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시장에서 유·무선 통신 및 방송을 패키징한 결합상품의 비중이 나날이 늘어나면서 불공정경쟁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방통위는 최근 SK텔레콤의 SK브로드밴드 유선 재판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으며, 미래부도 결합상품 연구반을 구성, 결합상품에 의해 시장이 왜곡되는 현상을 바로잡겠다고 발표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도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 보고서’를 통해 결합상품에 대해 한층 심도깊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CNB는 전편에 이어 SK텔레콤의 공격적인 결합상품 공세를 짚어봤다.(CNB=정의식 기자)
[게재순서]
① SK텔레콤·KT 결합상품 시장 나눠가졌다
② KISDI 보고서, 독주하는 SK텔레콤에 날개 달아줄까?
③ 정부, 결합상품제도 본격 개선에 착수
▲SK텔레콤이 지난해 7월 출시한 유무선 결합상품 광고(사진 제공: SK텔레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2013년도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 보고서’에서 “SK텔레콤(이하 SKT)의 이동전화를 포함한 결합상품 점유율(45.6%)이 전체 이동전화 점유율(50.3%)을 하회하고 있어, 이동전화 서비스의 시장지배력이 결합시장으로 전이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SK텔레콤의 이동전화 결합상품 점유율이 매년 증가했지만 SK브로드밴드의 점유율은 감소했다며,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SK텔레콤이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국책연구기관의 평가는 이동전화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결합시장에서도 50%가 넘는 지배력을 확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동전화 시장과 유선전화·인터넷 시장은 오랫동안 별개로 작동해왔으며, 유선시장의 지배력은 KT가 더 강하고 SK텔레콤이 도전하는 입장이었다는 것을 KISDI 연구원들이 간과한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2013년도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 보고서’ 표지(사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KISDI 보고서, SK텔레콤 50% 지배력 인정?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이 보고서의 결론을 근거로 SK브로드밴드 재판매를 통한 결합상품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노골적으로 강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과거 2005년 KT의 PCS 재판매와 관련해 논란이 일자, SK텔레콤은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며 KT의 재판매 등록취소 또는 조직분리를 강하게 요구한 바 있다. 이에 KT는 정부의 권고를 받아들여 시장점유율을 6.2%로 제한하는 등 자율 규제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비슷한 상황임에도 어떠한 규제도 받고 있지 않고 있다. 통신환경이 점차 이동전화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는 현재, SK텔레콤이 추진하는 유선시장으로의 지배력 전이는 과거 KT의 경우보다 훨씬 영향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 연도별 초고속 인터넷 순증가입자 현황(단위: 천명)(자료: 정보통신정책연구원)
KT·LG유플러스 ‘주춤’…SK텔레콤 ‘독주’
실제로 SK텔레콤은 전체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성장이 정체되고 KT와 LG유플러스의 시장점유율이 고착화된 와중에도 홀로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2013년 11월 유선 통신서비스 가입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SK텔레콤은 재판매를 시작한 2010년 이후 유선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KT보다 1.5배 많은 초고속 순증가입자를 끌어 모으며 통신 4사 중 순증 점유율 70.7%를 달성, 정체된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절대 강자로 급부상했다.
전체 누적 가입자에서도 연평균 61.5%의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증가율을 보이며 시장 점유율을 9.1%까지 늘려 현재 170만명의 가입자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KT의 점유율이 0.4%, LG유플러스가 0.2%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이처럼 SK텔레콤은 기존에 확보하고 있는 막강한 유통망과 브랜드 파워, 월등한 자금력 등을 바탕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결합상품 시장에서의 지배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3회에 계속)
(CNB=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