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7‧23 전당대회를 15일여 앞두고 차기 당 대표에 출마한 당권주자들은 ‘배신의 정치’ 공방에 이어 최근 불거진 ‘김건희 문자 읽씹’ ‘제2 연판장 사태’ 등과 관련해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는 등 ‘자해극’을 벌여 지난 4·10 총선 참패에 따른 당 쇄신책 등 정책과 비전을 보여줘야 할 전당대회가 오히려 당을 뒤로 후퇴시키고 있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대통령실의 전당대회 개입 또는 당무 개입설까지 거론하고 있는 당권주자들의 네거티브 공방에 ‘자해적 행태를 멈춰야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으며, 심지어 당 선거관리위원회도 과열 현상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네거티브가 지속되면 실질적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선 상황이다.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는 전당대회 초반부터 ‘어대한’(어차피 당 대표는 한동훈)이라는 ‘대세론’을 등에 업은 한동훈 후보를 겨냥해 “한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이른바 ‘배신의 정치’ 협공에 나서면서 “한 후보 주변에 진보 성향 자문그룹이 있다”는 주장까지 친윤계 등 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한 후보가 지난 총선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소통하지 않고 당정간 신뢰를 저버렸다고 공격하는 과정에서 ‘절윤’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한 것은 물론, 최근 한 후보가 채상병 특검법 두고도 ‘제3자 추천 방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을 두고도 윤 대통령에 대한 배신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등 연일 네거티브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한 후보는 나·원·윤 후보의 배신의 정치 공세에 ‘공포 마케팅’이라고 맞서면서 특히 가장 신랄하게 한 후보를 공격한 것으로 알려진 원희룡 후보를 향해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탈당한 전력을 꼬집었고, 나경원 후보에게는 “(1차 연판장 사태 당시) 학교폭력 피해자셨는데 학교폭력 가해자 쪽에 서고 계신 것 같다”고 맞불을 놓기도 했다.
그러다가 최근 한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인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보낸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사과하겠다는 취지의 5건에 달하는 문자에 답하지 않았고 ‘읽씹’(‘읽고도 씹었다’는 속어)으로 일관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나·원·윤 후보는 일제히 한 후보를 공격하는 등 한층 더 격화됐다.
나 후보는 한 후보를 향해 “총선 핵심 이슈에 가장 핵심 당사자라 할 수 있는 대통령과 전혀 소통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정치 판단의 부족을 넘어서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해당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리고 원 후보도 “사건 본질은 영부인이 사과 또는 그 이상의 조치도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는데 당내 논의나 대통령실과 논의에 부치지 않고 대답도 하지 않은 채로 뭉갰다는 것”이라며 “선거를 책임진 비대위원장으로서 그때 책임을 다한 것인가가 더 본질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한 후보는 “(용산 대통령실의)전당대회 개입이자 당무개입”이라며 “6개월 내내 그런 말씀이 없었는데 갑자기 튀어나온다는 건, (국민들은) 저(의 당대표 출마)를 막으려고 한다고 생각하지 않겠느냐”라고 반격했다.
더구나 한 후보는 일부 친윤 성향의 원외 인사들이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추진하자 이를 지난해 3월 열린 전당대회 당시 친윤계가 주도해 나 후보를 낙마시킨 사태를 의미하는 ‘제2의 연판장 사태’로 규정하고 반격에 나서는 등 결국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친윤계와 친한계로 갈라서 권력 싸움을 벌이는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국민의힘 한 핵심 관계자는 10일 CNB뉴스 기자와 만나 “작금의 국민의힘 전당대회 모습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공방으로 자해적 행태를 보인다”면서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왜 용산 얘기를 하느냐. 이제는 절제하고 정책이나 비전을 얘기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