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의 삼성전자 본사(사진: 연합뉴스)
삼성전자 2분기 잠정실적 7조2000억원 급락’
원화 강세와 ‘스마트폰 부진’ 주된 요인
3분기 ‘반전’ 가능할까?…분석가들 전망 엇갈려
스마트폰 대체할 신성장동력 발굴 필요
8일 오전 삼성전자는 공시를 통해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연결기준으로 매출 52조원, 영업이익 7조200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대비 매출액이 9.5%, 영업이익이 24.45% 감소한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이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 3분기에 영업이익 8조원을 돌파한 이후 7분기 연속 8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해왔다. 특히 지난해 3분기 10.1조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때까지 줄곧 상승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직후인 지난해 4분기 8.3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실적이 급감했고, 올해 1분기 8.4조원으로 소폭 상승했으나, 올해 2분기 결국 7조원대로 내려앉은 것이다.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4분기 60조원대에 육박하던 매출액도 올해 들어서는 2분기 연속 53조원대에 머물렀다. 2012년 2분기(47조6000억원) 이후 가장 낮은 실적이다.
국내 증권업계 분석가들은 대부분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이 좋지 않을 것이라며 영업이익이 7조원 후반에서 8조원 초반으로 예상했지만, 이보다 급락한 7조2000억원으로 확인되자 ‘어닝쇼크’로 단정짓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2012년 2분기부터 삼성전자의 매출, 영업이익 추이(사진: 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하락의 원인을 “2분기 내내 원화 강세가 지속되었고, 스마트폰·태블릿 판매가 줄었으며, 재고 감축을 위한 마케팅 비용이 증가한 때문”으로 설명했다. 특히 “스마트폰 사업 부진은 시스템 LSI 및 디스플레이 사업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환율과 스마트폰 판매 부진이 주된 요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분기 내내 원화 환율은 달러와 유로화는 물론 대부분의 신흥국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여 삼성그룹 전체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판매 부진은 중국과 유럽에서 심각한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은 비수기 영향 및 하반기 4G LTE 확산을 앞둔 3G 수요가 약세를 보였고, 중국 기업들의 저가 경쟁도 심화되어 유통 채널에 재고가 증가했다.
유럽에서는 시장점유율을 40% 수준으로 높게 유지해왔지만 2분기의 수요 약세가 오랫동안 지속되어 중국과 마찬가지로 유통 채널 재고가 증가했다.
지난해부터 전력해온 태블릿 시장 역시 스마트폰에 비해 교체 수요가 높지 않았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재고가 누적되자 신제품 출시 마케팅 및 유통 채널 재고 소진을 위한 마케팅 비용이 증가할 수 밖에 없었고, 이는 전 분기보다 마케팅 비용을 크게 증가시켜, 결과적으로 실적 하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예상보다 실적이 저조했던 삼성전자의 상반기 전략 폰 ‘갤럭시 S5’(사진: 연합뉴스)
실적 하락의 원인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대체적으로 삼성전자의 분석과 비슷하다. 하지만 구체적 요인에 이르러서는 분석이 엇갈린다.
이민희 IM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가폰 수요 성장이 둔화되는 가운데 삼성전자 하이엔드 전략 모델에 대한 고객 충성도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 연구원은 올 상반기 전략폰으로 출시된 ‘갤럭시 S5’가 생각보다 많이 안팔린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IM투자증권은 지난 4월 출시된 갤럭시 S5가 지난 1분기에 200만대, 2분기 1700만대로 2분기 누적 1900만대가 출하된 것으로 추정했는데, 이는 전작 갤럭시 S4의 초반 2분기 누적 출하량 3600만대와 비교하면 절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승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1분기 중국, 유럽에서 출하량을 무리하게 늘린 후폭풍과 이를 해소하기 위한 마케팅 비용 증가가 근본적인 이유”라며 “갤럭시 S5 부진보다는 중저가 라인업에서 중국업체 등에게 점유율을 뺏기기 시작한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실제로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30.2%로 전년동기 31.9% 대비 줄었는데, 줄어든 삼성의 점유율은 각각 중국의 화웨이와 레노버가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 전망, 삼성전자 “호전될 것” Vs 분석가들 “반전, 쉽지 않다”
3분기 전망에 대해 삼성전자는 조심스레 호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원화 환율의 추가 절상은 2분기보다 제한적이며, 무선사업부문의 추가 마케팅 비용도 크지 않고, 갤럭시노트4, 갤럭시탭S, 기어라이브 등 신제품 출시로 인한 판매 증가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사업의 영향을 많이 받는 디스플레이 패널 및 시스템 LSI 사업부문도 스마트폰 사업의 호조에 따라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상당수 분석가들은 낙관적이지 않은 전망을 제시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분기와 4분기엔 환율 이슈와 마케팅비 부담이 줄어들어 실적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지만, “고급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 아이폰에 밀리고 중저가 시장에서는 중국산 제품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을 이겨내야 할 것”으로 지적했다.
도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3분기 이후에는 대화면 아이폰6 등 경쟁 모델 출시로 인해 프리미엄 모델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3분기에도 매출 51조원대, 영업이익 7조원대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에 위치한 홍보관(사진: 연합뉴스)
그렇다면 삼성전자가 실적을 대폭 개선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장세진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의 전성기는 가버렸다”며 “삼성전자의 과거 3~4년간의 수익 성장이 비정상적으로 높았고 이제 정상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의 후계자(이재용 부회장)에게는 마법의 지팡이가 없다”며 “향후 1~2년 안에 힘든 상황에 직면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도현우 미래에센증권 연구원도 “실적의 큰 폭 개선은 플렉서블 스마트폰 등 경쟁사를 압도할 수 있는 모델 출시나 웨어러블 디바이스 수요의 폭발적인 증가 등 새로운 이익 드라이버가 출현할 때 본격적으로 가능할 것”이라 분석했다.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만이 삼성전자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비결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역시 이같은 분석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지난 2일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 신종균 IT·모바일(IM) 부문 사장 등 삼성전자 경영진은 임직원들에게 하반기 'CEO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최근 스마트폰과 TV 등 주력 제품들의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스마트홈, IoT 관련 제품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고 B2B, 의료기기 등의 사업분야에서 성장동력을 찾자”고 강조한 바 있다.
(CNB=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