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8월 13일에서 17일까지 공연하는 그룹 ‘비빙’의 ‘피-避-P 프로젝트’.
판소리가 현대적인 모습으로 변모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전통적인 판소리는 소리를 하는 한 명의 창자와 북을 치는 한 명의 고수가 등장해 고유한 창법과 음계, 장단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 공연예술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시대가 흐르면서 전통 판소리는 내용과 형식 모두에서 새로운 실험들이 시도되었다. 서울 종로구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8월 13일에서 17일까지 공연하는 그룹 ‘비빙’의 ‘피-避-P 프로젝트’ 또한 현대적인 해석이 돋보이는 경우다.
이번 공연은 여타 창작판소리 공연에서 시도되는 이야기, 반주, 극적 장치 등의 변화를 넘어 판소리의 음악적 구조 자체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안하는 작업을 시도하는 점이 독특하다.
고전 판소리 ‘심청전’의 한 대목을 재해석한 공연은 ‘공양미 삼 백석’이라는 충격적인 상황에서 아버지와 딸이 그 상황을 ‘피’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간의 보편적인 전서와 감정을 발견하고자 한다.
‘피-避-P 프로젝트’에서 죄책감으로부터 달아나는 아버지와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발버둥치는 딸은 피할 수 없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름과 형상을 모두 버리고 남자와 여자, 인간과 귀신의 경계에 선다. 공연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것은 탈피를 위한 끊임없는 움직임이다.
누구나 어떤 상황을 단지 피하기 위해 애써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번 공연은 동시대에 유효한 정서를 전통 판소리 속에 녹여 재해석하고 있다.
창단 6주년을 맞는 ‘비빙’은 한국 전통음악에 내재된 형식과 재료들을 차용하고, 정형화된 연주 관행을 탈피해 새로운 형식과 연주를 모색하는 그룹이다. 그동안 국악의 여러 갈래를 밀도 있게 연구해 한국 전통음악에 새로운 시각을 부여했다.
또한 음악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전통음악의 시각적 이미지를 무용, 영상과 함께 무대화해 장소와 시대를 넘는 보편성을 보여준다. 전통 국악 공연이 아닌 동시대 예술로서의 면모를 살필 수 있다.
한편, ‘비빙’은 작곡가 장영규, 가야금 박순아, 피리 나원일, 해금 천지윤, 타악 신원영, 소리꾼 이승희 그리고 음향감독 오영훈, 제작감독 김지명으로 구성되었고 주요 레퍼토리로 불교음악 프로젝트 ‘이理와 사事’, 가면극음악 프로젝트 ‘이면공작’, 궁중음악 프로젝트 ‘첩첩’ 등이 있다. (CNB=안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