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7·23 전당대회를 향한 후보들의 당권경쟁이 본격화된 가운데 당내 주류 세력인 친윤(친윤석열)계가 김기현 전 대표 지지로 단일대오를 형성했던 지난해 전대 때와 달리, 이번에는 의원 개개인의 친소관계와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지지 후보가 각양각색인 분위기로 흘러가면서 분화가 가속화되고 있너 눈길을 끌었다.
사실 그동안 ‘친윤계’의 분화는 ‘원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관계자) 4인 방으로 불리웠던 권성동·윤한홍·이철규 의원과 장제원 전 의원이 ‘체리따봉’ 사건으로 1차로, 그리고 지난해 11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인해 친윤계 입지가 흔들리면서 2차로, 이후 김기현 전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고 총선에 패배한 뒤 대통령실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3차 분화까지 겪는 등 서서히 진행돼왔다.
이번 7‧23 전당대회에서도 당초 친윤계가 지난 총선 과정에서부터 반목한 한 후보를 저지하기 위해 대항마로 비윤(비윤석열) 성향의 나경원 후보를 지원하는 방안이 거론됐으나 친윤인 원희룡 후보가 출마하면서 친윤의 주축을 이뤄 온 핵심 의원들의 표심도 韓‧羅‧元으로 나뉘는 등 셈법이 복잡해졌다.
한 후보를 지원하는 ‘친윤’ 의원으로는 우선 21대 국회 때는 대표적인 친윤계 의원으로 불리다가 앞서 한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비서실장을 맡은 바 있는 장동혁 의원이 ‘친한계’ 좌장 역할을 담당하면서 최고위원에 러닝메이트로 출마했으며, 윤 대통령의 대표적 최측근으로 알려진 주진우 의원도 한 후보를 물밑에서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전형적인 ‘친윤계’로 알려진 배현진 의원도 최근에는 친한계로 분류되고 있으며, 특히 배 의원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고동진 의원과 박정훈 의원도 일찌감치 캠프에 합류해 한 전 위원장의 출마를 위한 사전 작업을 도왔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히 박 의원은 지난 24일 한 후보의 러닝메이트로서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물론 ‘친윤계’ 의원 중에서는 여전히 용산과 코드를 맞추면서 원 후보를 지원하는 의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수행 실장을 맡아 윤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불리면서 친윤계 공부 모임인 ‘국민공감’에서 배 의원과 함께 활동했던 이용 전 의원은 원 후보를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지난해 3·8 전당대회에서 친윤계의 지지를 업고 당대표로 당선된 김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았던 구자근 의원도 원 후보의 출마 기자회견에 등장했으며, 이외에도 김 대표 체제에서 전략기획부총장을 맡았던 박성민 의원과 박 의원의 측근으로 알려진 정동만 의원 등이 원 후보를 물밑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나 후보는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것으로 알려진 조경태 의원이 캠프 좌장을 맡고 있으며, 지난 25일에는 친윤계 최대 외곽 조직인 ‘새미준’(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정기 세미나에 참석해 친윤계 지지를 호소한 데 이어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 당내 지지기반이 있는 광역단체장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는 등 일단 ‘친윤계’ 후보설에 선을 그었다.
이에 당권경쟁 초반 친윤계 핵심으로 꼽히는 이철규 의원이 나 후보와 이른바 ‘나~이 연대’를 이룰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이처럼 나 후보가 친윤계 후보설에 선을 긋자 이 의원은 최근 의총에서 퇴장하는 과정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전당대회에 대해서는 어떤 말도 하지 않겠다. 논평하고 싶지 않다”고 극도로 신중한 자세로 선회하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힘 영남권 한 중진의원은 27일 CNB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친윤계 의원들이 많이 분화한 상태라 이렇다 할 구심점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이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당 대표가 될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윤 후보는 26일 국회 소통관애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당 대표 후보가 최고위원들까지 선정해 함께 출마하는 것은 러닝메이트가 아니라 야합이고, 당의 단합을 깨뜨리는 정치의 고질병”이라며 “親韓·親尹 줄 세우기 정치”라고 비판했다.
이어 윤 후보는 “당헌 당규상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은 특정인을 위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데 특정 후보를 위해 뛰겠다고 공공연히 얘기하는 것은 명백한 당헌 당규 위반”이라며 “친한·친윤 줄 세우기 정치는 당이 공멸의 길로 가는 전초가 되는 것은 물론, 갈등은 과거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보다 100배 참혹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당 선관위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선관위가 적절한 조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