를 맛보게 된다. 이때 “실패하지 말라”는 말보다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을 건네며 미래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극 중 보험은 가입 신청자들의 인생도, 한보장의 삶도 완전히 보장해주진 못했지만 다시 일어서려 하는 악바리 같은 의지를 준다.
극을 쓴 최재광 감독은 앞서 “좌절과 실패를 겪고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었다. 인생은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 하지만 실수하고 실패하는 순간이야말로 중요하고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실패하면 성공에 가까워진다는 가치관을 갖고 있다. 이를 어렵고 무겁게만 풀기보다, 발랄하고 유쾌하게 풀고 싶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극은 유쾌함과 진지함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특히 쉬운 멜로디와 가사가 극의 주제와 매력을 살리는 포인트다.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 ‘브로드웨이 42번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음악을 담당했던 최 감독의 능력이 ‘완전보험주식회사’의 노래에도 들어갔다.
‘완전보험주식회사’는 샘컴퍼니와 광뮤지컬컴퍼니가 공동 제작한 창작 뮤지컬이다. 이 공연 또한 극 중 인물들이 시련을 겪는 것처럼 5년간의 우여곡절 끝에 관객들에게 첫 선을 보이게 됐다. “이제 시작”이라는 최 감독의 말처럼 이제 막 첫 발을 내디딘 이 공연이 앞으로도 행복을 이야기하며 계속해서 공연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한편 창작 뮤지컬 ‘완전보험주식회사’는 다음달 2일까지 대학로뮤지컬센터 공간 피꼴로에서 공연된다. 최재광이 작·작사작곡, 안병욱이 연출을 맡았고 배우 정상훈, 박훈, 김효연, 정재헌, 임기홍, 백주희, 홍지민, 김현진이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