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너에게 이것만은 말할 수 있다’, photo serigraphy, 65.5×47.5cm, 1964. 광주시립미술관 GMA하정웅컬렉션.
서울 종로구 사간동 소재 갤러리 GMA에서 미국 사회적 리얼리즘의 대표작가 벤 샨(Ben Shahn, 1898~1969)의 전시 ‘벤 샨-기억하는 눈, 기록하는 손’를 7월 20일까지 개최한다.
벤 샨(Ben Shahn, 1898~1969)은 1930년대 경제 공황기 때부터 냉전 시기에 이르기까지 미국미술사에서 ‘사회적 리얼리즘’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힌다. 회화작품은 물론 포스터 디자이너, 삽화가, 사진가 등 다방면으로 활동했다.
미국의 사회적 리얼리즘은 1930년대 대공황기의 미국미술을 주도하던 경향으로 도시 빈민층과 민중의 고단한 삶을 사실적으로 담아내면서 당시 미국의 현실을 반영하고 사회 변화를 꾀하던 참여적인 미술 경향을 말한다.
벤 샨은 대공황기의 유례없는 국가 주도 예술활동에서부터 전후 냉전체제와 추상표현주의의 득세까지 미국현대사는 물론 미국미술사의 가장 극적인 순간들을 경험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노동자에게 예방접종하는 의사’, tempera, 16.5×11.5cm, 연도미상. 광주시립미술관 GMA하정웅컬렉션.
1940년대를 지나며 벤 샨의 작품은 내용과 형식적인 면에서 사회적 리얼리즘이라 단정할 수 없는 복합적이고 다양한 성격을 보인다. 내용 면에서 전 시대의 노동자나 빈민의 삶에 대한 정치적이고 개혁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인간의 보편적 휴머니즘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폭넓어진다.
또한 형식적인 면에서도 고대 그리스·로마 신화 또는 유태인의 문자 등을 이용하여 상징성을 드러냈으며, 색상과 크기를 과장한 인물이나 가면을 선보이는 등 실험성과 추상성을 수용해 나가는 방향으로 변모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재일교포 메세나 활동가 하정웅씨가 기증한 광주시립미술관(관장 황영성)의 소장품으로 구성됐다. 벤 샨의 예술세계는 시대에 대한 역사적 증언으로서의 미술, 소외되고 약한 자들을 위한 기도의 미술 등을 특징으로 하는 하정웅컬렉션과 공통점이 많다.
광주시립미술관 측은 “사회와 인간에 대한 냉철하고도 따뜻한 시선을 담은 이번 전시는 벤 샨의 예술세계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시대와 사회를 바라보는 예술가의 예민한 눈과 그것을 기록하는 예술가의 실천을 통해 미술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에 대해 생각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CNB=안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