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석기자 | 2014.07.24 16:51:32
(CNB=최원석 기자) 영화인들이 꿈꾸는 무대가 프랑스 깐느 영화제 진출이라면, 연극인들은 프랑스 아비뇽 무대에 진출하는 것을 꿈꾼다. 지역 대학의 학생과 교수들로 결성된 연극팀이 제68회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 참가해 현지에서 큰 관심과 호응을 얻어 화제다.
영산대학교(총장 부구욱) 문화산업대학은 연기뮤지컬학과 교수와 학생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프로젝트팀 ‘스톰(STORM)’이 지난 5일부터 27일까지 제68회 ‘아비뇽 연극 축제(Avignon Theatre Festival)’에 참가해, 신체음악극 ‘살육(Massacre, 원작 하이너 뮐러)’을 아망 극장 무대에 올렸다고 24일 밝혔다.
이는 전문 연극인들이 아닌 전공 학생들과 교수들로 구성된 팀으로는 참가팀 가운데 유일하다.
특히, 현지 관객 선호도 20위 안에 드는 저명한 극장에 그것도 관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골든타임(8시 30분)을 배정 받았다는 것은 작품에 대한 우수성을 직․간접적으로 인정 받았다고 볼 수 있다.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한국 특유의 흥이 넘치는 장단과 춤, 독특한 의상 등을 이용해 거리홍보에서도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이번에 선보인 신체음악극 ‘살육’은 파시즘의 광기와 전쟁, 그로 인한 동·서독 분열 등을 함축적으로 묘사한 독일 극작가 하이너 뮐러의 '살육'을 한국의 현대사로 재해석하고 사물놀이를 가미한 신체 음악극이다.
극장을 찾은 현지의 한 전문가는 “아비뇽 페스티벌 개막 후 많은 출품작들을 관람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본 작품 가운데 최고의 작품성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신체음악극 ‘살육’은 프랑스 국영방송인 프랑스3 뉴스와 마르세유의 전문 연극지(RMT News International)에도 한국 특유의 정서를 듬뿍 담은 공연으로 소개되며, 뜨거운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은 연극인들에게는 말그대로 ‘꿈의 무대’이다. 아비뇽 연극제는 프랑스 연극 거장 장 빌라르가 1947년 창설해 매년 여름 남프랑스 아비뇽에서 3주간 개최되는 이 연극제는 평균 10만명의 관객과 5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세계의 대표적 예술축제 가운데 하나다.
특히, 아비뇽 축제의 매력은 전 세계 1천300여극단이 참여하는 오프(OFF)공연으로 공식 참가작인 인(IN)공연과는 달리 주제와 형식에 구애될 게 없어 관객들의 자유로운 선택에 따라, 극단의 희비가 엇갈리게 된다.
영산대에서 이번 축제에 참가한 프로젝트팀 ‘스톰’은 ‘한류를 타고 세계로’라는 슬로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해외진출을 위해 정예요원들로 구성한 팀이다. 영산대 손기룡 교수(연기뮤지컬학과장, 전 부산시립극단 수석연출자)를 주축으로 시립합창단 수석단원 출신인 이연기 교수(연기뮤지컬학과), 현대무용단 줌 수석 안무가 강희정(연기뮤지컬학과), 전현미밴드 전현미, 남산놀이마당 상임이사 조대일 등 내로라할 배우와 스태프들이 참여했다.
팀의 연출을 맡은 손기룡 교수는 “학생들의 끼와 재능을 세계적인 무대에서 펼쳐보일 흔치 않은 기회가 주어져 너무 기쁘다”며, “내년에는 영국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세익스피어의 작품 ‘햄릿’을 한국의 굿과 봉산탈춤, 사물놀이 등 한국정서에 맞게 재해석하여 형식으로 표현하는 '한국판 햄릿'으로 영국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