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합 CONJUNCTION 94-08’, oil on hemp cloth, 194x260cm, 1994. ⓒPark Myung-Rae
최근 한국의 단색화 작품이 세계적인 주목을 끌고 있다. 하종현 작가는 한국 단색화 1세대 작가로, 1975년부터 지속해온 ‘접합’ 연작은 그의 작품세계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대구 중구 봉산동에 위치한 우손갤러리는 지난 40여 년 동안 작업해온 하종현 작가의 ‘접합’ 연작의 절제된 표현을 5월 29일부터 7월 27일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이 연작은 물감으로 캔버스에 붓질하는 기존 회화의 고정관념을 깨고, 캔버스 뒷면에서 물감을 밀어내는 독창적인 방법으로 추상회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가의 ‘배압법’은 미술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그 독창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영국의 저명한 미술이론가 에드워드 루시 스미스는 작가의 ‘접합’ 연작을 “같은 경향의 서양 작품과는 현격히 다른 세계를 구축했다”고 평한 바 있다.
‘접합’ 연작으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기 이전 하종현 작가는 앵포르멜 미술운동과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에서 활동하며 전위작가로서의 행보를 시작했다.
그는 1960년대 중후반까지 앵포르멜 운동에 가담해 뜨거운 추상과 차가운 추상을 다양하게 선보였으며, 1969년 전위적 미술가 그룹인 한국아방가르드협회를 결성했다. 작가는 이 그룹에서 다양한 매체의 물성을 실험해 나갔다. 밀가루와 흙, 솜, 신문지, 종이 등을 이용해 입체적인 작업을 하는가 하면 나무, 철사, 못, 로프 등의 오브제를 이용한 작업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후 1975년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40여 년간 지속된 ‘접합’ 연작은 시기별로 그 모습을 조금씩 변화해왔다.
1970년대 ‘접합’의 초기 실험에서 마대와 물감의 거친 물성을 보여주었다면, 1980년대에는 뒤에서 밀고 앞에서 누르는 힘이 화면 전체에 고루 배분되어 전체적으로 세밀하고 균일한 표현효과를 보여준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은 고요한 동양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흙색, 흰색 외에도 오래된 기왓장 같은 짙은 청색 등 어둡고 선명한 색채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이후의 일이다. 이 시기 연작에서는 크고 활달한 붓질의 흔적과 상형문자 같은 기호가 등장하여 그 역동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2010년 이후 하종현 작가는 ‘이후 접합’ 연작으로 새로운 실험에 도전하고 있다. 이 연작으로 이전 ‘접합’에서 지배적이던 중성적이고 차분한 색상에서 벗어나 화려하게 채색한 캔버스를 잘라 이어 붙인 새로운 작업을 선보인다.
독창적인 작품세계로 한국 단색화의 한 경향을 뚜렷이 보여주는 하종현 작가의 ‘접합’ 연작은 이번 전시에서 30여 점의 작품을 통해 만날 수 있다. (CNB=안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