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하면 건강해진다.’ 운동과 건강의 연관성,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하지만 ‘운동을 하면 머리가 좋아진다.’라는 말은 생소하다.
운동과 머리, 즉 신체와 뇌는 별개의 것으로 인식됐다. 최근 이러한 인식을 반하는 주장들이 뇌과학(neuroscience)을 중심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중 주목해야 될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운동기술 수행과 학습에 관여하는 뇌 영역이 동일하다는 점이다. 뇌 영역 중 대뇌 피질과 소뇌는 인지와 관련된 역할을 담당한다. 적절한 운동은 뇌의 기능을 최대한 사용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정규수업 전에 이뤄지는 미국 네이퍼빌 고등학교의 0교시 체육사례는 이러한 주장을 입증해준다. 0교시 체육이 시작된 이후 네이퍼빌 고등학교의 재학생들은 놀라운 변화를 경험했다.
학생 대부분의 성적이 올랐고, 과체중 학생의 비율도 감소했다. 이들의 ACT(대학입학시험) 성적은 일리노이주 평균점수보다 3.7점 높았고, 과체중 학생의 비율은 3%밖에 되지 않았다. 과체중 청소년의 비율이 전체 20%를 상회하는 미국의 현실을 감안했을 때 놀라운 결과다.
전국의 수재들이 다닌다는 서울과학고와 민족사관고 학생들은 공부와 운동을 병행한다. 건강한 몸과 체력이 뒷받침돼야 학업에 열중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매일 아침 운동을 한다.
둘째, 신체활동을 통해 뇌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다. ‘뇌는 신체활동을 지배한다.’고 믿어왔다. 신체활동을 통해 뇌의 여러 영역이 활성화되고, 특히 소뇌와 기저핵 영역에서는 인지와 운동을 통합적으로 처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신체활동을 함으로써 신경세포성장인자가 많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즉 뇌와 신체활동 간의 관계는 일방이 아닌 쌍방통행이다. 고려대학교 체육교육과 류태호교수의 말대로 신체활동은 친(friendly)-뇌적 활동이자, 전(all brain)-뇌적 활동이다.
그렇다면 매일 운동을 하는 직업선수들은 똑똑할까?
예전에는 운동선수는 운동만 해서 ‘무지할 것’이라는 것이라는 사회적 통념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바뀌었다. 일명 김연아의 ‘평창 프레젠테이션’은 대표적 예이다. 검정드레스에 우화한 손동작과 표정, 확신에 찬 목소리까지 더해진 그녀의 프레젠테이션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그녀의 빙판위의 연기와 견줄 만큼.
전문 운동선수의 영어 프레젠테이션 대본이 영어 교재로 사용됐다. 김연아의 프레젠테이션 대본을 외우고, 눈빛 표정 손동작을 연습한다. 3분이 채 안 되는 한 국가대표 운동선수의 짧은 연설, 그동안 운동선수에 대한 사회적 통념, 고정관념의 틀을 바꿨다. 누구도 그녀를 운동만한 무지한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아름다운 외모, 출중한 운동실력과 함께 지적능력까지 겸비한 선망의 대상이다. 김연아는 ‘운동도 머리가 좋아야 한다.’는 가설을 입증한 셈이다. 고등학교 2학년 말 야구선수에서 학업으로 전향한 이종훈씨(2009년 사법고시 합격자), 체육특기자 전형이 없는 서울대 체육교육과에 입학한 야구선수 이정호군 등의 사례는 이를 뒷받침 해준다.
인간은 동물(動物)이다. 즉 움직이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움직이지 않는 동물은 식물이나 다름없다. 즉 인간에게 움직임은 본능이자 살아가는 이유이다. 움직임이 없는 동물은 죽은 것과 다름없다. 이제는 바뀌어야한다. 입시의 굴레, 주지(主知)교과 위주 학업생활의 틀을 벗어나 어린 청소년들의 신체활동을 적극 장려해야한다. 신체활동과 병행 된 학습이야 말로 건강한 삶을 유지하며 효율적으로 학습하는 지름길이다. 본능을 저버리지 말자. 살아있는 것은 움직인다.
글쓴이 임용석은?
고려대학교에서 스포츠 교육학과 인권을 강의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을 한 그는 청소년농구 대표를 지낸 전도유망한 선수였다. 불의의 사고를 계기로 책을 쥔 그는 학생선수의 교육 및 교육과정에 대해 관심이 많다. 또 스포츠 현장에서의 훈련성과와 인권 등도 깊이 연구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체육교육과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