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 노조 측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지난해 ING생명을 인수할 때 맺은 고용안정 협약의 승계 약속을 저버린 행위이며, 다시 재매각을 하기 위한 수순으로 ‘희망퇴직’으로 포장한 정리해고를 자행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사 양측이 오늘(17일)도 희망퇴직을 위한 실무교섭회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향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정문국 사장 “희망퇴직은 새로운 기회”
정문국 ING생명 사장은 지난 14일 직원들에 보낸 메시지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조직의 탈바꿈이 요구된다며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 사장은 “다각도의 고민과 검토 끝에 희망퇴직의 시행이 직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부여하고 회사 또한 새롭게 변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회사의 여러 어려움으로 인해 모든 직원들의 미래를 함께 할 수 없음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최대한 성의를 다해 희망퇴직 제안을 준비하고 회사와 직원 모두를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노조와의 협의에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희망퇴직에 대한 제안 내용은 협의가 끝난 후 안내하고 이에 대한 임직원 여러분의 깊은 관심과 이해 그리고 협조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노조 측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ING생명 노조는 16일 성명서를 통해 MBK파트너스가 ING생명을 인수할 당시 고용안정 협약서의 승계를 약속하며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러 채널을 통해 밝혔지만 인수한 지 불과 반년도 지나지 않아 고용안정 약속을 저버리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최근 한 달간 임원 해고 및 교체를 시작으로 부장급 직원들을 희망퇴직을 빙자해 강제 퇴직시키고, 대규모 조직개편과 인사발령에 이어 이제는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문국 사장 선임목적은 이번 구조조정에 있고 몇 년 후 ING생명 재매각을 위한 선결작업에 착수했음을 알리게 된 것이라며, 명백한 반대 입장을 표명함과 동시에 만일에 발생할 인사상 불이익에 대해서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고용승계’ 약속 부문 쟁점
지난 16일 노사 양측은 회망퇴직 관련 1차 미팅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사측은 입사 4년차 이상, 근무연수에 따라 최소 15개월~최대 36개월치의 보상금을 제안했다. 또한 감축 목표 인원은 약 270여명을 제시했는데 이는 희망퇴직에서 제외되는 부서 및 자격보유자 등을 제외한 전 직원의 3분의 1에 해당되는 규모다.
ING생명 관계자는 17일 CNB에 “어제 노사 첫 미팅을 실시했고 앞으로 협의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회사에서는 오는 21일부터 희망퇴직자를 접수 받는 것을 제안했지만 현재 결정된 아무것도 없다”라고 말했다.
노조 측은 이날 희망퇴직은 경영 개선의 의지 없이 인력 감축만 유일한 방법으로 제시된 것뿐이라며 반대 입장을 사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희망퇴직의 핵심은 명분인데 사측은 성장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데 반해 노조 측은 고용승계 약속을 저버린 행위라며 곱지 않은 시선이다. 그러나 정리해고가 아니라 자발적인 희망퇴직자만 접수받는다는 점에서 위반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노조 관계자는 CNB와 통화에서 “고용안정 승계 서약에서 회사가 경영상 이유로 정리해고를 실시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적시돼 있다”며 “하지만 일정의 보상을 해주고 근로자의 의지로 사직원을 제출하는 ‘희망퇴직’이라는 수단을 앞세워 이 부문을 비껴나갈 수 있는 구실을 찾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요즘 대부분의 회사에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정리해고가 아닌 희망퇴직이라는 수단을 사용하고 있는데 사측의 희망퇴직 역시 의도가 명확히 드러나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정문국 사장이 약 100일간 인력·조직에 대한 외부 컨설팅을 진행했고 그 결과를 가지고 임원 매니저 직원 순으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며 “이는 재매각을 위한 수순이기에 문제제기는 물론 향후 희망퇴직 강요 및 인사조치 등에 대해 감시의 눈을 켜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