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유우측은 “지난해부터 선납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대리점주 측은 “현재까지도 선납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2년 공정위에 접수돼 양측이 수년간 공방을 펼치다 지난달 공정위의 ‘무혐의’ 결정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서울우유가 갑의 지위에서 일선 대리점들을 상대로 압력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쉬 가라앉지 않고 있다. CNB가 당시 사건을 재조명했다.
대리점주, 지자체 대신 대금 선납 강요받아
본사에 선납 못하면 연25% 연체이자 물어
대리점주A씨, 0년간 이자만 ‘2200만원’ 부담
이번 사태는 2008년 3월~2012년 8월까지 대구에서 학교 우유급식(유상·무상) 전담 대리점을 운영했던 A씨가 2012년 9월 공정위 대구사무소에 서울우유 본사를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특히 <뉴스타파>가 최근 “서울우유가 지자체로부터 받아야 할 우유 무상급식 대금을 산하 대리점에게 납부토록 하고, 입금이 하루라도 늦어질 경우 연 25%의 지연 이자까지 물려 왔다”고 보도하면서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A씨가 공정위에 제출한 진정서에 따르면, A씨는 서울우유와 학교급식사업 계약을 체결하고 4년 8개월 동안 대구지역 33개교에 우유를 납품했다. 하지만 서울우유 측으로부터 계약해지를 당했다. 서울우유 본사가 다른 업체에게 사업권을 넘겨주기 위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더구나 A씨는 서울우유 본사로부터 우유대금 선납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우유의 학교급식용 우유 공급시스템을 보면, 서울우유 대리점들은 본사로부터 학교에 납품할 우유를 공급받는다. 지자체는 우윳값을 서울우유 본사에 입금해준다. 본사는 지차체로부터 받은 돈 중 대리점이 본사에 내야할 우윳값을 차감한 뒤 나머지를 대리점에 입금해 주고 있다.
문제는 지자체가 우윳값을 제때 결재하지 않아 대리점들이 선납결재 하고 있다는 것. 선납하지 않을 경우, 지자체로부터 서울우유협동조합의 계좌로 지급되는 날(약 60일 소요)까지 연 25%의 고이율로 지연손해금(지체상금)을 내야 한다.
A씨의 경우 4년 반 동안 약2200만원을 본사에 이자로 내야했다. A씨는 서울우유 대리점이 약 1100개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수십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학교 우유급식은 학생이 부담하는 유상급식분과, 기초생활수급자 가정 학생에 대해 정부정책에 의해 지자체가 대금을 지급하는 무상분으로 구분된다.
유상분에 대한 대금결제는 대리점이 직접 학교로부터 수령한 후, 서울우유 본사에 입금해 주면 된다. 학교는 대리점에 소매가 기준으로 유윳값을 준다. 대리점이 본사로부터 공급받는 우윳값은 도매가다. 이 차액이 대리점들의 수익이다.
하지만 무상분은 대리점이 학교에서 ‘급식확인서’를 받아 서울우유 본사에 제출하면 본사에서는 급식확인서를 취합한 후 지자체에 청구해 서울우유(조합) 명의 계좌로 수령한다.
급식계약은 학교와 서울우유 양자 간 체결되고, 우유공급확인서 또한 대리점 앞으로 발행되는 것이 아니라 서울우유 명의로 발급됨에 따라 대리점에서는 학교에서 수령해 서울우유 본사에 제출하는 것 외에는 권한과 책임이 없다.
즉 서울우유 본사에서 각 대리점의 공급확인서를 취합해 지자체에 청구한 후 결제 과정상 소요기간 약 60일이 경과된 후 지자체에서 직접 서울우유 본사에 결제함에 따라 대리점에서는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본사에 대금 선납을 해야 했고 지연손해금까지 물어야 했다는 것이다.
우유회사들이 학교 급식을 실시하고 있지만 서울우유 외에는 무상분에 대해 지연손해금을 부과하지 않고 있다.
일방적 계약해지…공정위 “문제없다”
A씨는 대금 선납을 제때 못했다는 이유 등으로 본사로부터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 당했다고 CNB에 밝혔다.
그는 “단순히 미수금이 있다고 2012년 계약해지를 당한 것이 아니라 대구시 학교급식 시장점유율 15%를 차지하는 전문 대리점이라 거래처가 확실하니깐 본사에서 거래처를 뺏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 달에 무상분 2500만원 어치를 해왔는데 2달 뒤에 지자체로부터 결제금이 들어오니깐 본사의 요구대로 5000만원의 대금을 선납했어야 했지만 이행하지 못했고, 결국 미수금으로 약점을 잡혀 계약해지를 통보 받았다는 것이다.
A씨는 “대금 선납을 제외한 실제 미수는 200만원에 불과하다”며 “매달 1억5000만원, 4년 반 동안 6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미수금 200만원에 계약해지를 당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막막한 심정을 토로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서울우유의 손을 들어줬다.
2012년 9월 공정위 대구사무소에 1차신고한 결과 관련 서류의 제출 미비로 계약해지 건에 대해서 문제가 없다는 ‘무혐의’ 판정을 받았고, 자료를 보완해 2013년 1월 재신고를 하자 대구사무소에서 “무상급식분은 문제가 돼 전국 대리점 조사가 필요하다”며 서울사무소로 이관했다.
1년 5개월만인 지난달 공정위 서울사무소의 조사결과가 나왔는데 마찬가지로 무상급식분에 대한 대금선납은 계약조건상 공정거래법을 위반할 정도의 것이 아니며, 무상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지연손해금의 크기도 미미한 수준이므로 불리한 거래조건이 아니라는 ‘무혐의’로 종결됐다.
이에 A씨는 귄리금 한 푼도 못 받고 계약해지를 당하자 수년간 공정위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결국 무혐의 처분이 나와 암담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비슷한 피해를 입고 있는 대리점주들과 연대해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뭘까?
그는 “일선 대리점주들이 자신들에게 피해가 돌아오지 않을까하며 본사의 눈치를 보고 있는 분위기”라며 “같은 시기 계약해지 당했던 6명의 대리점주들과 만나오고 있지만 나이 많으신 분들도 있고 갑자기 하던 일을 관둔 터라 먹고 살기 바빠 여의치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A씨는 공정위와는 별개로 대구지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1심에서는 졌지만 그래도 2심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그는 “1심에서는 미수금 등의 문제가 있어서 정당하게 계약을 해지 한 것이라는 본사 측의 주장을 받아 들였다”며 “하지만 이달 말이나 8월초에 열리는 2심에서는 대금선납으로 인한 지연손해금이 무효면 당연히 미수가 발생 안 됨에 따라 계약해지 자체도 무효라는 부문을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이슈였던 갑을 논란에서 대리점들의 입장을 대리했던 성춘일 변호사는 공정위의 결론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했다.
성 변호사는 CNB와 통화에서 “서울우유가 일방적으로 계약서를 작성해 대리점주들이 읽어보고 사인을 하는 구조는 약관이랑 유사하다”며 “약관규제법에서 설명의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그 조항에 한해서는 일부 무효로 본다”고 전제했다.
이어 “본사에서는 대리점주들에게 무상급식분과 관련한 조항을 자세히 설명해야 하고 설명을 했더라도 해석이 애매할 경우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에 따라 본사 측에 불리하게 적용된다”는 견해를 보였다.
즉 서울우유 본사와 대리점간 계약서상 무상분에 대한 대금선납에 대한 조항이 있더라도 설명의 의무를 제대로 해야 하고 문구가 애매하면 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서울우유와 대리점간의 갑을 논란이지만 대구시도 괜히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무상급식분 지급에 2달가량이 소요되는 이유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CNB에 “학교 우유급식 농식품부 매뉴얼에 따라 공급업체에서 매달 익월 25일까지 시·도로 청구토록하고 있다”며 “고의로 지체한 것이 아니라 단숨에 처리가 어려운 이유는 학교장이 발급한 우유급식 확인서를 일일이 첨부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우유 1곳만이 아니라 대구 관내에 7개 업체가 있는데 늦게 청구하는 곳이 꼭 생겨 경고를 주고 있다”며 “최대한 다음 달에는 지급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우유 “사실과 다르다”
서울우유 본사측은 A씨의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른 부문이 있다고 반박했다.
본사 관계자는 CNB에 “A씨는 학교급식 전문 대리점을 경영, 무상분은 약 15%를 차지하고 나머지 85%가 유상분 영업을 해왔다”며 “경영을 잘 못했고 미수도 많아 계약이 정상적으로 종료된 것이며 본인이 억울하다고 해 공정위에 제소했지만 무혐의로 판결났고 1심 소송에서도 서울우유가 승소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현재는 대금선납을 받고 있지 않다고 분명히 했다.
이 관계자는 “무상급식분에 대한 지연손해금(지체상금)은 2012년 하반기부터 회사 내부적으로 논의를 해 1년 6개월 전인 2013년 1월부터는 90일간 부과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즉 지자체에서 수금하는 기간을 고려한 것으로 입금유예를 함에 따라 대금선납이 없어져 당연히 물어야할 이
자(지연손해금)도 없다는 것이다. A씨와 같은 지역인 대구의 모 대리점주는 이 같은 본사의 주장을 뒷받침 했다.
그는 CNB와 통화에서 “무상분에 관해선 원래 대금선납을 하고 있지 않았다”며 “당연히 지연손해금도 없고 서울우유 뿐만 아니라 타 우유 급식업체들이 무상분에 대해선 전혀 선납을 강요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의 주장은 달랐다.
A씨는 “앞서 본사에서는 올해 6월부터 지연이자를 면제해주고 있는 등 늘 말이 다르다”며 “실제로 오늘(3일)도 대리점 사장과 이야기 했는데 계속해서 대금선납을 하고 있고 너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타 대리점에도 6월부터 지연손해금을 받지 않는다는 본사로 부터의 연락이 왔느냐고 물어봤지만 그런 소리 들은 적 없다고 펄펄 뛰었다는 것이다.
어렵게 CNB와 연락이 닿은 서울우유 모 대리점주 B씨는 신원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조건으로 전화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본사로부터 대금선납이 없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며 “여전히 무상우유 급식분에 대해선 지자체에서 돈이 들어오기 전에 본사에 대금을 선납하고 있다”며 “마감을 못하면 은행이자보다 비싼 연 25%를 내야하기에 대출을 받아 억지로 메우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B씨는 “본사가 대리점을 압박해 미리 돈을 집어넣고 지자체에서 본사로 결제가 된 후 매출이 차감이 되는 방식 즉 나중에 물건 값으로 까나가는 것”이라며 “이자가 많이 붙기 때문에 대금 선납을 안 할 수 없고 본사 측에서 이 부문을 개선을 해준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본사 측에서는 2013년부터 입금유예 90일을 줘 대금선납이 없어졌다고 밝힌 가운데 일선 대리점에서는 아직까지 본사에 선납하고 있는 경우도 있어 보임에 따라 향후 진실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국회 을지로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건의 경우 민원이 들어오지 않아 파악하고 있진 않았지만, 사실 갑을 문제에 있어서 무조건 갑의 잘못으로 보기보다는 을이 잘못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 사건을 접하고 철저한 분석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반적으로 민원인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고 증빙서류를 검토함은 물론 회사 측과의 삼자대면을 통해 갑을 관계에 있어 문제가 있는 지 없는 지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