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stainless steel, wood, 86×6×96cm, 2014. (제공=갤러리 인)
서울 종로구 청와대로에 위치한 갤러리 인에서 5월 29일부터 6월 21일까지 김명범 작가의 개인전 ‘SEESAW’가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타봤을 시소의 구조와 형태를 그대로 은유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시소와 같이 유년기의 추억을 대변하는 놀이기구나 장남감은 과거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기도 하지만, 되돌릴 수 없는 과거라는 점에서 슬픈 느낌이 들기도 한다.
작가는 이렇게 양가적인 감정을 일으키는 ‘시소’를 통해 기쁨과 슬픔, 삶과 죽음, 예술과 노동 등 서로 상반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는지 보여준다.
작가가 작품의 주된 재료로 나무를 사용하는데, 푸르른 나무는 강한 생명력을 상징하지만 그 화려한 절정기를 지나면 서서히 쇠퇴하면서 죽음을 향하기 마련이다. 작가는 무성하게 수많은 가지를 뻗은 나무일수록 죽음과 가까워진다는 역설은 위를 향해 가지를 뻗는 사슴의 뿔과도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사슴은 번식기를 앞두고 뿔의 성장 상태가 절정에 이르는데, 수태한 이후 화려한 뿔은 탈각되어 땅에 떨어지고 다른 생명들의 영양 공급원이 될 뿐이기 때문이다.
김명범 작가는 나무나 사슴의 뿔에서 볼 수 있듯이 생의 절정과 마감, 그리고 새롭게 이어지는 생명의 예감을 통해 삶과 죽음이라는 양가적인 상태를 서로 대치하는 개념이 아닌 순환의 상태로 그려낸다. 여기서 시소의 형상은 그와 같은 순환과 균형의 표현물이 될 것이다. (CNB=안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