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채권행사 유예기간인 4일을 하루 앞두고 채권단이 이동통신 3사에 대한 최후 압박에 들어갔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가 채권단이 팬택 회생을 위해 제안한 1800억 공동 출자전환 아이디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지만,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런 가운데 일부 이통사 관계자들은 조심스레 출자전환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 기로에 선 팬택은 과연 회생할 수 있을까? (CNB=정의식 기자)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팬택 본사 사옥 전경(사진: 연합뉴스)
팬택의 명운을 가를 운명의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팬택의 워크아웃 지속 결정 시한인 4일까지 하루밖에 남지않은 현재까지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는 팬택 정상화를 위한 출자전환에 참여할 것인지를 확정하지 못했다.
지난달 23일 산업은행을 비롯한 팬택 채권단은 팬택에서 받을 돈 3000억원을 자본금으로 출자 전환하는 방식으로 회생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이통 3사가 보유 중인 1800억원 규모의 매출 채권을 팬택 지분으로 바꾸는 출자 전환에 4일까지 서면 동의서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했었다.
이통사들이 보유한 매출 채권은 그간 이통사들이 팬택 제품을 판매하면서 고객에게 먼저 지급한 판매장려금 중 아직 팬택으로부터 보전받지 못한 금액이다. 총 매출 채권 1800억원 중 SK텔레콤이 50% 내외를, KT와 LG유플러스가 나머지를 각각 절반씩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사들은 팬택의 워크아웃 지속 결정 시한인 4일까지 매출 채권을 출자 전환할 것인지, 아니면 채권으로 유지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데, 하루 전날인 3일 오후까지도 3사 관계자들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이통사들, 출자 전환 망설이는 이유
이통사들이 결정시한을 코앞에 두고도 입장을 정하지 못하는 것은 팬택의 회생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해도 부담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3사 합해 8조원대에 달하는 연간 마케팅비용을 사용하는 이통 3사에게 1800억원은 결정적으로 큰 금액은 아니다.
다만, 채권단의 요구대로 출자전환을 할 경우 이통사들은 팬택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가 되는데, 그로 인해 팬택에 지속적으로 추가 자금을 투여해야 하는 악순환에 휘말릴 수도 있다. 이통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이다.
현재 팬택은 자본금 2640억8500만원에 부채 9906억9200만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이통 3사가 출자 전환을 한다 해도 사업의 지속을 위해서는 추가 자금이 필요한 상태다.
70만대 내외로 금액으로 따지면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팬택의 스마트폰 재고량도 부담이다.
한편, 이통 3사가 출자 전환을 거부할 경우 팬택은 법정관리 절차로 들어가게 된다. 이 경우 이통 3사는 매출채권을 회수하지 못하게 된다.
금융권의 차입금이 이통 3사의 상거래 차권보다 선순위 채권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팬택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이통사들은 총 채권의 9% 정도밖에 회수하지 못할 것이 확실시 된다.
게다가 이통 3사의 출자 전환 거부로 인해 팬택이 문을 닫게 되면, 대량의 실업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팬택과 협력업체 550여 기업이 고용하고 있는 인력은 7~8만명 내외로 추산된다.
이미 채권단이 3000억원 규모의 출자 전환을 결의한 상태에서 이통 3사가 1800억원 출자 전환을 거부해 팬택이 법정관리되는 것으로 결론날 경우, 이통 3사는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팬택 폐업의 책임까지 뒤집어쓰게 된다.
이통 3사로서는 여러모로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통사들 “어떠한 예단도 내리지 말아달라”
그런 가운데 일부 언론들은 “이통사들이 이미 팬택 출자 전환을 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보도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팬택의 경쟁력이 높지 않아 회생 가능성이 높지 않고, 이 때문에 이통사들이 출자 전환의 ‘무리수’를 두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통 3사 관계자들은 CNB와 통화에서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며 “기한 마감일인 4일까지 어떠한 예단도 내리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가능성은 낮지만 그래도 팬택의 회생에 걸어보는 것이 이통사들을 위해서도 유리한 것이 사실”이라며 “결국은 이통 3사가 출자전환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측했다.
(CNB=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