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 사과하고 싶다’ 문자 ‘읽씹’ 논란
당권주자들 "잘못된 판단으로 총선 망쳐"
韓 “본질은 문자 유출…선동 목적 개입”
대통령실 “전당대회에 끌어들이지 말라”
국민의힘 7‧13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후보로 나선 한동훈 후보가 자신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지난 4·10 총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로부터 ‘명품 가방 문제 등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받고도 무시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당권 경쟁자들인 원희룡·나경원·윤상현 후보들은 일제히 “한 후보의 ‘문자 읽씹(읽고 답장하지 않았다는 뜻의 비속어)’이 윤 대통령 부부와 한 후보의 불화설을 단적으로 드러냈을 뿐 아니라, 이번 총선 참패의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하며 협공을 펴고 있다.
원 후보는 7일 기자들과 만나 “원외 위원장들이 총선 참패의 책임을 놓고 ‘부글부글’ 하는 데서 일어나는 움직임이 조직화 양상으로 가려고 한다”며 사태의 책임을 한 후보에게 돌렸으며, 나 후보는 “한 후보의 판단력이 미숙했다.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돌파구를 찾았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당원과 국민, 총선 후보자 전원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만 윤 후보는 “논란에 대해 한 후보가 직접 사과하고, 원 후보도 그만 자제하는 게 옳은 방향인 것 같다”고 밝혔다.
논란의 당사자인 한 후보 측에서는 이를 ‘전당대회 개입’으로 규정하며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계를 사실상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한 후보측은 “6개월 전의 문자메시지가 전대가 한창 진행 중인 지금 시점에서야 공개된 것은 ‘선동 목적의 전대 개입’”이라고 반발하면서 “본질은 ‘읽씹’이 아니라 ‘문자 유출’로서 그 배경에 ‘한동훈 비토론’을 확산하려는 대통령실과 친윤 진영의 의도가 깔렸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전대 개입은 없다. 끌어들이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친윤계 영남권 한 중진 의원은 8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한 후보가 김 여사 문자를 두고 ‘(김 여사가) 사과하겠다는 취지가 아니었다’고 주장하다가, 불리하니 ‘친윤의 전대 개입’을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한 후보 캠프는 추가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실을 선거에 끌어들이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당부드린다’는 대통령실의 공식 입장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을 당 대표 선거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맞섰다.
이 의혹은 지난 4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한 출연자가 ‘지난 1월 김 여사가 자신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을 두고 대국민 사과를 하겠다는 뜻을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던 한 후보에게 전달했지만, 한 후보가 이를 묵살했다’고 공개함으로써 밝혀졌다.
이 출연자는 “김 여사가 보냈던 문자에는 ‘최근 저의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부담드려 송구하다’, ‘당에서 필요하다면 대국민 사과를 포함해 어떤 처분도 받아들이겠다’, ‘사과를 하라면 하고 더 한 것도 요청하시면 따르겠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고 주장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