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적합업종 신청절차: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적합업종 합의에 대한 합의도출이 되지않을 경우 동반위가 중소기업청으로 사업조정을 신청한다.(자료=동반위)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를 둘러싸고 대기업과 소상공인을 포함한 중소기업간 양보할 수 없는 피 말리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 김·두부·탁주 등 82개 중기 적합업종 품목의 권고 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현재 동반성장위원회에서는 재합의를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입장차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재지정을 맞아 제도의 강화를 부르짖는 반면 대기업계에선 축소를 주장, 첨예한 대립각이 세워지고 있어 재지정 합의 과정에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CNB=이성호 기자)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조업 권고 사항중 LED등(자료=동반위)

중소기업 “제도 강화해야” VS 대기업 “실익 적어”

동반위, 만기 도래 적합업종 재합의 진행 ‘난항’ 

전경련 “되레 외국기업 살찌운다” 비판 목소리도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는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민간중심으로 합의해 대기업·중소기업 간의 합리적 역할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2011년 동반성장위원회 권고에 의해 만들어졌다.

현재 총 100개가 지정돼 있으며 적합업종 품목에 선정되면 기존 대기업이 무조건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은 아니고 대·중소기업간 합의를 통해 해당 업종과 품목의 특성을 반영해 사업이양, 진입·확장자제, 사업영역조정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된다.

따라서 최근 SPC그룹의 파리바게뜨가 근거리에 빵집이 있음에도 올림픽공원점 개장을 준비해 중소기업 적합업종 권고기준을 어긴 것이다 아니다 논란이 일어나기도 하는 등 합의 적용에 대한 잡음도 발생하고 있다.

한편, 연내에는 2011년 지정된 김, 김치, 다류, LED등, 두부, 면류, 탁주(막걸리) 등 82개 품목이 적합업종 권고기간이 마감된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이중에서 김, 주차기, 차량용 블랙박스, 유기계면 활성제, 기타 개폐와 보호관련 기기(낙뢰방지시스템) 등 5개 품목을 제외한 77개 품목의 적합업종 재지정을 신청한 상태로 알려졌다.

반면 대기업에서는 두부·장류·순대·어묵·LED등·탁주 등 50개 품목을 적합업종에서 해제해달라고 신청, 양측의 입장차가 극과 극을 달리고 있어 재지정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동반위는 기본적으로 중소기업단체에서 재합의를 신청하지 않는 경우에는 적합업종에서 해제하고, ▲대기업의 사업철수 ▲중소기업 독과점 여부 ▲수출 및 내수시장에 부정적 영향 등을 면밀하게 검토할 방침이다. 또한 중소기업의 자구노력 평가결과와 적합업종 이후 경영성과 분석, 대기업의 미이행 여부 등을 권고기간 산출시 고려할 예정이다.

동반위 관계자는 7일 CNB와 통화에서 “신청접수는 이미 완료됐고 현재 82개 품목에 대해서 대기업·중소기업간 사전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미 대기업에서는 50개 품목 해제를 요구했고 중소기업계에서는 5개를 뺀 77개 품목의 재지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측 입장의 괴리가 커 합의에 난항이 있을 것이라는 시각에 대해선 “재지정 조정협의에  앞서 사전 의견을 양측으로부터 들어보는 단계로 현재로서는 예단할 수 없다”며 “자율합의가 원칙으로, 권고기간 만료일까지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에도 2달간 연장해 진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적합업종제도, 오히려 중소기업 죽이기

▲적합업종 지정 전 후 2년간 중소기업의 성장성 수익성 지표 비교(자료=전경련)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적합업종제도가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 등 당초 도입취지와 달리 중소기업 성장에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분석대상은 지난 2011년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82개 품목 중에서 외부감사를 받는 기업의 53개 품목이다.

전경련의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가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적합업종 지정은 해당 업종 내 중소기업의 총자산성장률, 총고정자산성장률 등 성장성 지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ROA(Return On Assets, 총자산순이익률), ROE(Return On Equity, 자기자본이익률), 매출액영업이익률 등 중소기업의 수익성과는 뚜렷한 인과관계를 가지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CAPEX(Capital Expenditure, 총자산 대비 자본지출)를 감소시키는 등 중소기업의 경쟁력 지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은 것. 

적합업종 지정 이후 적합업종 영위 중소기업의 성장성 지표인 매출액증가율, 총자산증가율이 전체 제조 중소기업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둔화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적합업종 영위 중소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지정 이전 2년간인 2010년~2011년 연평균 16.6%에서, 지정 이후 2년간(2012년~2013년) 3.9%로 12.7%p 줄었다.

전체 제조 중소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적합업종 지정 이전 2년간(2010년~2011년) 연평균 14.4%에서 지정 이후인 2012년 4.5%로 9.9%p 떨어졌다. 총자산증가율 역시 적합업종 영위기업은 12.2%에서 6.3%로 5.9%p 하락했으나 전체 제조 중소기업은 3.1%p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적합업종 영위 중소기업의 수익성 역시 전체 중소기업에 비해 전반적으로 나빠졌다는 것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적합업종 영위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은 지정 이전 평균 4.7%에서 지정 이후 평균 3.8%로, ROA는 3.8%에서 3.7%로, ROE는 9.2%에서 7.2%로 각각 0.9%p, 0.1%p, 2.0%p 하락했다. 

하지만 전체 제조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은 4.4%에서 4.3%로 0.1%p 줄었고 ROA는 2.8%에서 3.2%, ROE는 7.8%에서 8.6%로 각각 0.4%p, 0.8%p 늘었다는 설명이다.

즉 적합업종 지정은 중소기업의 성장에 부정적 효과를 미친다는 결론이다. 아울러 적합업종제도가 어부지리로 외국기업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7일 CNB에 “동반위가 지난달 발표한 적합업종 재지정 가이드라인에 해당하는 품목은 일차적으로 제외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적합업종의 실효성이 담보되기 위해서는 부작용이 발생한 품목을 빼고 나머지 품목에 대해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반위가 최종 확정한 적합업종 제도개선 방안을 살펴보면 먼저 신청·접수 단계에서는 ▲신청 중소기업단체의 대표성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강화 ▲실태조사 내실화 ▲중소기업 피해사실의 명확화를 꾀하도록 했다.

또 적합성 검토 단계에서는 ▲중소기업 독과점 여부 ▲국내 대기업 역차별 발생 및 외국계기업의 시장잠식 ▲전·후방산업 및 소비자 부정적 영향 ▲고(高)성장 산업 등의 여부를 충분히 고려해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정했다.

합의·조정협의 단계에서는 당사자 간 자율합의를 원칙으로 당사자 간 합의시 최대 6개월의 충분한 조정기간을 부여하고, 업종 특성에 맞게 권고유형을 다양화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상반된 주장,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수익성 개선

▲적합업종 지정 전·후 2년간 중소기업의 성과분석(자료=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계에서는 전경련과 정면 배치되는 주장을 들고 반격에 나섰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연구원과 적합업종제도의 성과를 분석한 결과, 중소기업 성장에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이후 중소기업의 연 매출액 증가율은 1.8%, 총자산 증가율은 5.6%로 조사됐지만 적합업종으로 지정되지 않은 중소기업(대조군 5024개사)의 증가율은 각각 1.4%, 3.5%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경기 불황 여파에도 불구 2011년 전후로 적합업종에 포함된 중소기업 매출액 증가율의 하락폭은 10.9%p로 15.3%p가 하락한 대조군보다 타격이 적었다. 총자산 증가율의 하락폭도 마찬가지다. 적합업종 중소기업에서는 2.6%p에 머물렀으나 대조군에서는 11.6%p 떨어졌다. 

수익성도 좋아졌는데 ROA(총자산이익률)가 4.55%에서 4.6%로 올랐고 영업이익률도 4.9%에서 4.8%로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그러나 대조군에서는 ROA가 6.5%에서 4.9%, 영업이익률은 5.8%에서 5.1%로 각각 하락세를 보였다.

중소기업계는 한발 더 나아가 전경련의 보고서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중소기업과 비교집단으로 분석하고 있는 전체 제조 중소기업의 표본수가 655개에 불과해 결과에 대한 신뢰수준이 높지 않다는 주장이다. 중기연구원에서 비교집단으로 사용한 표본수 5024개사의 13%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

또한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중소기업의 표본을 외감기업(자산총액 100억원 이상)과 같은 일정규모 이상으로만 하고 있어 통계적 표본의 대표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CNB에 “현재 동반위에서 사전 간담회를 품목별로 꾀해 현안이 무엇인지 파악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본격적인 조정이 착수되면 중기중앙회에서는 어떤 논의가 진행되는지 모니터링을 꾀하고 논의 과정상 잘못된 부문이 있으면 품목별 중소기업 및 단체 등과 함께 이를 바로 잡기 위한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적합업종제도 성과를 분석해보니 중소기업 성장에 긍정적 효과가 있는 만큼 이 같은 사실을 기반으로 협의하는 방안을 찾도록 조력한다는 얘기다.

한편, 전경련과 중기중앙회간 보고서 논쟁은 제2라운드가 예고되고 있다. 중기중앙회가 전경련 보고서를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한 것과 관련해 전경련에서는 재반격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3개월에 걸쳐 분석한 전경련 보고서는 표본오차를 줄이고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외감기업을 대상으로 했지만, 중기중앙회가 급히 내놓은 분석은 감사를 받지 않는 영세업체까지 포함시켜 오히려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중기중앙회측 반론에 일일이 대응하기 보다는 전문가 검증이 우선이라는 판단하에 한국경제학회의 학회지 등재를 위한 심사를 접수한 상태”라며 공식적인 검증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적합업종 재지정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에서 양측의 분석 결과는 협상테이블에서 각 측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타당성 있는 자료로 활용될 여지가 크다.

한국경제학회에서 통상적으로 2·3개월 정도 심사기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할 때 늦어도 11월 전에는 전경련 보고서 검증이 완료될 것으로 보여 향후 추이가 예의주시 되고 있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