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신, 이범용, 정승 세 작가의 20여 점의 작품이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보편의 사용 가치로 특정된 사물을 전혀 다른 맥락으로 전용한 작업을 통해 기존 사물과 새로운 개념과의 재치 있는 접촉을 시도한다.
김치신은 다리미나 망치 등을 활용해 일상 사물의 용도를 치환하거나 삭제하는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메시지와 사물 사이를 우회적으로 연결한다. 반면 이범용은 나뭇가지, 솔방울 등 자연물이 가진 비정형의 조형을 활용하는 독특한 변주법으로 신비한 자연 속에서의 기억을 불러들인다.
동일한 기존 사물들을 반복적으로 결합하는 정승 작가는 집단을 통제할 때 주로 사용하는 경광등 설치작업을 선보이는데, 폐쇄회로 카메라를 통해 경광등 내부의 움직임도 볼 수 있도록 하여 작가 자신의 목도한 부조리한 사회현상을 다차원적 방식으로 꼬집는다.
용도를 치완하거나 삭제한 이들의 변주법은 주어진 사물에 이색적인 부정교합을 시도해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모더니즘 디자인 교의를 의도적으로 역행한다.
이번 전시에서 매 순간 현대인들과 관계 맺으며 새로운 접점을 일으키는 주변의 사물들은 인식의 발전을 유도할 최적의 매개물로 변주된다. 현대사회의 보편과 합리에 대한 강박을 부조리한 사물을 통해 들여다 본 이 전시는 일반적 통념과 규정 자체를 전복시키며 고정관념에 대해 다른 시선을 제안한다.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