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킹 클로디어스’에서 열연한 옥자연(거트루드 역)과 장용철(클로디어스 역). (사진=고온문화예술)
‘오셀로’, ‘맥베스’, ‘리어 왕’과 함께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으로 불리는 ‘햄릿’은 왕의 의문사 이후 왕가를 배경으로 하는 권력과 애정, 음모가 뒤섞인 셰익스피어 문학의 정수을 보여준다.
‘햄릿’은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수많은 해석과 변형이 지속되어 왔고, 한국 연극계에서도 김정옥, 이윤택, 기국서, 김명곤, 박근형, 장진 등 쟁쟁한 연출가들이 자신만의 햄릿을 선보인 바 있다.
극단 이상한 앨리스가 5월 23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예술공간 상상화이트에서 공연하는 ‘킹 클로디어스’는 기존 ‘햄릿’에서 모두가 악인이라 손가락질하거나 극 전개를 위한 일종의 도구처럼 여겨졌던 클로디어스가 주인공인 독특한 작품이다.
원작의 수십 명에 이르는 등장인물과 4시간 여 동안 쉼 없이 이어지는 대사를 대폭 축약해서 매우 현대적인 햄릿을 선보인다. 심지어 햄릿과 비련의 여인 오필리어를 비롯한 많은 핵심인물들이 극중에 등장하지도 않는다.
극단 이상한 앨리스의 ‘햄릿’ 이야기는 죽은 선왕과 등장하지 않는 왕자, 그리고 수많은 인물의 빈자리를 승자이자 패자로 남겨진 클로디어스가 자신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단 두 명의 배우가 등장해 보여주는 추상적인 몸짓과 파편화된 대사로 이야기를 전달하고, 영상을 과감히 도입하고 라이브로 음악을 연주하는 등 이 작품만이 가진 성격은 뚜렷하다.
평면적인 설정에서 벗어나 사건의 주인공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한 클로디어스 역에 중견배우 장용철이 열연을 펼친다. 그리고 한때 형수였고 이후 부인이 된 상대역 거트루드 역으로 신예배우 옥자연이 함께 한다.
‘킹 클로디어스’는 셰익스피어 작품을 다양한 시각에서 해석하는 페스티벌인 ‘2013 마이크로 셰익스피어-햄릿 전’에서 첫 선을 보여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후 인천아트플랫폼, 부산국제연극제 등에 참여하여 호평받았다. (CNB=안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