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정, ‘점의 기행(drawalk)’, 옷 위에 자수, 115×60cm, 2013. (제공=경기도미술관)
미술가에게도 사연은 있다. 그리고 그 사연은 고스란히 그들의 작품 속에 스며들기 마련이다.
정혜정 작가는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곳곳을 여행하거나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장소의 특성, 기억, 역사, 환경 등을 작가의 시점에서 바라보며 장소를 기억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을 해왔다.
정 작가는 작품 ‘점의 기행’에서 2013년 서울에 있는 자신의 집과 경기도 이천의 작업실 사이 88km를 걸어간 8월 어느 여름날의 4일간을 기록했다.
작가는 길에서 만난 다양한 사물, 생물, 숫자, 소리, 장소 등을 관찰하고 채집해서 소책자, 드로잉, 영상, 옷에 직접 새긴 자수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알고 있는 공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경기도미술관에서 7월 17일부터 9월 21일까지 열리는 전시 ‘누구나 사연은 있다’는 이렇게 작가의 사연을 통해 관객들이 현대미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경기창작센터 입주작가 9명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친절한’ 전시를 표방하고 있다.
흔히 현대미술은 관객을 알쏭달쏭하게 만들어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하고, 너무 어려워 감상을 포기하게 만들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작품이 작가의 손을 떠난 순간 그 해석과 감상은 관객의 몫일텐데도 여전히 작가의 진짜 의도가 궁금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번 전시는 현학적이고 어렵기만 한 미술계의 담론이나 이론으로 작품을 해설하지 않고, 전시에 참여한 9명의 작가들이 사사로운 자신의 사연으로 작품을 이야기한다.
관객은 작가들이 어떤 계기로 지금과 같은 작업을 하게 되었는지,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또 모두가 궁금해할만한 숨은 뒷이야기는 없는지 등 작가들이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와 함께 작품을 대하게 된다.
누구에게나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듯 현대미술 작가들에게도 작품에 대한 사연이 있기 마련이다. 이번 전시는 그 사연 속에서 관객들이 작가의 생각에 공감하며 소통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한편, 이번 전시는 경기도미술관의 연례전인 ‘현대미술의 동향전’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현대미술의 동향전’은 동시대 미술현장의 다양하고 참신한 미술 경향을 조명하여 우리 현대미술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경기도미술관이 개최하고 있다.
▲윤민섭, ‘사람들’, 플라스틱 막대, 가변설치, 2014. (제공=경기도미술관)
(CNB=안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