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6.01.14 11:11:05
국민의힘 장동혁 당 대표 체제에서 급조된 당 중앙윤리위원회가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 연루 의혹이 불거진 이른바 ‘당원게시판(당게) 사태’와 관련해 ‘피조사자’ 신분에서 이렇다 할 소명 절차 없이 전격으로 한 전 대표를 제명해 최악의 계파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는 조은석 내란특검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사형을 구형한 13일 오후 5시부터 심야까지 한 전 대표의 징계 수위를 논의하는 회의를 열어 전격적으로 다음날(14일) 새벽 1시에 언론 공지를 통해 “피징계자 한동훈을 당헌·당규 및 윤리위 규정 제20조 제1호, 2호와 윤리규칙 제4∼6조 위반을 이유로 ‘제명’에 처한다”고 발표했다.
윤리위의 이같은 조치는 윤석열 정부 국가정보원 특별보좌관, 국군방첩사령부 자문위원을 거친 소위 ‘댓글전문가’인 가천대 윤민우 교수를 윤리위원장을 영입한 단계부터 예상된 결론으로 보이며, 특히 징계 추진을 비판해온 한 전 대표 측근인 김종혁 전 최고위원·신지호 전 의원·윤희석 전 선임대변인을 계파행위자로 규정하기도 했다.
‘제명’은 당적을 박탈하는 것으로, 국민의힘 당규에 명시된 ▲제명 ▲탈당 권유 ▲당원권 정지 ▲경고 등 4개 징계 중 가장 강력한 수위의 처분으로 당 윤리위는 “한 전 대표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 당헌·당규에 위배되는 행동을 했기 때문에 ‘제명’ 처분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윤리위는 구체적으로 한 전 대표 가족이 문제가 된 글을 직접 작성했는지에 대해 “한동훈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가족들이 글을 올린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했다”면서 “따라서 한동훈의 가족들이 게시글을 작성했다는 사실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윤리위는 “한 전 대표 가족이 2개 IP를 공유하며 일정 기간에 집중해 글을 작성하는 등 통상적인 격정 토로, 비난, 비방으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과도하다”며 “당의 정상적인 게시판 관리 업무와 여론 수렴기능을 마비시킨 업무방해 행위이며, 당의 명예와 이익에 심각한 피해를 줬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윤리위는 “본 사건을 중징계 없이 지나칠 경우, 이 결정이 선례가 돼 앞으로 국민의힘의 당원게시판은 당 대표를 포함한 당직자 및 당원 자신과 그 가족들의 악성 비방·비난 글과 중상모략, 공론 조작 왜곡이 익명성과 표현의 자유의 이름으로 난무하게 될 것”이라며 “중징계는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윤리위는 “윤리위의 구성 과정에서 보여준 피조사인(한 전 대표)의 가짜뉴스 또는 허위 조작정보를 동원한 괴롭힘 또는 공포의 조장은 재판부를 폭탄 테러하는 마피아나 테러단체에 비견될 정도”라며 “이는 반성의 여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윤리위의 결정에 대해 한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을 통해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라고 짧게 입장을 밝혔다.
또한 친한계로 분류되는 우재준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밤 SNS에 올린 장문의 글을 통해 “당감위에서 조작된 부분을 제외하고 보면 객관적으로 징계할 만한 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더구나 조작된 부분에 대해 어떤 보완조사도 피조사인에 최소한 소명 요구조차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징계는 정당성이라 부를 만한 요소를 전혀 갖추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전 대표를 제명한 이유는 결국 탄핵 찬성에 대한 보복”이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우 최고위원은 “오늘 윤 전 대통령 사형 구형이 내려졌다. 개인적으론 내란죄가 성립하더라도 미수범에 해당해 감형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여지는 다름 아닌 ‘계엄을 막아낸 한동훈 대표’가 만들어낸 것”이라며 “그런데도 기상천외한 논리만 늘어놓으며 정작 해야할 법적·정치적 방어는 하지도 않은 채 윤 전 대통령을 더 깊은 수렁으로 밀어 넣은 사람들이 이젠 애꿎은 한동훈에게 화풀이한다”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반면 장동혁 대표 체제에서 임명된 박민영 미디어대변인은 한 전 대표의 입장에 대해 “우리는 드루킹을 ‘민주주의’라고 하지 않는다”라고 반박하면서 “여론 조작 등 해당 행위의 실체가 명확하고 당헌·당규상 정해진 절차를 적확하게 따른 만큼 법원에서 문제 삼을 소지가 전혀 없다, (한 전 대표는) 그만 정치권을 떠나 자중하며 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한 핵심 관계자는 14일 오전 CNB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윤리위원회의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제명은 앞서 당무감사위에서 상정한 안건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논의한 결과로서 정치적 논란은 있을 수 있어도 절차상 문제는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당규에 따르면 당원에 대한 제명은 윤리위의 의결 후 최고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 확정하기 때문에 한 전 대표 제명은 최고위원회 논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전망이어서 당분간 논란이 증폭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