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명태균 게이트 모두 ‘무죄’…‘알선수재’ 유죄
법원, 김씨 질책했으나 ‘1년8개월 선고’ 솜방망이 처분
범여권 “재판부가 김건희 변호인이냐”…일제히 포문
법원이 여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에게 일부 혐의만 유죄로 확정하고 대부분 혐의에 대해 사실상 무죄 판단해 논란이 되고 있다. 김씨는 특검의 구형량에 비해 크게 낮은 형량을 선고 받았다. 이에 범여권은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28일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등을 받는 김씨에게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하고 압수된 그라프 목걸이 몰수와 1281만5000원을 추징했다.
앞서 김씨에 대한 각종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은 김씨에게 징역 15년에 벌금 20억 원, 추징금 9억4800여만 원을 구형한 바 있으나 재판부는 김씨가 받고 있는 세 가지 혐의 중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은 ‘무죄’로 판단했고,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로 판단하면서 특검의 구형량에 비해 9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여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영부인은 대통령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대통령과 함께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이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처신이 필요하고 기본적으로 높은 청렴성이 요구된다”며 “솔선수범 못할 망정 반면교사 돼서는 안 된다”고 질타했다.
이어 제판부는 “공정을 해하는 부패는 금전 청탁과 필연적으로 결부된다”며 “지위가 높을수록 이를 의식적으로 경계해야 하는데 피고인은 자신의 지위를 영리추구 수단으로 오용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청탁과 결부된 고가의 사치품을 뿌리치지 못하고 자신을 치장하는 데 급급했다”며 “‘검이불루(儉而不陋), 화이불치(華而不侈)’라는 말처럼 굳이 값비싼 물건 두르지 않고도 검소하게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하지만 (김씨가) 금품을 먼저 요구한 적이 없고 뒤늦게나마 자신의 사려깊지 못한 행동을 반성하고 있다”며 “별다른 범죄 전력이 없는 것도 유리한 양형 사유”라고 설명하면서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해 사실상 특검에 ‘참패’를 안겼다.
특히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김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세력에 자신의 계좌를 맡길 때 시세조종을 인식하거나 이를 용인했을 여지는 있지만, 이들과 공동정범으로 범행을 실행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방조의 성립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공동정범이 성립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정치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무상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의혹과 관련해서는 “명씨로부터 무상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사실은 있지만,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이에 대한 재산상 이득을 취득했다고는 볼 수 없다”면서 “특히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에게 여론조사 결과를 대가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을 약속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재판부는 김씨가 통일교 측으로부터 교단 현안 청탁과 함께 고가 물품을 전달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2022년 7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백과 그라프 목걸이를 알선 명목으로 받았다”고 인정하면서 수수한 물품을 몰수할 수 없어 그 가액 상당액을 추징토록 하는 등 일부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유죄로 인정된 혐의에 대한 양형 이유를 설명하며 “모든 일은 불편부당하게, 공정하게 처리될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이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게하고 이런 공정을 해하는 게 부패”라며 “지위가 높을수록 권력에 대한 금권의 접근을 의식적으로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역대 영부인 가운데 실형을 선고받은 첫 사례로서 앞서 윤 전 대통령이 체포방해 등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바 있어 헌정사상 첫 ‘전직 대통령 부부 모두 실형 선고’라는 불명예도 안게 됐다. 따라서 이미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온 김씨는 이날 별도의 구속 집행 절차 없이 곧바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주가조작과 명태균 게이트 등에 대해 사실상 무죄가 선고된 것에 대해 범여권은 일제히 반발했다. 재판부가 마치 김씨의 변호인 같은 역할을 했다며, 특검에 즉각 항소하라고 촉구했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V0'라 불리며 국정을 좌지우지한 김건희 씨의 위상이 훼손될까 걱정될 정도의 형량"이라고 비판했다.
개별 의원들은 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법률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용우 의원은 "국민의 법감정에 정면으로 맞서고 법리 면에서도 예외적 판단이 남발된 판결"이라 지적했고, 검사 출신 이성윤 의원은 "마치 재판부가 김건희 변호인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은 "명태균의 불법 여론조사는 계약서가 없어 무죄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은 시세조종을 알아도 다른 주가조작범이 공범으로 취급해주지 않아 무죄냐"며 반발했다.
진보당은 법원이 김건희 씨에게 '면죄부'를 상납했다며 법원의 논리가 "해괴망측을 넘어 기만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번 판결 결과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