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열전] “이자수익 넘어 생산적 금융으로”…신한금융 진옥동號의 도전

도기천 기자 2025.10.29 09:25:13

사상최대 실적→리딩뱅크 탈환→5조 클럽
시즌2는 ‘이자장사’ 넘어 ‘생산적 금융’으로
실적·李정부 관계·리더십, 3박자 모두 갖춰
연임은 시작일 뿐…‘성장·상생’ 모두 잡을까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7월 1일 경기 용인시 신한은행 블루캠퍼스에서 열린 ‘2025년 하반기 경영포럼’에서 인공지능(AI) 실습 중인 경영진들과 담소를 나누다 크게 웃고 있다. (사진=신한금융)

사상 최대 실적으로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한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이재명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정책에 발맞춰 그룹의 체질개선에 나섰다. 기존 가계·부동산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과감한 미래산업 투자를 통해 ‘성장과 상생’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이다. CNB뉴스가 진 회장의 도전 여정을 따라가 봤다. (CNB뉴스=도기천 기자)




진옥동 회장은 상고(덕수상고) 출신의 불리한 핸디캡을 딛고 오직 실력으로만 승부해 그룹 회장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오사카지점장, SBJ은행(일본 현지 법인) 법인장 등을 지내며 10여년 간 일본에서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다져온 ‘일본통’으로 통한다. 재일교포 대주주모임 ‘간친회’와 끈끈한 관계를 맺는 등 교포 사회서도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은행 창립을 주도했던 재일교포들은 현재도 15~20% 안팎의 지분을 보유하며 그룹 경영 전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신한금융 사외이사 9명 가운데 3명(김조설·배훈·전묘상)이 재일교포다.

일본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진 회장은 2023년 신한금융의 수장 자리에 올라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취임 이듬해 신한금융의 핵심인 신한은행이 3조695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5년만에 하나은행을 제치고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신한금융의 올해 순익 컨센서스는 지난해보다 13.5% 증가한 5조523억원으로 사상 최대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4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금융) 중 최고 성장세다.

특히 시중금리가 최고점을 찍고 하향 추세인 상황에서 비이자 부문이 성장을 견인했다는 점에서 더욱 눈에 띈다. 익스포저 축소와 충당금 선제 적립으로 부동산 PF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한 점도 주효했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평직원과도 스스럼없이 소통하는 친화적 리더십의 CEO로 알려져 있다. 진 회장이 지난달 1일 서울 중구 신한금융 본사에서 열린 ‘창립 24주년 토크콘서트’에서 사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신한금융)
 

‘이재명표 청사진’ 보조 맞춰 경영혁신



진 회장의 다음 목표는 담보 위주의 안일한 영업 관행을 타파하고 포용적 미래금융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과감한 사회적 투자를 통해 미래산업의 첨병역할을 수행하자는 것인데, 이는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금융의 본질’이라는 진 회장의 경영 철학과 맞물려 있다.

진 회장은 지난달 10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에서 “담보 위주의 쉬운 영업의 원인은 금융권에 선구안이 없기 때문”이라며 “정확한 신용평가 방식과 산업 분석 능력을 개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달 ‘신한이 그리는 2040 금융의 미래’ 토크콘서트에서는 “금융사가 자금을 주고받는 모두에게 이익이 되게 하려면, 우리 사회의 성장을 북돋는 이타적인 역할을 적극 수행하는 생산적 금융을 구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한금융은 이를 위해 최근 신한은행 내에 애자일(Agile) 전담 조직을 꾸렸다. 애자일 방식은 부서 간 경계를 허물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도입됐다. 신설 조직은 첨단산업 육성과 밸류체인 분석을 중심으로 성장지원 방안을 설계하고 있다.

특히 이재명 정부의 ‘초혁신경제 15대 선도 프로젝트’를 뒷받침하기 위해 △15대 프로젝트 영역별 연구·조사 △정부 투자 유망업체와 밸류체인상 우량기업 발굴 △산업분석·심사지원 기능 강화 △초혁신경제 금융지원 프로그램 개발 등을 핵심과제로 설정했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8월 28일 제주도에서 이틀간 열린 ‘신한금융그룹 애널리스트 데이’에 참석해 강연하고 있다. (사진=신한금융)

신한은행은 진 회장의 구상에 따라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고 금융 책임을 강화하는 ‘포용금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민금융상품인 ‘새희망홀씨대출’ 우대금리를 1.8%p까지 확대해 금융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금융 선구안 인턴 프로그램’, ‘학력·연령 제한이 없는 영업점 창구업무 지원인력’도 신설했다. 또한 전문적인 심사 역량을 바탕으로 AI 등 첨단전략산업 분야의 유망 기업을 조기에 발굴, 적시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가고 있다.

진 회장의 이 같은 혁신 경영은 ‘이재명표 청사진’과 맞닿아 있다. 현재 정부는 가계·부동산에 쏠린 금융자금을 기업과 모험자본으로 유도하는 ‘생산적 금융’을 핵심 금융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와 함께 ‘포용금융’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고 금융의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구상도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 정부는 공공 75조, 민간 75조로 구성된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해 서민금융대출 확대, 배드뱅크 지원, 인공지능(AI) 분야 등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李-금융권 가교 역할…차별화된 경쟁력 ‘과제’



진 회장은 정부와 금융권 간 가교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달 이 대통령의 미국 유엔총회에 일정에 동행해 뉴욕증권거래소 타종 행사, 국가 IR(투자설명회)에 함께 하며 ‘금융외교’에 힘을 보탰다.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 때는 민간금융사 CEO 중 유일하게 초청받아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을 금산분리 규제서 제외해 달라’고 건의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중앙대 법대 출신이고, 진 회장은 중앙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인연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국회 국정감사 증인 명단에 금융지주 회장 및 은행장들이 모두 제외된 것을 두고 진 회장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CNB뉴스에 “두어달 전까지만 해도 대통령실은 물론, 여당까지 은행의 이자 장사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금융권 물갈이론’이 나오기도 했지만, 최근 달라진 기류를 보면 정부·여당이 금융권을 압박하기보다 ‘활용’하려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며 “진 회장은 가계대출, 부동산 등 민감한 정책이슈가 발생했을 때도 당국과 마찰을 빚지 않고 조율에 집중해온 친화적 리더십의 CEO라 정부-금융권 간 소통창구 역할의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사 사옥. (사진=신한은행)

진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26일까지 다섯 달 남짓 남았지만, 그 간의 성과와 정부와의 가교 역할 등을 고려할 때 연임이 확실시되고 있다. 9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3명이 재일교포라는 점도 ‘일본통’인 진 회장 연임에 무게를 싣는다. 무엇보다 신한금융에는 조직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전통이 있어 첫 임기를 마친 회장이 연임하지 않은 사례가 없다.

다만 진 회장이 신한금융의 ‘시즌2’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는 여전한 숙제다. 정부의 포용금융, 미래투자를 신한의 경쟁력과 어떻게 연결지을 것인가가 관건이다. 진 회장 입장에서는 ‘수익’과 ‘상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CNB뉴스에 “진 회장이 생산적 금융정책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다 그간의 경영성과를 고려하면 연임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비은행 부문 강화, 디지털 전환, 급변하는 글로벌 금융환경 등에 있어 어떻게 차별화된 성장 전략을 보여주느냐가 다음 임기의 핵심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CNB뉴스=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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