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시장에서 유·무선 통신 및 방송을 패키징한 결합상품의 비중이 나날이 늘어나면서 불공정경쟁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방통위는 최근 LG유플러스측의 신고에 따라 SK텔레콤의 SK브로드밴드 유선 재판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으며, 미래부도 결합상품에 의해 시장이 왜곡되는 현상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도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 보고서’를 통해 결합상품에 대해 한층 심도깊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전편에 이어 이번 회에서는 CNB가 결합상품 시장의 현안과 정부의 제도 개선 의지를 짚어봤다.(CNB=정의식 기자)
[게재순서]
① SK텔레콤·KT 결합상품 시장 나눠가졌다
② KISDI 보고서, 독주하는 SK텔레콤에 날개 달아줄까?
③ 정부, SK텔레콤 유선시장 확장에 제동 걸까?
▲이동통신 3사의 결합상품들(사진 제공: 각사 홈페이지)
유무선 통신과 방송의 결합상품은 전체 가입자의 81.7%가 가입할 정도로 시장에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사업자간 경쟁 및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크다.
결합상품은 과거에는 주로 초고속인터넷과 유선상품간의 결합이 주를 이루었으나, 최근 주력 상품이 이동전화로 변화되면서 이동전화시장의 시장지배력이 결합서비스를 통해 타 시장, 즉 유선·방송시장으로 확산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SK텔레콤 점유율 증가…SO·케이블사업자 점유율 감소
대표적인 것이 SK텔레콤의 유선시장 점유율 확대다. SK텔레콤은 초고속인터넷 재판매 시장에서 3년만에 점유율 12%를 달성하였으며, 반대급부로 기존 SO(System Operator, 종합유선방송사업자) 등 케이블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SK브로드밴드의 IPTV까지 SK텔레콤이 적극적으로 결합판매 영업을 진행함에 따라 SO 사업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LG유플러스는 지난 2월 SK텔레콤을 지배력 전이 및 과다한 재판매 대가 지급을 통한 계열사 부당지원 등의 혐의로 방통위에 신고했다.
LG유플러스측의 신고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초고속인터넷 재판매를 통해 괄목할 만한 숫자의 가입자를 확보했지만, 70% 이상의 재판매 대가 지불, 결합 요금할인, 마케팅비용 지출 등으로 정작 초고속재판매 사업 자체만으로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3사의 영업이익이 모두 흑자임에도, 적자인 초고속인터넷 재판매 사업을 SK텔레콤이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은 해당 상품의 가입기간이 평균 3년 이상인 점을 활용, 이동전화 가입자를 고착화시키고 유선시장으로 지배력을 확대하고자 하는 의도 때문이라는 것이 LG유플러스측의 지적이다.
▲통신사업자들과 SO·케이블사업자들의 결합상품 가입자수 및 비중(자료: 정보통신정책연구원)
KISDI, 결합시장 경쟁 재검토하나?
하지만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이러한 결합시장에 대한 경쟁 상황에 대해 아직까지는 깊이 들여다보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이번 2013년 경쟁상황 평가 보고서에서도 일부 결합시장에 대해 살펴보기는 하였으나 체계적인 검토는 이뤄지지 않았다.
2013년 보고서에서 KISDI는 이동전화가 포함된 결합상품의 시장지배력 전이를 분석한 결과, SK텔레콤의 이동전화 포함 결합상품 가입자 비중은 피결합 가입자 점유율을 상회하지만, 이를 SK텔레콤의 이동전화 지배력이 타 서비스로 넓혀지는 것으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내년 2월 공개될 ‘2014년 경쟁상황 평가 보고서’에서 결합시장에 대해 보다 면밀하게 검토한 내용을 담겠다는 것이 KISDI의 입장이다.
이용자들이 대다수 가입하고 있는 결합상품에 대해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다 심도 있는 검토가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의 경쟁상황 평가 및 규제 프로세스(자료: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래부, 결합상품 판매제도 개선의지 피력
KISDI 경쟁상황 평가 결과 SK텔레콤의 이동전화 시장지배력이 결합상품 시장까지 확장되었다고 판단된다면, 정부는 이를 근거로 SK텔레콤에 대해 시장점유율 제한, 인가조건 강화 등의 규제가 가능하다. SK텔레콤의 이동전화 시장지배력 전이에 제동이 걸리게 되는 것이다.
업계는 SK텔레콤이 이동전화 시장의 압도적인 지배력을 유선시장으로 확장시키는 것을 방지하려면 결합상품 시장에 대한 경쟁상황 평가가 체계적이고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진다해서 효율적 규제 조치가 바로 시행된다는 보장은 없다.
지난해 12월 방통위의 불법보조금 제재 당시에도 SK텔레콤이 주도사업자로 밝혀졌지만, “1위 사업자에 대해 선별적 제재 조치를 취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번복하고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지 않아 ‘봐주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지난 11일 제주에서 열린 케이블쇼에서 미래부 방송진흥정책관 박윤현 국장이 결합서비스 판매 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반 구성을 언급해 결합상품제도 개선 논의는 어떤 식으로든 진행될 전망이다.
박 국장은 “방송통신 결합판매가 약정에 결합이 과도하게 되는 것은 다시 한번 되짚어봐야 한다”며 “올해 안에 연구반을 가동해서 결합상품이 시장에 미치는 왜곡 현상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을 펼치겠다”라고 밝혔다.
(CNB=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