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SK텔레콤이 ‘광대역 LTE-A 세계최초 상용화’를 발표하고 있다(사진 제공: SK텔레콤)
이미 자신들도 망 준비를 완료했고, 지원 스마트폰을 며칠 늦게 출시하는 것 뿐인데, SK텔레콤이 ‘세계최초’를 과도하게 포장하고 있다는 것.
그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18일 배포하기로 했던 ‘갤럭시 S5 광대역 LTE-A’ 출시 보도자료를 급히 취소하고, 다음날로 연기하는 해프닝이 벌어져 SK텔레콤이 모종의 압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 (CNB=정의식 기자)
SK텔레콤 “광대역 LTE-A 세계최초 상용화”
KT·LG유플러스 “뒷북 자화자찬…의미 안둬”
삼성전자 돌연 ‘신제품 보도자료’ 연기 ‘의문’
업계 “시장 1위 SK텔레콤 눈치 봤을 것”
SK텔레콤은 19일 서울 중구 을지로 소재 SK-T타워에서 간담회를 열고 기존 LTE보다 3배 빠른 ‘광대역 LTE-A’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 했다고 밝혔다.
‘광대역 LTE-A’는 LTE의 후속 기술인 ‘LTE-A’와 ‘광대역 LTE’를 합친 기술로, 이론상 최대 225Mbps 속도를 지원한다. 원래의 LTE 최고 속도는 75Mbps이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그간 서비스했던 ‘LTE-A’와 KT의 ‘광대역 LTE’는 최대 150Mbps 속도를 지원한다.
SK텔레콤은 이번 ‘광대역 LTE-A 상용화가 “현재 LTE를 상용화 한 전세계 107개국 300개 사업자 중 최초”라며 “ICT 강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다시 한번 드높인 쾌거”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에 대해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는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광대역 LTE-A 망을 구축하고 서비스 준비를 끝낸 것은 자신들도 마찬가지라는 것.
이를 지원하는 스마트폰만 출시되면 바로 서비스가 가능한 상황인데 SK텔레콤이 우월한 구매력을 이용해 스마트폰 출시일정을 선점한 후 ‘세계최초’로 과대포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KT는 지난 3월1일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주요 광역시까지 ‘광대역 LTE-A’ 상용화 준비를 마쳤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KT는 “광대역 LTE-A를 지원하는 단말기가 상반기 중 출시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KT는 지난해 미래부로부터 황금주파수를 할당받으면서 다른 이통사가 광대역 LTE-A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한 6월30일까지 광대역 LTE-A 전국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페널티에 묶여 있는 상황이었다.
SK텔레콤이 먼저 광대역 LTE-A 상용화를 시작하면서 페널티도 해제되므로, KT는 다음주초 정식으로 광대역 LTE-A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도 지난 17일 “3배 빠른 광대역 LTE-A 서비스 준비를 마쳤다”며 “이번 주말 갤럭시 LTE-A 단말기가 출시되면 바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SK텔레콤이 ‘세계최초’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우월한 구매력’을 활용한 삼성전자와의 협상력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19일 SK텔레콤을 통해 세계최초의 ‘광대역 LTE-A’ 폰으로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S5 광대역 LTE-A’(사진 제공: 삼성전자)
삼성전자도 주눅 들었나?
삼성전자는 자사의 갤럭시 시리즈를 시장에 빠르게 보급시키기 위해서는 시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SK텔레콤의 국내 이동통신 시장점유율은 여전히 50%를 상회하고 있어 글로벌 스마트폰 1위 기업인 삼성전자로서도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지난 18일 오전 9시경 최초의 광대역 LTE-A 스마트폰인 ‘갤럭시 S5 광대역 LTE-A’의 정식 출시를 알리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가 1시간 후 급히 취소하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삼성전자 측은 “추후 예정된 통신사 행사 일정에 맞춰 보도자료를 배포할 예정”이라 설명했는데,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19일 SK텔레콤이 개최한 ‘광대역 LTE-A 상용화 기자간담회’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말이 돌고 있다. 19일 삼성전자는 전날과 동일한 내용의 보도자료를 다시 배포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CNB와 통화에서 “보도자료 배포를 맡은 홍보대행사 측의 실수였다”며 ‘SK텔레콤 압력설’을 일축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예정대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면 다음날 SK텔레콤의 ‘광대역 LTE-A 세계최초 상용화’ 선언은 김이 빠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삼성전자 측이 1위 사업자의 심기를 건드리기가 부담스러웠을 거라는 게 업계의 추측이다.
SK텔레콤이 과거에도 삼성전자에 압력을 행사해 출시 일정을 변경한 적이 있다는 점도 이런 추측에 힘을 보태고 있다.
삼성전자는 당초 ‘갤럭시 S5’를 지난 4월11일 전세계 동시 출시할 계획이었으나, 보름 앞선 3월27일 국내만 조기 출시한 바 있다. SK텔레콤이 영업정지 일정을 이유로 하루라도 빨리 제품을 내놓을 것을 요구, 결국 국내만 15일 빠른 출시가 이뤄졌었다.
한편, SK텔레콤은 이같은 시각을 적극 부인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CNB와 통화에서 “2011년 LTE 최초 상용화, 2013년 LTE-A 최초 상용화에 이은 이번 광대역 LTE-A 최초 상용화는 남들보다 먼저 망과 단말기를 준비해온 결과”라며 “삼성전자의 신제품 발표 일정에 압력을 넣었다는 것도 소설 같은 얘기”라고 일축했다.
(CNB=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