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검찰총장을 포함한 검사들을 탄핵 절차 없이 일반 공무원처럼 파면시킬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일명 ‘검사파면법’을 발의하자 국민의힘과 검찰에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는 등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4일 김병기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로 최대 징계가 해임 수준인 ‘검사징계법을 폐지’하는 법안과 ‘검사는 탄핵이나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지 않는 한 파면되지 않는다’는 조항을 삭제한 ‘검찰청법’ 개정안을 국회사무처 의안과에 제출했다.
아울러 검찰청법에 제36조의 2항을 신설해 징계 종류에 ‘파면’을 추가해 검사들도 일반 공무원처럼 징계위원회에서 파면할 수 있도록 했으며, 또한 검사 신분인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법무부 장관이 청구하도록 해 탄핵 없이 징계로만 파면할 수 있게 했다. 민주당은 법안을 연내 처리할 계획이며, 법은 공포 즉시 시행된다.
이와 관련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회 탄핵에 의해서만 검사를 파면할 수 있게 한 조항을 없애고 일반 공무원처럼 국가공무원법을 준용해서 징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법안을 발의했다”며 “연내 처리를 목표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원내대변인은 “검찰총장도 검사이므로 당연히 (파면) 대상이 되며 (법안 통과 시) 소급 적용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하면서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내년 10월 검찰청이 폐지되는 것과 관련해 “검찰청이 내년에 폐지되기 전까지는 여전히 검찰청이 존재하므로 검찰청법을 우선 개정하는 것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도 이 법을 준용하도록 하는 내용도 부칙 조항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날 검사파면법 제출에 동참한 같은 당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검사파면법 통과에 따른 정치적 외풍 우려와 관련해 “오히려 검찰에 대한 민주적인 통제를 강화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직 윤리 기준을 확립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검사도 행정 공무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검사파면법’은 명백한 정치 보복이자, 검찰을 정권의 시녀로 만들기 위한 ‘검사 길들이기’, ‘검찰 학살’”이라며 “결국 이재명 대통령의 12개 범죄혐의와 5개 재판을 모두 무력화하려는 전형적인 방탄 입법”이라고 맹공했다.
그리고 같은 당 곽규택 원내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단순히 보면 검사 징계를 강화하는 법처럼 보일 수 있으나 검찰총장을 포함한 모든 검사를 탄핵 절차 없이도 일반 공무원처럼 즉시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목숨줄 법’”이라며 “사실상 민주당이 검찰의 신분과 인사 전반을 손아귀에 넣겠다는 의도를 더 이상 숨기지 않겠다는 공표”라고 규탄했다.
또한 같은 당 정희용 사무총장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항소포기 사건에 대해 구체적인 지시나 명령을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민주당은 항명을 했다고 하면서 검사파면법까지 발의하겠다고 한다”며 “민주당의 주장대로라면 명령을 인정하는 것인지 먼저 묻고 싶다”고 민주당의 모순적인 행태를 지적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검사파면법이 발의되자 검찰 내부에서도 “검사의 징계 수준을 일반공무원과 동일한 기준으로 조정해 정치적 중립을 훼손했다”는 지적과 함께 “지난 윤석열 전 대통령 즉시항고 포기 결정 때 집단행동을 했어도 항명이냐”고 반문하며 “여당에서 주장하는 ‘항명’이라는 단어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비판하는 등 그동안 쌓였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실제로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로 물러난 노만석 전 검찰총장 대행도 퇴임식에서 “검사들이 ‘항명’한 것이 아닌 ‘우려’를 전한 것 뿐”이라며 “최근 일련의 상황에 대해 검찰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우리 검찰의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스스로 물러나는 만큼, 일각에서 제기되는 검사들에 대한 징계 등 논의는 부디 멈추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