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이동통신 시장에서 가장 먼저 정상영업을 개시한 KT가 합법적인 ‘0원폰’을 출시하며 바람몰이에 나섰다.
27일 단독영업을 시작한 KT는 갤럭시 S4 미니, 옵티머스GK 등 KT 전용 단말기의 출고가를 대폭 낮췄다.
원래 출고가 55만원이었던 ‘갤럭시 S4 미니’의 출고가를 25만9600원으로 내렸다. 50% 가까운 할인율이다. 출고가 79만9700원이었던 ‘옵티머스GK’도 지난 2월 55만원으로 인하한데 이어 조만간 갤럭시 S4 미니 수준으로 할인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법이 허용하는 한도내인 27만원의 단말기 보조금을 적용할 경우, 실 구매가격이 0원 이하로 떨어진다. 합법적 ‘공짜폰’인 셈이다.
이미 온라인·오프라인의 주요 대리점들은 두 폰을 ‘0원폰’으로 마케팅하며 손님을 끌어모으고 있다. 고가의 요금제를 사용해야하는 조건이 붙었던 ‘눈가리고 아옹’식 공짜폰이 아닌, ‘34요금제’만 사용해도 할부원금이 0원으로 찍히는 진짜 공짜폰이다.
이렇게 KT가 공짜폰을 풀어가며 고객 모집에 열을 올리는 것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KT는 지난 45일간의 영업정지로 인해 시장점유율이 30% 이하로 하락했다. 지난 10년간 지켜왔던 마지노선이 무너진 것이다. SK텔레콤 단독영업 기간에 8만435명의 가입자가 이탈했고 LG유플러스 단독영업 기간인 지난 24일까지 5만6561명이 KT를 떠났다.
약 14만명의 가입자를 빼앗긴 KT는 점유율 만회를 위해 이번 단독영업의 호기를 놓칠 수 없다는 입장이다. KT는 약정기간을 채우지 않아도 휴대전화 할부금과 위약금을 면제해주는 ‘스펀지 플랜’,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출시 등 다양한 마케팅으로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KT의 ‘출고가 인하’ 공세를 지켜보는 SK텔레콤, LG유플러스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CNB와 통화한 한 이통사 관계자는 “영업정지가 끝나면 대부분의 단말기 출고가가 인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통 3사 모두 ‘보조금 경쟁을 지양하고, 서비스와 단말기 출고가 인하로 경쟁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영업정지가 끝나면 KT와 같은 선상에서 출고가 인하 경쟁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영업정지는 각기 5월 19일과 18일까지로 예정됐다.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단말기 제조사들과 협의가 잘 되어야 한다는 전제는 붙지만, 적어도 다음달 중순 이후에는 보다 양질의 단말기를 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통 3사는 올해 들어 공통적으로 “불법 보조금이 아닌 서비스로 경쟁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과연 정부와 국민들의 바램처럼 이통 3사가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불법 보조금에 의존하지 않고 가격과 서비스로 소비자에게 다가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CNB=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