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가전 주역 기술형 리더
지난해 말 인사에서 신임 CEO로
올해 핵심 키워드는 크게 두 가지
행동하는 AI에 녹아드는 ‘공감지능’
인도 등 ‘글로벌 신시장’ 적극 공략
고공비행을 향한 2026년이 이륙했습니다. 지난해 국내 산업계는 흔들렸습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롤러코스터 관세 정책을 비롯한 난데없는 돌풍이 예서 제서 불어왔기 때문입니다. 숱한 변수를 목도했기에 올해는 안정적 궤도 진입을 노리는 기업이 많습니다. 급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경쟁력 강화를 통해서입니다. 병오년에는 붉은 말마냥 질주할 수 있을까요? 그 항로를 살펴보는 ‘이륙 2026(이공이륙)’, 바로 출발합니다. (CNB뉴스=선명규 기자)
LG전자는 큰 변화를 맞이한 가운데 2026년 출발선에 섰다. 수장이 바뀐 게 크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HS(생활가전)사업본부장 류재철 사장이 신임 CEO에 올랐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류재철 CEO는 ‘기술형 사업가’로 요약된다. 1989년 금성사 가전연구소로 입사해 재직 기간의 약 절반을 가전 연구개발에 종사했다. 한 길을 깊게 판 것이다.
‘기술통’의 저력은 과연 강했다. 성과가 증명한다. 그가 CEO 선임 전 H&A사업본부장을 맡은 3년간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LG전자 생활가전 사업의 매출액 연평균성장률은 7%에 달한다. 최대 격전지인 북미에서도 성공 가도를 달리며 이 회사 주력사업인 생활가전은 글로벌 1등 지위에 올랐다. 깊게 판 길에서 얻은 성적표다.
보다 지능적으로 움직이는 인공지능
공적으로 역량을 입증한 류재철 CEO가 신임 CEO로서 올해 꺼낼 카드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여러 카드가 지목되는데 크게 두드러지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는 진화한 ‘공감지능’이다. LG전자는 앞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을 공감지능(Affectionate Intelligence)으로 재정의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이 개념적 언어를 풀어 말하면, 인간을 이해하는 보다 살가운 인공지능이란 뜻이다.
지난 6~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전자 박람회 ‘CES 2026’에서 글로벌 무대 데뷔전을 치른 류 CEO는 이와 관련해 구체적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공감지능이 고객을 위해 직접 행동하기 시작한다면?’을 화두로 던지며 “LG전자는 ▲탁월한 제품(Device Excellence) ▲공감지능(Affectionate Intelligence) ▲연결된 생태계(Fully Connected Ecosystem)를 기반으로 ‘행동하는 AI(AI in Action)’ 시대를 이끌 준비가 돼 있다”고 자신했다.
특히 인공지능이 인간과 가장 가까이서 유기적으로 기능할 ‘집’에 대해서 강조했다. 이른바 AI홈을 언급하며 “집은 개인의 생활방식과 정서가 담겨있어 AI가 이해하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생활가전 글로벌 리더로서 고객 라이프스타일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것은 LG전자의 차별화된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훌륭한 기기’가 사용자에 맞춰 적응하며 사용자의 선호도를 학습하는 ‘에이전트 가전(Agent Appliances)’으로 진화하고, 나아가 이들이 하나의 잘 조율된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AI홈(AI-Powered Home)으로 동작하면 AI홈 비전인 ‘제로 레이버 홈(Zero-Labor Home)’을 현실화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공감지능’의 실체는 ‘CES 2026’에서 공개된 AI 홈로봇 ‘LG 클로이드(LG CLOiD)’에서 엿볼 수 있다.
집사(執事)와 같은 홈로봇 ‘LG 클로이드’는 양팔과 다섯 손가락을 사용한다. 인간처럼 자연스럽게 동작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셈이다. 중심도 잡혔다. 어린아이나 반려동물이 갑작스럽게 매달려도 균형을 쉽게 잃지 않는다. 살뜰하기도 하다. 집안 환경을 인식 및 학습하고 고객 일정과 생활습관에 맞춰 가전을 제어한다. 이 대목에서는 집사를 넘어 AI비서 역할도 수행하는 것이다.
류 CEO는 ‘공감지능’의 확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로봇을 포함한 다양한 솔루션을 통해 미래 가정 생활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겠다”면서 “고객의 AI 경험이 ‘집’에 머무르지 않고, 차량, 사무실, 상업용 공간 등 다양한 공간에서 연결돼 고객 삶의 일부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사우스서 매출 두 배
류재철 CEO의 둘째 카드는 글로벌 신흥 시장 육성이다. 그는 올해 신년 메시지를 통해 “국민 브랜드로 자리잡고 최근 IPO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인도, AI 데이터센터 냉각솔루션 등 B2B 사업확대의 핵심 시장인 사우디, 현지생산기반을 마련하며 시장공략에 나선 브라질 등에서는 2030년까지 매출을 두 배로 키우겠다는 도전적인 목표로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주목되는 곳은 세계 1위 인구 대국이자 글로벌 사우스(신흥국·개발도상국)로 첫손에 꼽히는 인도다. LG전자 인도법인은 지난해 인도 증권시장에 신규 상장하며 발판을 마련했다. 당시 LG전자는 “인도 자본시장에서 1조 8000억 원 규모 현금을 국내로 조달한다”며 “금융비용, 차입금비율 등 영향 없이 대규모 현금이 유입돼 재무건전성이 큰 폭으로 올라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조달 자금을 미래성장 투자에 폭넓게 활용할 방침이다.
또한 ‘인도 국민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목표도 세웠다. 앞서 LG전자는 지난해 5월 인도 스리시티에 노이다 공장과 푸네 공장에 이은 세 번째 가전공장을 착공했다. 6억불을 투자한 스리시티 가전공장은 부지 100만m2, 연면적 22만m2 규모이며 연간 생산 능력은 냉장고 80만대, 세탁기 85만대, 에어컨 150만대, 에어컨 컴프 200만대 수준이다.
맞춤형 전략도 짰다. LG전자는 현지 환경에 특화된 편의 기능 등 인도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해 개발한 ‘국민가전’을 순차 출시하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올해 수익성을 중심으로 한 사업 구조 전환에 속도를 낼 전망”이라며 “신시장을 개척하는 한편 AI 기술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NB뉴스=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