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통] 점포수 경쟁 숨고르기…‘내실 강화’로 눈 돌린 편의점들

홍지후 기자 2025.06.18 09:35:36

매장 수 감소에 실적도 역주행
특화 매장·제품 다양화로 돌파구
스포츠·뷰티·패션 등 주제 다양
앨범판매점 같은 편의점도 등장

 

점포 수도, 영업익도 줄고 있는 편의점 업계가 돌파구를 찾고 있다. GS25·CU·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3사는 실적 개선의 묘수로 우선 ‘특화 매장’을 꼽았다. 지난 10일 방문한 ‘뮤직 라이브러리’ 콘셉트의 CU 에이케이&홍대점. 방문객이 앨범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홍지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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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먼데이, 튜스데이, 웬스데이 (…) 새러데이, 선데이. 세븐 데이즈 어 위크~”

BTS 정국의 ‘세븐’이 흘러나오고, 아이돌 앨범·포토카드·응원봉 등이 전시된 이곳은 앨범판매점이 아니다. ‘뮤직 라이브러리’를 콘셉트로 내세운 CU 에이케이&홍대점이다. 지난 10일 찾은 매장엔 BTS 제이홉 포토 카드를 즉석에서 제작하는 기계도 보였다. 제이홉 팬이라는 한 외국인은 카드를 뽑더니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연이어 찾은 ‘라면 라이브러리’ CU홍대상상점 매장 한쪽 벽면에는 온갖 종류의 봉지라면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한쪽에는 컵라면 모양의 스탠딩 탁자와 라면 조리 기계도 있었다. 봉지 라면과 날달걀을 구매한 한 소비자는 “아이가 한강 라면을 좋아해 컵라면보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이걸 샀다”고 말했다.

 

‘라면 라이브러리’ CU홍대상상점에서 라면을 고르는 고객(위), 뷰티·패션 특화 매장 세븐일레븐 동대문 던던점의 화장품 매대 (사진=홍지후 기자)

#2.
앞서 지난 9일 방문한 세븐일레븐 동대문 던던점은 화장품 숍과 구분이 어려웠다. 뷰티·패션 특화 매장답게 세븐셀렉트 의류, 토니모리·메디힐·셀퓨전씨 화장품이 전시된 특별 코너가 마련됐다. DDP가 근처에 있는만큼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마케팅도 펼쳐졌다. 일반 식품은 묶음으로 판매됐으며 K-푸드 팻말이 꽂혔다. 전국 전통주 지도도 있었다. 벨리곰과 사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인생네컷 사진 기계도 보였다.

#3.
발걸음을 옮겨 찾은 연남동에는 스포츠용품점 같은 편의점이 있었다. 정문에서 K리그 명문 구단 FC서울 마스코트 ‘씨드’가 반기는 GS25 연남한양점이다. FC서울의 상징색 ‘레드’로 칠해져 멀리서도 눈에 띄었다. 매장 한쪽에 FC서울 존이 따로 있었다. 축구팀 유니폼, 머그컵, 머리띠 등이 판매되고 있었다. 선수들의 포토카드가 담긴 FC서울 한정판 빼빼로 등도 매대에 놓였다.

 

프로축구팀 FC서울 특화 매장 GS25 연남한양점에서 판매 중인 선수들 유니폼 (사진=홍지후 기자)

 


변신 또 변신…편의점 성장판 살릴 ‘묘약’



편의점들이 기존 문법을 탈피하고 이처럼 변화를 꾀하는 이유는 36년 만에 직면한 역성장 흐름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코로나19 이후 매년 1000개 이상씩 늘어나던 편의점 매장 수가 1988년 이후 처음으로 주춤하고 있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TASIS) 사업자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편의점 사업자는 5만 3101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5개 줄었다.

매장 수 감소와 더불어 실적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CU와 GS25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4.6%, 10.9% 감소했으며, 세븐일레븐도 약 840억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고물가로 인한 소비 침체와 온라인 커머스의 강세 속에서 편의점은 각자의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먼저 점찍은 해법은 개성으로 중무장한 특화 매장 도입이다.

GS25는 스포츠 특화 매장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프로축구팀 FC서울·울산HD와 손잡고 각각 지난 4월, 지난해 10월 ‘연남한양점’과 ‘울산빅크라운점’을 개점했다. 또 프로야구팀 LG트윈스·한화이글스와 손잡고 지난해 8월 ‘잠실타워점’을, 각각 지난해 5월, 지난 3월엔 대전에 ‘타임월드점’, ‘한화생명볼파크점’을 열었다.

위치와 주 고객층을 고려해 5개 매장 중 4개 매장이 일반 매장에서 스포츠 특화 매장으로 탈바꿈됐다. GS25 관계자는 CNB뉴스에 “특화 매장은 오프라인 매장만의 강점을 살려 고객을 모으는 효과가 있다”며 “지난 5월 기준 스포츠 특화 매장 5개의 일평균 매출이 일반 매장 일평균 매출 대비 최대 4.3배, 고객 수는 일평균 최대 3.2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위쪽부터) GS25 연남한양점 외관(사진=홍지후 기자), CU 한강버스여의도점 (사진=BGF리테일), 세븐일레븐 동대문 던던점 매대에 놓인 세븐셀렉트 의류 (사진=홍지후 기자)

CU는 홍대상상점과 같은 ‘라면 라이브러리’를 확대한다. 오는 9월 운영 예정인 ‘한강 버스’가 정차하는 7개 선착장(잠실, 뚝섬, 옥수, 압구정, 여의도, 망원, 마곡)에 ‘라면 라이브러리’를 추가로 마련한다. 지난달 31일 여의도·잠실에 문을 열었고, 이달 중 나머지 5곳 선착장에 라면 특화 매장을 연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관계자는 CNB뉴스에 “라면라이브러리 1호점 ‘홍대상상점’의 일평균 라면 판매량은 약 500개로, 일반 점포 판매량 대비 약 10배 이상 높은 수치”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고객들은 라면 취식 후 기념품 등을 추가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외국인 유동 인구가 많은 한강 선착장 ‘라면 라이브러리’에선 라면과 연계된 매출도 기대한다”고 했다.

세븐일레븐은 동대문던던점과 뉴웨이브오리진점 등을 통해 뷰티·패션 제품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CNB뉴스에 “편의점이 언제나,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채널인만큼 기초 화장품과 의류에 대한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해 이들 제품을 집중 개발·판매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지난해부터 세븐일레븐은 뷰티·패션 상품을 확대해 판매하기 시작하며 관련 매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약 20% 성장했다. 지난 4월엔 자체 브랜드(PB) 의류 ‘세븐셀렉트 수피마 티셔츠’를 선보였다. 뷰티 브랜드 ‘비원츠’와 협업해 소용량 기초 화장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언제까지 라면만…뷰티 등 상품도 차별화



상품 다변화도 꾀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화장품 생산 실적이 17조 5426억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만큼(식품의약품안전처), GS25, CU는 화장품 관련 품목을 강화하고 있다. GS25는 ‘손앤박하티’와 협업한 색조 화장품을, CU는 ‘마데카21’·‘엔젤루카’ 손잡고 뷰티 상품을 선보였다.

아울러 ‘편의점 종주국’ 일본 제품도 수입하며 품목 다양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GS25는 로로멜로의 ‘아이스브륄레’를 판매하며 아이스크림 역대 최대 일 매출인 1.2억을 기록했다. 세븐일레븐은 일본 제과사 후지야와 손잡고 신상품을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CNB뉴스에 “편의점 등 오프라인 채널이 성숙기를 맞으며 더 이상 점포 수만 늘리는 건 해법이 아니다”며 “특화 매장, 상품 다양화, 좋은 위치 혹은 넓은 공간으로 매장 이동 등의 방법으로 내실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CNB뉴스=홍지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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