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5박 6일 필리버스터’ 소모전 종료
野 ‘방송4법’ 강행처리 vs 與 '거부권' 건의
野, 전국민 25만원·노란봉투법 처리 예고
거부권·재표결 ‘도돌이표 정쟁’ 이어질 듯
여야가 ‘방송 4법’ 중 마지막으로 남은 ‘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법)’을 끝으로 5일간의 ‘소모전’을 끝냈다.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의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방통위법) 개정안’ 등 ‘방송 4법’ 강행처리에 반발하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연설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진행한 지 닷새째인 29일 무제한 연설 첫 주자로 나선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오전 8시 32분부터 약 13시간 12분간 발언을 이어가며 역대 필리버스터 최장 시간 기록을 경신했으며, 오후 9시 47분께부터는 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찬성 토론에 들어갔다.
역대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은 지난 2016년 2월 23일∼3월 2일 민주당 의원들이 ‘테러방지법 반대’를 주장하며 벌였던 9일간 192시간 25분에 걸친 필리버스터이며, 그다음이 이번에 ‘방송4법’ 개정안이고, 세번째는 지난 2020년 국민의힘이 민주당이 추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국정원법·남북관계 특별법 개정안 등 총 3개 안건에 대해 6일간 벌인 릴레이 토론이다.
여야 의원들은 대체로 필리버스터를 차분하게 이어갔으나, 찬성 토론 주자로 나선 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과 고성을 주고받기도 했다.
국민의힘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박 의원이 국민의힘을 향해 ‘이 XX들이’, ‘모리배들이’ 등의 표현을 썼다”며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민주당은 박 의원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사과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30일 오전 필리버스터가 종료된 뒤 야당 단독으로 마지막 남은 ‘EBS법 개정안’을 의결하면 ‘법안 상정→필리버스터→야당의 필리버스터 강제 종결→야당 단독 법안 처리’가 반복된 ‘5박 6일’간의 필리버스터 정국이 끝나며 ‘방송 4법’ 처리가 완료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해 곧바로 비상 의원총회를 개최한 뒤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예정이다.
‘방송 4법’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현행 ‘상임위원 2인’에서 ‘4인’으로 변경하는 내용으로 공영방송 이사 숫자를 대폭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언론·방송 학회와 관련 직능단체에 부여하는 방안 등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러한 방송 4법에 대해 민주당의 ‘공영방송 영구 장악법’으로 규정한 반면, 민주당은 권력의 언론 통제를 차단하는 ‘언론 정상화 4법’이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번에 ‘방송 4법’이 통과되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 ‘방송 4법’이 국회로 다시 돌아오면 여야는 재표결 시점, 여당 내 이탈표 여부 등을 놓고 치열한 여론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민주당은 ‘2024년 민생회복 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전 국민 25만원 지원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을 두고도 오는 8월 1일 열릴 본회의에서 상정·처리를 예고하고 있어 야당의 강행 처리, 거부권 행사, 재표결 정쟁이 되풀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독이 든 사과를 계속 내밀면서 왜 안 먹느냐고 하면 당연히 국민을 위해 우리는 거부할 수밖에 없다”며 “노란봉투법 등 역시 비슷한 폭거가 예정돼 있다. 국민을 위해 단호하게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