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최원석 기자) 국내 연구진이 단결정 구조를 활용해 고품질 박막(얇은 필름)을 양산할 수 있는 새로운 공정기술을 개발했다.
부산대 나노융합공학과 정세영(사진) 교수 연구팀과 서울대 재료공학부 황철성 교수 연구팀은 양질의 구리 박막을 제조할 수 있는 신기술 공정에 ‘단결정’을 이용할 것을 제안한 연구내용으로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신호(8월 29일자 미국시간)에 게재했다고 1일 밝혔다.
구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원소 중 하나로, 높은 전기·열 전도도를 가지고 있어 선재 등에 많이 활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그래핀 제작 기판으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IC칩과 같은 전자 소자의 배선재료로는 알루미늄 혹은 알루미늄 합금 재료가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구리의 산소 화합(산화) 문제 때문이다. 구리는 한번 산화되기 시작하면 내부까지 지속적으로 산화가 진행되는 특성이 있어, 장기적인 소자의 신뢰성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구리가 산화되고 나면 전도 특성을 잃어버릴 뿐만 아니라 쉽게 부서져 버린다.
이러한 산화는 구리 물질에 존재하는 원자 단위의 결함을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높은 결정성을 가지는, 즉 결함이 거의 없는 구리 박막을 성장하면 산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고품질의 구리를 사용하면 기존 보다 양질의 그래핀 성장 역시 가능해진다. 하지만 기존에 양질의 구리를 성장하는 방법은 고온·고진공 상태를 유지해야 하므로 이에 따른 고비용과 오랜 공정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대면적으로 제작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산업적으로는 활용되지 않고 있다.
반면 스퍼터링을 이용한 공정은 고온·고진공의 기술보다 단순하고 시간적·비용적 측면에서 우수하고 대면적 제작이 가능해 산업적으로 널리 활용되고는 있지만, 일반적인 스퍼터링 공정으로는 고품질의 박막을 얻기 어렵다.
연구진은 그간 산·학·연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일반적인 스퍼터링 공정에 새로운 공정기술인 ‘단결정 타겟’을 활용했을 때, 고비용의 부대장치로 제작된 박막보다 나은 고품질의 박막 제작이 가능함을 보였다.
연구진은 일반 구리 타겟과 단결정 구리 타겟을 이용해 스퍼터링 방식으로 박막을 제작해 각 타겟으로부터 제작된 박막의 특성을 면밀하게 분석한 결과, 단결정 구리 타겟으로부터 제작된 박막이 높은 결정성을 가지고 있음을 밝혔다.
부산대 정세영 교수 연구팀은 이번 연구개발로 “저비용, 단시간 공정의 고품질 박막 개발이 가능하게 됐으며, 앞으로 이 기술과 관련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구리 박막 소자를 배선재료로 대체하고, 그래핀·탄소나노튜브와 같은 신소재 연구의 활성화를 도모하게 되어, 그간 산화 문제로 제한됐던 구리의 활용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신기술융합형성장동력사업 및 연구소재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