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부기자 | 2014.08.12 17:24:26
고양문화재단(대표 안태경)은 독일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 '도이치 방송교향악단'과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휘자 카렐 마크 시숑이 오는 9월 25일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하이든홀)에서 내한공연을 펼친다고 밝혔다.
지난 2012년 첫 내한공연에서 베토벤과 브람스의 작품으로 독일 오케스트라 특유의 깊이있는 정통 사운드를 선보이며 한국 관객과 평단을 열광시킨 이들은 이번 공연에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히는 차이콥스키의 피아노협주곡 1번을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협연하고, 자신들의 지적이면서도 열정적인 음악성을 자랑할 수 있는 브람스 교향곡 2번을 연주한다.
영국 출신의 지휘자 카렐 마크 시숑은 2001년 타계한 명 지휘자 주세페 시노폴리,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의 총감독인 발레리 게르기예프 등 명장들의 가르침을 받으며 성장한 젊은 마에스트로다.
지난 2011년부터 도이치 방송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를 맡아 오케스트라의 음악적인 성장을 이끈 것은 물론, 활발한 투어를 진행하며 비교적 지역에 국한돼 있던 오케스트라의 명성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지난해 3월, 2017년까지 임기가 연장됐고, 오페라와 콘서트 무대를 오가며 세계 음악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카렐 마크 시숑과 도이치 방송교향악단의 2012년 첫 내한공연은 당시 서울 공연(세종문화회관) 일정이 거장 마리스 얀손스가 이끄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내한공연과 겹쳐 주목이 분산된 데다, 공연장의 특성상 음향 면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겨 그들의 뛰어난 예술성과 공연의 완성도에 비해 그 가치가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는 탁월한 음향으로 이름난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하이든홀)에서 대중성과 음악성을 고루 갖춘 레퍼토리를 선보이는 만큼 이들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이들은 고양아람누리 공연에 앞서 오는 9월 16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브장송 페스티벌에 초대돼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함께 동일한 레퍼토리의 공연을 유럽 관객들에게 한발 먼저 공개할 예정이다.
놀라운 테크닉과 뛰어난 통찰력이 빛나는 연주로 깊은 신뢰를 받으며 고(故) 로린 마젤, 발레리 게르기예프 등 세계적인 거장들이 이끄는 해외 명문 오케스트라들의 내한공연 무대에서 폭넓은 레퍼토리를 완벽한 기교와 음악성으로 표현, 명실상부한 한국의 대표 피아니스트로 인정받고 있는 손열음과 뉴욕 타임즈가 ‘젊고 패기 넘치는 천재 지휘자’라고 극찬한 카렐 마크 시숑, 그의 지휘 아래 세계적인 연주단체를 향한 적극적 행보를 보이는 도이치 방송교향악단의 만남에 까다로운 유럽 관객들이 어떤 평가를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공연의 메인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는 브람스의 교향곡 제2번은 그가 오스트리아 남부 휴양도시 페르차하에 머물 때 작곡했으며, 1877년 10월 완성돼 같은 해 12월 빈에서 초연됐다. 4악장으로 이뤄진 이 작품은 교향곡 제1번과는 대조적으로 목가적인 성격이 짙은 평화로운 감정에 넘친 곡으로, 부드럽고 온화한 인간적인 따스함과 즐거움, 눈부신 자연의 밝은 숨결 때문에 ‘(브람스의) 전원 교향곡’이라고 불린다.
낭만주의 음악에서 자연을 상징하는 요소들인 호른 소리, 새 소리와 같은 플루트나 클라리넷 음이 풍성한 화음 속에 잘 드러나 있다. 브람스의 친구인 외과의사 테오도르 빌로트는 이 곡을 듣고 브람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행복하고 즐거운 분위기가 작품 전체에 넘치고 있네. 그대의 완벽주의가 나타나 있고, 맑은 생각과 따스한 감정이 무리 없이 흐르고 있었지”라고 감상을 밝혔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1부에서 차이콥스키의 대표작인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을 선보인다.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은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유명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꾸준히 연주되고 있다. 1874년부터 1875년의 겨울에 걸쳐서 작곡됐으며, 애초에는 모스크바 음악원의 감독이었던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을 위해 쓰여져 그가 초연을 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1874년 크리스마스에 차이콥스키가 다른 두 명의 음악가 친구들과 함께 그에게 완성된 이 곡을 가져갔을 때, 루빈스타인은 이 곡에 대해 “진부하고, 촌스럽고, 부적당하다”며 “연주할 수도 없을 만큼 빈약한 곡”이라고 평했다. 이어서 그는 차이콥스키에게 대대적인 개작을 주문했다. 하지만 차이콥스키는 그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이 곡을 그의 음악을 존중했던 독일의 피아노 연주가이자 지휘자인 한스 판 뷜로에게 재헌정했고, 결국 뷜러가 1875년 10월 25일 미국 보스턴에서 이 곡을 초연했다.
3년 후 루빈스타인은 이 곡을 혹평했던 것에 대해 차이콥스키에게 사과했고, 이내 두 사람의 우정도 회복됐다고 한다. 피아노 솔로 연주가의 상당한 기량을 필요로 하는 이 작품은 오케스트라와 피아노 독주의 균형이 교묘하고도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주제와 그 동기의 암시법도 효과적인 것은 물론이다. 무엇보다도 비르투오조 시대에 적합한 화려하고 극적인 피아노 파트는 피아니스트들의 뜨거운 의욕을 불러 일으킨다.
이와 함께 이날 공연에는 빠른 속도감과 흥겨운 선율로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글린카의 오페라 <루슬란과 류드밀라> 서곡도 연주된다. 러시아 국민음악파의 창시자이자 러시아 음악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글린카는 ‘음악을 창조하는 것은 국민이며, 작곡가는 그것을 편곡할 뿐’이라는 말을 남긴 민족주의적 음악가다.
<루슬란과 류드밀라>는 1842년 초연된 글린카의 대표적인 오페라로, 러시아의 대문호인 푸시킨의 서사시에 바탕을 둔 5막짜리 작품이다. 서곡은 이 오페라의 마지막 장면인 루슬란 왕자와 류드밀라가 경사스럽게 결혼하는 장면을 소재로 하고 있으며, 밝고 장대한 분위기가 두드러진다.
곡의 구성을 보면, 투티(모든 악기의 합주)의 강렬한 화음 뒤에 경쾌한 제1주제가 나타나고 이어서 쾌활한 제2주제가 연주된다. 이 제2주제는 오페라 제2막에서 루슬란이 부르는 아리아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전개부에서 재현부에 이르러 명쾌한 코다(종결부분)로 곡이 마무리 된다.
고양문화재단 관계자는 "최고의 지휘자, 최고의 교향악단, 최고의 협연자가 한자리에 서는 이번 공연은 깊어가는 가을밤에 더없이 어울리는 감동의 무대가 되어줄 것"이라고 전했다.
고양= 김진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