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식기자 |
2014.06.10 14:33:28
▲9일밤 휴대폰 커뮤니티에 게시된 수많은 스마트폰 스팟 판매 광고들(사진: 인터넷)
6.9 보조금 대란…갤럭시S5·LG G3 ‘0원폰’
페이백·고가요금제 강요…실제론 공짜 아냐
분기실적·단통법 시행 등 6월 대란 지속 예고
9일 8시경부터 주요 휴대폰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보조금 대란은 자정에 절정을 맞았고, 10일 오전 10시30분에야 종료됐다.
이 기간 동안 온·오프라인의 휴대폰 판매자들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S5, 갤럭시 노트3, LG전자의 LG G3, 애플의 아이폰 5S 등 인기있는 최신 스마트폰들을 최저 0원의 가격에 판매했다.
이들 제품의 출고가가 높게는 100만원대에서 낮게는 80만원대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합법적 보조금 상한선인 27만원을 적용해도 최저 60만원 이상의 불법보조금이 지급된 셈이다.
이날 온라인에는 “최신 폰들에 최대 114만원의 리베이트가 적용됐다”고 주장하는 휴대폰 판매상의 메시지 인증샷까지 등장해 대란의 규모를 짐작케했다.
갤럭시 S4, 갤럭시 노트2, LG G2, 아이폰 5 등 출시일이 1년 이상 된 스마트폰들도 대란에 합류했다. 구형임에도 인기있는 이 폰들은 대부분 할부원금 0원 혹은 5~10만원의 현금을 추가로 제공하는 조건으로 판매됐다.
▲최신폰임에도 0원폰으로 판매된 LG전자의 LG G3(사진 제공: LG전자)
페이백 방식, 소비자 부담 커 ‘위험’
한편, 이번 대란을 “거창하지만 실속이 없다”며 지적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대부분의 판매자들이 할부원금을 깍아주는 방식이 아닌 ‘페이백(PayBack)’ 방식을 채택했고, 고가의 요금제 사용이 필수조건으로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대개 판매자들이 보조금을 휴대폰 할부원금에 대폭 실어 할부원금을 0원 수준으로 깍아주는 방식을 선호한다. 이 경우 매월 부과되는 할부원금이 소액이나 제로가 되고, 추후 해지하더라도 잔여할부금 부담이 적다.
하지만 6.9대란의 판매자들은 예외없이 ‘페이백’ 방식을 요구했다. 페이백은 휴대폰 구입 계약서에는 출고가에서 보조금 상한선인 27만원을 차감한 금액인 5~60만원 내외의 할부원금을 명시하고, 그에 해당하는 금액을 계약 후 익월 혹은 익익월에 계약자의 계좌로 입금해주는 방식을 말한다.
페이백 방식은 판매자가 소비자에게 현금을 입금하고, 소비자는 이용요금을 통해 판매자에게 다시 돌려주는 방식이라,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번거롭고 실익이 없다. 특히 일부 판매자들은 페이백 약속을 지키지 않고 돈을 떼어먹는 ‘페이백 먹튀’를 저지르는데, 이 경우 소비자가 계약서에 명시된 할부금을 전액 부담해야한다.
정황상 페이백 거래로 인한 소비자의 피해가 명백하다해도 먹튀 업체로부터 약속된 금액을 돌려받기는 기술적·법적으로 쉽지 않다. 실제로 ‘거성모바일’이라는 휴대폰 판매업자는 23억원에 달하는 페이백을 가로챈 혐의로 고발되어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다.
이같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판매자들이 페이백을 요구하는 것은 방통위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서다. 계약서 상으로는 방통위의 지침을 지킨 것으로 위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8만원대 고가 요금제 필수…공짜폰 맞나?
이번 대란의 또 다른 특징은 ‘고가 요금제’ 강요다. 대란에 등장한 대부분의 최신 스마트폰들은 이전보다 고가의 요금제를 필수 조건으로 명시했다.
80·85 등 8만원대 요금제가 대부분이었고, 일부는 67·69 요금제를 요구했지만 부가서비스 등에서 추가 부담이 발생해 소비자가 실제 부담할 월 요금은 별 차이없는 수준이었다.
그동안은 최신 스마트폰이라 하더라도 대개 6·7만원대 요금제가 조건으로 붙었는데, 이번 대란은 그 상한선을 한 단계 높인 셈이다.
가장 저렴한 34요금제와 고가의 80요금제는 소비자 실 부담금이 월 3~4만원 가량 차이나게 되고, 3개월 의무사용기간에만 적용된다해도 최소 10~12만원의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게 된다. 공짜폰이 공짜폰이 아닌 셈이다.
▲0원폰 대열에 합류한 삼성전자의 갤럭시 S5(사진 제공: 삼성전자)
영업정지 각오하고 푸는 이유…10.1 단통법 시행 때문?
영업정지가 끝난지 불과 20여 일 만에 대란이 발발한 이유에 대해 각 통신사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상대방이 먼저 시작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라갔을 뿐”이라고 변명했다. 어느 한 기업이 대란의 불을 당기면 나머지 업체들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란의 원인으로 각 기업의 ‘분기 실적높이기 경쟁’을 지목했다. 올 상반기 내내 68일간의 영업정지로 별다른 실적을 올리지 못한 이통 3사가 6월 분기마감을 앞두고 막판 피치를 올려야 할 상황에 처했고, 자칫하면 6월 한달 내내 대란이 끊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이에 대해 CNB와 통화한 한 이통사 관계자는 "실적은 5월말이면 이미 판가름나고, 6월분은 반영폭이 크지 않으므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6월 대란설'을 부정했다.
또다른 이유로는 10월1일로 예정된 단말기유통법 시행이 꼽힌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은 지난 5월2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215인 중 찬성 212인, 기권 3인으로 통과되어 10월1일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단말기별 출고가·보조금·판매가가 사전에 공시되고, 가입유형과 요금제에 따른 지원금 차별이 금지되기 때문에 이통 시장은 여러모로 변화를 맞게 될 전망이다.
단통법이 시행되도 현재의 보조금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이통사로서는 만에 하나 마케팅이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해 단통법 시행 이전에 최대한 실적을 올려놓을 필요가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6월은 10월1일 단통법 실시까지 소비자들을 자사에 묶어둘 수 있는 중요한 시기다. 휴대폰 계약은 소비자에게 최소 3개월의 계약 유지를 의무적으로 강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여러 정황은 6.9대란이 일회성 대란이 아니라 6월 한 달 간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물론 규제당국도 이같은 움직임은 예견하고 있다. 방통위는 이미 지난달 29일 전체회의를 열고 영업정지 이후의 불법 보조금 살포 현황에 대해 사실 조사를 시작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방통위측은 “6.9대란도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는 입장이다.
(CNB=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