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건강보험료 고지서가 발송되고 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각 지사에서는 보험료 부과 관련 민원인들로 북적거린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매달 반복적으로 목격되는 현상이다. 나도 지난달에 일일 명예지사장을 하면서 “소득이 하나도 없는데 집 팔아서 보험료를 내야 하느냐”라고 주장하는 성난 민원인을 설득하느라 애를 먹은 바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이러한 보험료 부과체계 관련 민원이 해마다 5700만건씩 쏟아지고 있는데, 이는 전체 건강보험 관련 민원의 80% 수준에 달한다고 한다. 정말로 어마어마한 민원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우리나라는 전 국민이 하나의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고, 보험혜택을 받는 기준 또한 전 국민에게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음에도, 보험료 부과기준이 직장가입자는 급여(보수)에만 부과하고, 지역가입자는 소득, 재산, 자동차, 가입자 수, 성·연령에 부과하는 등 가입자 유형에 따라 부과기준이 상이하고 복잡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직 또는 퇴직하여 지역가입자로 되면 소득이 없어지거나 감소함에도 주택, 자동차 등이 있다는 이유로 보험료는 오히려 증가하는 경우가 생긴다. 또한 직장가입자의 부모는 피부양자로 등재돼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고, 무직자의 부모는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이것은 현행 보험료 부과체계의 불형평하고 불공정한 사례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이러다 보니 현행 부과체계를 국민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이며, 건강보험 직원들도 국민들을 납득시키기가 얼마나 어렵겠는가!
지금 발생하는 민원도 문제지만 눈앞에 닥칠 미래가 더 문제다. 우리나라의 약 741만명의 베이비붐 세대가 당장 내년부터 60세에 접어들어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된다. 만일 현행 부과체계가 계속 유지될 경우 베이붐 세대는 건강보험료 폭탄을 맞게 될 것이며, 이는 단순 민원증가의 문제만 아니라 이들의 생계문제와 맞물려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물론 정부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현행 보험료 부과체계의 형평성과 공정성에 관한 문제점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왔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보험료 부과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도 오래전 일이다.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이원화된 현행 보험료 부과체계는 25년전 국민의료보험 태동 시 소득파악이 어려웠던 상황에서 차선책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1989년 10%에 머물렀던 자영업자 소득 파악률이 신용카드 확대와 현금영수증 제도 도입 등으로 80% 이상으로 높아졌고, 분리과세되는 금융소득 등 다양한 소득자료까지 포함하면 90% 이상의 수준이 됐다.
개인적인 생각은 우리도 충분히 소득중심의 보험료 부과를 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조성됐다고 보지만, 이를 위해선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사회적 합의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원칙은 동일한 보험집단(건보공단)에 있는 가입자들(전 국민)들은 동일한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현재 부과체계 개편에 관해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고, 주요 언론에서도 비중있게 다루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논의 초점을 보면 소득 만으로만 부과할지, 재산을 가미할지, 점진적으로 할지, 일괄적으로 할지 등에 대해서만 논의되고 있는 것 같다. 이도 물론 중요하지만, 부과체계 개선방안 마련 논의의 중심은 동일한 보험집단 가입자에게는 동일한 부과기준 적용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건강보험료와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활발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빠른 시일내에 동일기준에 의한 보험료 부과체계가 마련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 한국부인회 부산광역시지부 신광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