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그만두면 음식점이나 하나 차릴까’ 많은 예비 은퇴자나 예비 창업자들이 한 번쯤은 생각했을 일이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가 현실화 되자 이같은 생각을 실천에 옮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시니어 창업 열풍이 뜨겁다. 하지만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는 비율은 높지 않다. 10명이 창업하면 9명은 문을 닫는다. 준비없이 ‘나도 내 사업이나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뛰어들면 백전백패. 시니어 창업 환경에 대해 알아보고, 창업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인생2막 창업에 성공한 신(新)청년들을 만나본다. <편집자주>
경북 칠곡군 왜관읍 칠곡 시니어창업센터 건물 2층에 입주한 1인창조기업 청우하이테크의 최병국 대표(55).
지난 6월 30년 넘게 종사한 제조업 경험과 기술을 살려 열효율을 극대화한 수지 재생용 압출기 개발에 성공해 용화 단계에 들어선 그는 시니어창업의 모범답안으로 꼽힌다.
나이가 들었다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주위의 상황에 대한 왕성한 호기심과 도전정신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열효율을 높힌 압출기 개발에 나선 최 대표는 원래 기계 전문가가 아니다. 최 대표가 지난 수십년간 해온 일은 자동차 내장재 분야. 한때 국내 모든 자동차 회사와 거래할 정도로 내장재 분야에서 전문가로 인정받던 그는 어느날 내장재 폐기물에 주목했다.
내장재 특성상 적지 않은 자투리 원료가 생기면서 업체마다 이를 처리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던 것이다. 최대표는 내장재 폐기물을 활용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 압출성형을 통해 다양한 용도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하지만 문제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나왔다. 폐기물을 압축해 제품으로 성형할 압출기의 열효율이 너무나 낮았던 것이다. 최대표는 “폐기물을 재활용하기 때문에 제조단가가 일정 수준 밑으로 나와야 하는데 열효율이 낮아 연료비만으로도 필요한 제조단가를 넘어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럴때 발휘된 것이 최대표의 도전정신. 내장재 전문가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신형 압출기를 만들기 위해 발벗고 나서게 된다. ‘원료이송 스크루와 바렐내측에 히터를 장치한 수지재생용 압출기의 개발 및 사업화’라는 다소 긴 사업계획을 세운 그는 여러 곳을 접촉하면서 사업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얻는다.
실제로 지난해 경일대 시니어창업센터 사업과 미래창조과학부의 이노폴리스캠퍼스육성사업에 선정됐다. 뿐만 아니라 같은 해 이노폴리스캠퍼스 육성사업 시작품 제작비로 4000만원을 지원받아 시제품 테스트용 원료 세로 절단기과 원료 가로 (회전) 절단기, 수지 성형용 압출장치 제작을 완료하게 된다.
압출기의 열효율을 높인다는 최 대표의 단순한 아이디어는 실용신안 (수지재생용 압출장치: 20-0471233호 2014.02.04. 등록)과 3건의 특허 출원에 이르게 된다. 또한 대구경북 우수창업아이템 경진대회와 대한민국창업리그 지역 우수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실질적인 매출은 없은 상태지만 최대표는 더욱 큰 희망을 꿈꾸고 있다. 그는 “이제 단순히 압출기의 열효율 높이는 것 뿐만 아니라 열을 필요로 하지 않은 압출기를 만들어 제조원가를 더욱 낮출 수 있는 방안을 고민중”이라면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니 사업거리는 무궁무진하다”며 웃었다.(경북=홍석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