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측은 최근 하나-외환은행 간 통합을 논의할 시점이 됐다며 일사천리로 분주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 외환은행 노동조합 측은 당초 약속한 5년간 독립경영 합의를 위반한 행위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조기통합’이라는 대명제를 두고 사측과 노조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하나금융은 지금 ‘폭풍전야’다. (CNB=이성호 기자)
김정태 회장 “통합은 대박”
지난 3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기자들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을 논의할 시점이 됐다”고 천명했다.
김 회장은 인도네시아 하나·외환은행 통합법인의 성과를 언급하며, 시너지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하나로 합친 ‘원뱅크’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에서의 하나·외환 통합으로 자금 조달·운용의 상호 보완, 리테일 비즈니스 확대, 국내외 네트워크 연계한 송금업무 및 해외점포 연계영업 강화 등 기대효과가 발생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현재의 ‘투뱅크’ 체제에서는 ‘시너지 효과가 전혀 안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나은행의 순이익은 6550억원으로 2011년(1조20700억원) 대비 급감했다. 외환은행도 다를 바 없어 2011년 1조6220억원에 달했던 순이익은 2013년 3600억원으로 떨어졌다.
김 회장의 발언이후 하나금융은 통합논의에 대한 준비 작업을 시나브로 추진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 11~12일 양일간 하나은행 50명, 외환은행 34명을 포함한 그룹 전체 임원 135명이 참석한 임원 워크숍을 열고 양행 전 임원들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 추진을 위한 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은 ▲우리는 양행의 통합이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미래 성장을 위한 유일한 대안임을 직시하고 이를 적극 추진한다 ▲우리는 통합의 전파자로서 직원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양행 의 성공적인 통합을 위해 최일선에서 앞장선다 등의 내용을 담았다.
즉 어려운 금융환경 속에서 하나-외환은행이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은 조기통합을 통한 시너지 확대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이 워크숍에서 “통합은 대박이다. 조기통합은 대내외 위기 상황을 돌파하고 미래 성장기반을 확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통합은) 빠르면 빠를수록 시너지 효과가 크고, 그 효과는 직원들의 혜택으로 돌아가도록 하겠다. 통합을 통해 직원들에게 최고의 자긍심을 심어주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특히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조직과 구성원 모두가 윈윈하는 방향으로 조기통합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 현재 직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김 은행장은 지난 14일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왜 지금 하나은행과의 조기통합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가’에 대한 대직원 서면 메시지를 전달, 조기통합이 직원들에게도 더 나은 대안임을 제시했다.
2017년 통합 논의도 가능하지만 그 때가 지금보다 더 나아지기 보다는 악화될 가능성이 크며, 금융산업의 악화로 타금융권은 강력한 구조조정 외에는 대안이 없으나 하나·외환은행은 통합시너지(연간 세전이익 기준 약 3100억원)라는 대안이 있어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은행과 그룹의 생존을 위해 통합이 필요하다면, 오히려 그 시기를 더욱 앞당겨 직원들이 더 많은 혜택을 얻을 수 있음을 강조했다.
김 은행장은 “2.17 합의서가 영속적으로 외환은행의 독립경영과 직원의 고용을 보장해 주는 종신보험계약서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오히려 조기통합 논의를 통해 직원의 고용안정과 근로조건을 더욱 확실하게 보장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당위성을 설파했다.
한편, 오는 17일 하나은행, 외환은행이 각각 진행하는 이사회에서 원뱅크 안건이 상정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나금융은 하나-외환은행의 통합에 따른 시너지는 연간 3121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비용절감 시너지와 수익증대 시너지가 각각 연간 2692억원과 429억원으로 5년간 연평균 3121억원의 시너지 시현이 가능해 3년 빨리 조기통합을 이뤄낸다면 약 1조원의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양행이 통합 시 점포 네트워크가 975개로 확대되고 총여신 규모가 200조원대로 늘어나게 돼 규모의 경제 달성으로 시장 선도가 가능해지며 활동 고객수도 550만명으로 증가, 고객기반 확대로 유효한 경쟁 구도를 구축할 수 있다는 논리다.
카드 부문에서도 시장 점유율이 7.8% 수준으로 높아져 업계 내 6위로 성장 가능하며 그룹 전체적으로 계열사 간 유기적인 협력 관계를 통한 추가적인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노조 “5년간 독립경영 약속 파기”
하지만 노조측은 경영실패의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며 조기통합은 절대 수용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통합 운운은 2012년 2월 발표된 2.17 합의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폭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
하나금융은 지난 2012년 론스타·한국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 약 60%를 인수하면서 갈등을 빚은 외환은행 노조와 ▲외환은행 독립법인 존속 ▲자회사 편입 5년 후 하나은행과의 통합 논의 ▲합병 시 대등합병 원칙 적용 등을 골자로 한 2.17 합의서를 작성했다.
하나금융의 핵심 계열사이지만 향후 5년간 독립적인 경영을 보장받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하나금융은 2013년 외환은행의 잔여지분 40%를 추가로 확보하면서 100% 지분율을 보유하게 됐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의 주주들로부터 외환은행 주식을 취득하는 대신 하나금융의 신주 또는 자기주식을 발행·교부해 주는 ‘주식교환’ 방식을 통한 것으로 외환은행은 자동적으로 상장이 폐지됐다. 즉 언제든 통합이 가능한 구조로 바뀌게 됐다.
외환은행 노조는 2.17 합의서에서 외환은행의 법인 및 명칭 유지는 물론 합병여부는 ‘5년 경과 후 상호 합의를 통해 협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합병을 전제로 한 사전작업은 가장 명백하고 중대한 합의위반 행위라고 핏대를 세우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서울역에서 ‘외환은행 사수 전직원 결의대회’도 가지는 등 결사반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오는 9월에는 상급단체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에서 외환은행의 독립경영 보장과 국책공기업 문제 등에 따른 총파업 추진도 예고되고 있어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15일 CNB와 통화에서 “조기통합은 사측에서 2.17 합의를 일방적으로 위반하는 것으로 5년간 독립경영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전제한 뒤 “따라서 현재 노사가 조기통합과 관련해 논의나 조율이 필요 없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기통합은 현재 시점에서 협의의 대상이 아니므로 사측과의 대화를 거부한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현재로서는 조기통합을 위한 사측의 움직임을 원천적으로 차단·대응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향후 조기통합 반대를 위한 집회 및 법률적 검토를 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반면, 하나금융 측은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일 뿐으로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분명히 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원뱅크 출범시기가 언제냐는 CNB의 물음에 “현재는 말 그대로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이기에 목표기일이 정해질리 없다”며 “조기통합 논의를 했다는 것이 아니라 논의를 해보자라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논의를 해볼 시점이 됐다는 사측과 현재 논의할 필요가 없다는 노조의 입장이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한편, 통합을 위해선 금융당국의 승인절차를 밟아야 한다. 지난 7일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하나-외환 간 통합은 노조와의 합의를 전제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해 노조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었다.
노조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여러 차례 합의서의 철저한 준수를 강조한 바 있다고 성명서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하나은행 관계자는 “무조건 (조기통합이)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사적인 계약으로 노사가 서로 협의해 계약을 하면 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며 “노조와의 대화를 계속 시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