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7‧23 전당대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선두를 차지하며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이라는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는 한동훈 당 대표 후보가 막판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원희룡·나경원·윤상현 후보의 집중 공세 속에 조금씩 균열이 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현재까지 최고 변수로 꼽히고 있는 ‘공소 취소’ 요청 발언은 한 후보가 한 라디오 방송에서 나 후보를 겨냥해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를 (법무부 장관이던 내게) 부탁한 적 있지 않느냐. 나는 거기에 대해 ‘그럴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고 폭로한 데서 비롯됐다.
지난 2019년 4월말경,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를 맡고 있던 나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과 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 강행 처리하려는 것에 항거하는 과정에서 고발당한 바 있어 이에 당시 법무장관인 한 후보에게 ‘공소 취소’를 요청한 사실이 한 후보가 직접 폭로하자 다른 당권주자들의 공격이 지속됐다.
원 후보는 19일 진행된 SBS 당대표 후보 TV토론회에서 “‘입 리스크’가 우리 당의 가장 큰 신종 위험으로 떠올랐다. 아군을 향해 피아 구분 없는, 자체 진영을 해체하는 부작용과 우리 동지들 간 ‘앞으로 중요한 이야기를 정말 나눌 수 있겠느냐?’는 심각한 의문과 비판을 낳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한 후보에 대한 집중 공세가 이어갔다.
특히 나 후보는 이날 토론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그 건은) 당연히 공소 취소를 통해 해결하는 게 합당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마치 개인적 사건의 부탁처럼 말하는 것은 내 명예도 훼손되고 같이 투쟁한 동료 의원들의 명예도 훼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친윤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후보에 대한 공개 비판이 터져 나오는 등 당내 분위기도 급격히 심각해지고 있어 논란이 전당대회에 미칠 영향을 두고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한 친윤계 의원은 22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한동훈 후보의 ‘공소 취소’ 폭로 발언 이후로 당내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면서 “보좌진들 사이에서도 분노가 퍼지고 있다. 잘하면 결선까지 갈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친한계 한 핵심 의원은 통화에서 “한 후보의 그 정도로 발언으로 대세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로 끝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다른 변수는 막판 단일화 가능성으로서 23일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1·2위 득표자가 28일 결선투표에서 맞붙는다. 현재 ‘한동훈 대 반한동훈’으로 전당대회가 치러지고 있어 2위만 올라가는 결선투표에서는 3, 4위로 향하는 지지세가 2위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물론, 현재까지는 한 후보를 제외한 세 후보가 공식적으로는 단일화 없이 1차를 치른다는 계획이지만 한 후보가 과반수를 못얻어 결선투표가 성사될 경우 굳이 인위적 단일화를 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반한(反韓) 단일화가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전망이다.
그러므로 결선투표가 치러질 경우, 한 후보에게 협공을 가했던 나 후보와 원 후보의 자연스러운 연대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돼, 이 경우 ‘한동훈’ 대 ‘반(反)한동훈’ 진영의 신경전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지금보다 더한 ‘진흙탕 싸움’이 벌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당내에서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한 후보의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 제삼자 추천 채상병특검법 제안과 ‘공소 취소 부탁’ 폭로로 날 선 공방을 벌인 후보들이 전당대회 이후 과연 ‘원팀’이 될 수 있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마지막 변수는 ‘투표율’이다. 투표율이 높을수록 한 후보가 유리하지만, 반면 투표율이 낮을 경우 조직표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20일 모바일 투표 마감 결과, 당원 선거인단 84만1614명 중 34만615명이 투표에 참여해 투표율이 40.93%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3·8 전당대회 때 모바일 투표율(47.51%)보다 7.04%p 낮은 수치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