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후반전...‘명태균 블랙홀’에서 빠진 국회

심원섭 기자 2024.10.21 12:04:47

명태균 ‘살라미 폭로’에 국감은 ‘진흙탕 싸움’…상임위 9곳 공방 예고

‘핵심 인물’ 강혜경, 野주도 법사위 증인 참석…폭로 예고에 정쟁 격화

 

명태균씨(오른쪽)와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 (사진=명태균씨 SNS 캡처)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을 폭로한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살라미식’ 폭로를 이어가면서 여의도 정가를 요동치게 하고 있는 가운데, 반환점을 넘어 후반전에 접어든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명태균 블랙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여야가 진흙탕 싸움에 빠진 형국이다.

더구나 명씨는 윤 대통령 부부는 물론, 수많은 여권 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폭로성 이슈를 잘게 쪼개듯 던지는 가운데 오락가락하는 듯한 발언으로 여의도 정치권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실제로 명 씨가 공개한 김 여사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중 등장하는 ‘오빠’라는 단어의 정체를 놓고 빚어진 논란이 대표적으로 김 여사가 명 씨에게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주세요’라고 말한 대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정치권에서는 김 여사가 지칭한 ‘오빠’가 윤 대통령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자 범야권은 김 여사의 ‘국정 개입’ 의혹에 불을 지피며 파상 공세에 나섰으며, 대통령실은 “이 ‘오빠’가 윤 대통령을 지칭한 것이 아니라, 김 여사의 친오빠”라고 밝혔으나, 이후 명 씨가 “김 여사 친오빠는 정치적인 것을 논할 상대가 아니다”라고 폄훼하자 다시 의혹이 증폭됐다.

그러자 명 씨는 사흘 뒤 “‘오빠’는 김 여사 친오빠가 맞다”면서 “일부 언론에 골탕을 먹이려고 일부러 ‘오빠’가 ‘친오빠’가 아닌 대통령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농담했다”고 말하는 등 발언이 오락가락했다.

또한 명씨는 김 여사와 나눈 카톡을 공개한 뒤 “내가 알기로는 그런 것 한 2천장은 된다. 여사, 대통령 다 있다”고 추가 폭로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한 뒤 “일부 기자들에게 ‘캡처 2천장이 저장된 휴대전화를 땅 밑에 묻어놨다’고 농담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명 씨 발언, 한 마디 한 마디에 대통령실을 비롯한 여의도 정치권이 흔들리는 모습이 한국 정치문화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회는 오늘 대검찰청을 대상으로 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는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을 가장 먼저 폭로했던 강혜경 씨가 증인으로 출석하는 등 상임위 9곳에서 명태균·민원사주 의혹 등 치열한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강씨는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 책임자이자 보좌관 출신으로 김 여사 의혹을 제기한 핵심 인물인 명 씨의 여론조사회사에서 실무를 맡았는데, 최근 한 유튜브 방송에 나와 윤 대통령에게 제공한 여론조사 대가로 김 전 의원이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을 받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명 씨의 여론조사 조작 의혹이 대통령실과 무관하다는 걸 입증하는데,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은 명 씨 관련 의혹을 국정농단 이슈로 키우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여야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과 관련, 민주당이 추진하는 심우정 검찰총장 탄핵소추를 놓고도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앞서 법사위는 지난 11일 전체회의를 열어 오늘 열리는 대검 국감의 증인으로 강씨를 채택하는 안을 야당 주도로 의결했다. 의결에 앞서 국민의힘은 “법사위 다수를 점한 야당이 일방적으로 국감 증인을 채택하려 한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증인은 단 1명도 채택하지 않고 오로지 정치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민주당 측 증인만 일방적으로 채택하고 있다”고 비판한 반면, 민주당 김승원 의원은 “국민들이 의혹을 가진 명 씨와 국민의힘 김 전 의원을 국감에 출석시켜 서로 간의 대질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이 엇갈렸으나 결국 이 안건은 거수표결에 부쳐졌고, 재석 총 16인 중 찬성 11인 반대 5인으로 가결됐다.

이와 관련, 비교적 여의도 정치권 소식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진 한 정치학자는 21일 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명태균 사태를 보면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정치 문화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명태균 사태를 우리나라 정치문화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국민적 정치 불신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오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대상으로 열리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이른바 ‘민원사주 의혹’을 두고 여야의 격돌이 예상되는 가운데 과방위는 지난달 30일 이 문제를 두고 청문회를 열었으나 당사자인 류 위원장은 불출석하고 국민의힘 의원들도 청문회 강행에 반발하며 퇴장한 바 있다.

또한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소비자원,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소상공인의 배달 플랫폼 수수료 문제, 티몬·위메프(티메프) 미정산 사태 등이 다뤄질 것으로 보이며, 기획재정위원회는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조폐공사 등을 대상으로, 국토교통위원회는 한국도로공사 등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CNB뉴스=심원섭 기자)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