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최원석 기자) “세월호 희생자를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미처 꽃 피우지 못한 학생들에게 이 음악을 바칩니다.” -지휘자 홍성택.
강당에는 네오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에드바르트 그리그의 <솔베이지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지역주민과 발전소 직원·가족 등 300여명의 관객들은 숙연한 마음으로 음악을 경청했고, 짙은 어둠이 깔린 창밖에는 국민들의 눈물 같은 굵은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고리원자력본부(본부장 우중본)에서 세 번째로 마련한 ‘고리본부와 함께하는 수요음악회’가 28일 오후 7시에 한빛아파트 대강당에서 열렸다. 세월호 참사로 한차례 연기했던 음악회가 이날 추모음악회 형식으로 마련된 것.
김해시립청소년교향악단과 네오필하모닉오케스트라 음악감독․상임지휘를 맡고 있는 홍성택의 지휘로 오페라 <카르멘>, 영화 <러브스토리>, <캐리비안의 해적>, <태극기 휘날리며> OST, 오케스트라를 위해 편곡된 <아리랑 환상곡> 등 연주가 펼쳐졌고, 테너 이승우와 소프라노 윤선기가 솔로와 2중창을 선보였다.
강당을 가득채운 관람객들은 흔치 않은 오케스트라 연주에 흠뻑 빠졌다. 넓은 강당을 울려퍼지는 웅장한 오케스트라 음향에 갓난아기의 울음소리도 일곱 살배기 장난꾸러기의 투정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요한 스트라우스 <친애하는 후작님>을 노래한 소프라노 윤선기의 독주를 듣던 한 여중생은 “노래 부르는 분의 표정이 너무 재미있고 이렇게 가까이서 듣는 것도 처음이라 신기하고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이날 연주에는 특히 북한 작곡가 최성환의 <아리랑>이 연주돼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 곡은 한민족의 아픔과 고통과 환희를 희로애락으로 섬세한 선율에 담아내 호평을 들었다.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한 음악회는 예정된 1시간의 연주시간을 훌쩍 넘겨 1시간반 동안 계속됐다.
한편, 고리원자력본부에서 클래식과 국악의 만남을 테마로 매달 넷째 주 수요일 개최하는 수요음악회는 내달 25일에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