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차 알아가요] ‘블랙’에 빠진 현대차그룹

선명규 기자 2025.08.19 09:54:44

영화 속 상남자들이 모는 ‘블랙에디션’
고급스럽고 강인한 이미지 부각 최적
포르쉐 등 럭셔리카 브랜드들도 선택
‘겉검속검’까지 만든 현대차그룹 차량
승용차부터 SUV까지 다양하게 선보여
 

 

제네시스 G90 롱휠베이스 블랙 외장 이미지 (사진=제네시스)

새로운 차가 또 나왔습니다. 페이스 리프트(부분 변경)와 풀체인지(세대 변경) 모델의 출시 주기가 빨라졌습니다. 요즘은 단종된 차량을 재조명하는 헤리티지 프로젝트가 활발해 역사 속 차량도 곧잘 소환됩니다. 일정한 간격으로 나오는 연식 변경 모델은 지금도 준비 단계에 있습니다. 이렇듯 여차저차해서 새로운 차는 또 나옵니다. 이번엔 얼마나 새로워졌고 무엇이 특별나졌는지 알짬만을 골라 정리했습니다. 이 코너를 통해 차차 알아가 보면 어떨까요? <편집자주>


 


장르는 다르지만 영화 존 윅(2015)과 트랜스포터(2003)는 닮았다. 먼저 강렬한 쉐이빙 폼 냄새 풍길 듯한 남자들이 나온다. 장발의 키아누 리브스와 민머리 제이슨 스타뎀이 각각 주연을 맡았다. 두 영화는 자동차가 주요한 역할로 등장하는 것도 유사하다. 복수극의 단초, 카 체이스(자동차 추격 장면) 같은 결정적 흐름에 그들의 애마가 나와서 장면을 훔친(신 스틸)다. 본인의 긴 머리칼처림 덥수룩하게 기른 수염, 빈약한 머리숱과는 달리 풍성한 수염의 이 상남자들이 모는 차는 아무래도 남다를 터. 존 윅에서는 포드의 머슬카 머스탱 마하1, 트랜스포터에서는 BMW 7시리즈 E38이 운전자만큼이나 남성미를 과시한다.

자세히 보면 닮은 점은 또 있다. 두 차량의 색이다. 검디검다. 검은색은 고급스러움과 강인함을 동시에 상징한다. 맵시로운 블랙 슈트를 빼입고 액션을 펼치는 장발의 존 윅과 민머리 스타뎀에게 다른 색상의 차는 떠올리기 어렵다. 그만큼 제격이다.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이 특별 제작한 이른바 ‘블랙에디션’을 선보이는 이유다. 럭셔리에 야성미를 더하는 것이다. 지난달 포르쉐가 전기차 스포츠카 ‘타이칸 4 블랙 에디션’과 ‘타이칸 4S 블랙 에디션’을 국내에 출시한 것이 대표적 예다.
 

제네시스 G90 롱휠베이스 블랙 내장 이미지 (사진=제네시스)

 


세련미, 야성미 다잡는 ‘블랙’



국내선 현대자동차그룹이 첫손에 꼽힌다. 계열사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기아 등에서 폭넓게 블랙에디션을 선보이고 있다.

그중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브랜드란 정체성에 맞춤하게 다채로운 ‘검은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G90 블랙, G80 블랙, GV80 블랙, GV80 쿠페 블랙 등이다. 주요 모델에 ‘블랙’이 따로 있는 것이다.

정점은 해당 라인업의 최상위 플래그십인 ‘G90 롱휠베이스 블랙’이다. 지난 3월 출시된 이 고급 차량은 ‘겉검속검’이다. 외장과 내장 모두 검게 단장했다. “고급감을 향상시킴으로써 최고급 세단의 가치를 고객들에게 전달한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외관의 경우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과 엠블럼, 전면 범퍼 인테이크 몰딩, 후면 범퍼 하단부 몰딩 등에, 실내 공간은 주요 버튼과 스위치, 가니쉬, 스티어링 휠 및 패들 시프트, 멀티펑션, 도어스텝 등에 모두 까만색을 입혔다.

흑색은 차별화를 위한 포인트로도 활용된다. 기아가 지난 4월 뉴욕 오토쇼에서 공개한 플래그십 전기 SUV ‘EV9 나이트폴(Nightfall) 에디션’은 외관 전반에 전용 블랙 디테일을 적용했고 실내는 블랙 인테리어 테마로 완성했다. 같은 차종 다른 라인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2026 싼타페 블랙 익스테리어 (사진=현대차)

 


SUV 삼형제도 검은 DNA 이식



현대차는 이달 초 검은색을 고루 묻힌 SUV 삼형제를 선보였다. 대표 SUV 싼타페와 투싼의 연식변경 모델 ‘2026 싼타페’와 ‘2026 투싼’, 그리고 소형 SUV 코나의 신규 디자인 패키지 ‘코나 블랙 익스테리어’에 블랙 DNA를 심은 것이다.

2026 싼타페는 라디에이터 그릴, 엠블럼 등에 블랙 컬러를 적용한 ‘블랙 익스테리어’와 기존 트림인 블랙잉크에 블랙 사이드스텝과 전용 도어스팟램프를 추가한 ‘블랙잉크 플러스’를 새롭게 추가했다.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려는 시도다. 2026 투싼도 마찬가지로 블랙 컬러의 전·후면 범퍼가 도드라지는 ‘블랙 익스테리어’를 운영한다.

‘코나 블랙 익스테리어’는 바디컬러 클래딩, 라디에이터 그릴 몰딩, 스키드 플레이트, 스포일러, 엠블럼 등에 검은색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유튜브 채널 '동네친구 강나미' 갈무리

 


블랙과 핑크는 취향 문제



블랙이 득세하는 와중에 대척점에 선 세력도 봉기했다. 진분홍색으로 랩핑된 고가의 스포츠카가 도로와 인터넷 등지에서 속속 목격되면서 핑크에디션의 존재감이 부각된 것이다.

방송인 강남도 동참했다. 얼마 전 강남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의 제목은 ‘2억짜리 포르쉐 페인트칠해서 공주대접하기’. 여기서 공주는 그의 아내이고 고가의 블랙 포르쉐 파나메라 주인 역시 아내이다.

도발 지점은 강남이 선택한 페인트색인데 핑크다. 시리도록 눈부신 분홍색의 향연. 불현듯 낯설어진 자신의 차를 본 아내인 전 스피드스케이팅선수 이상화는 말한다. “미쳤나봐” 블랙이든 핑크든 결국 취향 문제다.

(CNB뉴스=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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