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호기자 |
2025.12.31 23:28:15
먹는샘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연구가 이어지면서 불안도 커지고 있다. “병이냐 아니냐”로 다투던 시장이, 지금은 ‘필터 소재’와 ‘마개 구조’까지 손보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미세플라스틱 이슈는 최근 몇 년 사이 환경 담론을 넘어 ‘섭취 노출’ 논쟁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연구마다 수치가 들쭉날쭉하고 측정 기준도 완전히 통일돼 있지 않지만, 생수는 반복 구매와 일상 섭취가 겹치는 품목이다. 시장이 불안을 체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불안을 키우는 말이 시장을 지배하면 기업은 방어 논리에 갇힌다. 반대로 산업 현장은 “어디서 들어오고, 어디서 줄일 수 있나”로 질문을 바꾸는 중이다. 혼입 지점을 물의 이동 경로와 포장 접점까지 넓혀 보는 접근이다. 결국 ‘무해하냐’의 공방에서 ‘관리할 수 있냐’의 경쟁으로 옮겨가는 셈이다.
배경에는 “생수 1L에 플라스틱 조각이 평균 약 24만개”라는 수준의 연구 결과가 알려지며 체감 불안이 커진 점도 있다. 특히, 보고된 조각의 상당수가 나노플라스틱이라는 설명은 공포 프레임을 강화하기 쉽다.
다만, 업계의 대응은 ‘병 재질’ 하나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취수 이후 여과·저장·이송·충전까지 접점이 여러 번 생기기 때문이다. 최근 제조 단계별 모니터링과 내부 품질 관리, 여과 및 병입 공정 개선을 함께 보라는 권고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의 관리 논의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환경부는 먹는샘물 관리제도 개선 추진계획에서 미세플라스틱 등 미규제물질 조사를 확대하고, 조사 방법을 고도화하며, 기준 마련 필요성을 지속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가 공정 단계의 변수로 ‘필터 소재’를 다시 보는 배경이다.
생분해-재생소재 도입…해외선 마개와 결합부도 주목
‘안 한다’가 아니라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
현장에서는 공정 필터를 바꾸려는 공동 개발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근 보도된 ‘PLA 기반 수처리 필터’를 먹는샘물 제조 공정에 적용하겠다는 협약처럼, 결과를 단정하기보다 혼입 가능성을 낮추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생분해·바이오 소재 도입 역시 플라스틱 사용 부담을 줄이려는 흐름이지만, 섭취 노출 저감으로 곧장 직결된다고 말하긴 어렵다. 분해 조건, 사용 환경, 내구성, 비용이 동시에 걸리기 때문이다. 소재 전환을 홍보 문구로 소비하기보다 공정 데이터와 시험 결과로 설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포장 개선은 더 넓다.
미세플라스틱이 병 벽면에서만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나사형 마개는 개폐 과정에서 마찰이 발생하고, 결합부 설계에 따라 입자 발생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들이 쌓이면서다. 결국 ‘병 소재’ 논쟁을 ‘마개·결합부’ 설계 문제로 확장하는 게 다음 과제가 됐다.
해외에서는 소비자가 이미 구매한 생수에서 미세플라스틱을 줄이려는 ‘필터형 마개’ 실험도 등장했다. 제조 공정을 바꾸는 접근과 결이 다르지만, 불안을 ‘추가 정화’ 솔루션으로 흡수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먹는샘물 미세플라스틱 논란의 핵심은 공포를 키우는 단정이 아니라, 관리 체계가 실제로 작동하는지다. 모니터링 항목이 늘고 기준 검토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기업의 개선 시도도 시험 방법과 결과 공개가 뒤따를 때 신뢰로 이어진다.
공정 필터와 포장 구조 개선이 어느 단계에서 어떤 방식으로 검증되는지,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하는 기업이 다음 경쟁 포인트를 쥘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