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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사람이 써 내려온 20년 기록…렛츠런파크 부산경남, ‘헤리티지홀’ 문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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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임재희기자 |  2025.12.26 15:33:48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헤리티지홀 1관 '시간 위의 발굽'.(사진=마사회 제공)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은 부산경남 지역 말 문화와 경마의 발자취를 집약한 ‘부산경남경마공원 헤리티지홀’을 신설했다. 헤리티지홀(Heritage Hall)은 말과 사람의 관계, 지역의 말 유적, 부산 경마의 역사, 부산 경마가 배출한 역대 명마 등 경마공원이 걸어온 발전사를 한 공간에 담아낸 복합 전시 공간이다. 이는 20주년을 기념해 시민들에게 말의 가치와 스포츠로서 경마를 알리기 위해 기획됐다.

오랜 세월 동안 말은 인간의 이동과 교류, 문화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산업화를 거치며 많은 가축이 전통적 역할을 잃고 사라져 갔지만, 말은 승마와 경마를 바탕으로 그 종이 보존되며 스포츠·레저·치유 등 새로운 분야에서 가치를 이어가고 있다. 말의 가치를 지키고 전하는 일은 한국마사회의 존재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이러한 사명을 바탕으로 조성된 헤리티지홀은 말이 오랜 시간 인간과 함께하며 형성해 온 가치와 역할을 시민들에게 소개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기원전 17,000년경 라스코 동물벽화부터 가야 시대 유물에 이르기까지 말의 긴 역사적 여정을 사진 자료로 살펴볼 수 있다.

부산과 경남 지역 곳곳에 남은 말 관련 지명도 전시의 흥미를 더한다. 삼국시대부터 조선까지 말을 기르고 공급하던 목마장의 흔적은 오늘날 지명으로 남아 지역의 역사를 전한다.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말에서 내려 예를 갖춰야 한다는 부산 양정동의 ‘하마정’, 말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른 절영마에서 유래한 ‘절영도’,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이 자리한 말갈기 모양의 지형 ‘마비등’ 등은 말과 지역의 오랜 인연을 확인할 수 있는 이름이다.

부산의 근대 경마사는 일제 강점기 순회 경마를 시작으로 서면 경마장의 탄생과 함께 본격적인 역사를 열었다. 1920년대의 순회 경마와 1930년 문을 연 서면 경마장은 시민들이 모여 함께 즐기는 주요 여가 공간이자 축제의 장이었다. 특히 1930년대 서면 경마장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를 자랑하며 지역 경제와 문화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1957년 운영이 중단되기까지 전쟁과 시대의 격랑 속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당시의 스크랩 기사와 사진 자료는 부산 경마의 변천사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부산 경마의 명맥은 48년 뒤 다시 이어졌다. 한국마사회가 1973년 경마발전 중장기 사업계획에서 부산 경마장 신설을 발표한 이후, 부지 선정과 문화재 발굴, 법안과 예산 조정 등 여러 과정을 거쳐 2005년 부산경남경마공원이 개장했다. 지방자치 시대의 도래와 지역사회의 염원이 결합하면서 부산과 경남이 공동으로 새로운 경마장을 완성한 것이다. 전시에서는 이러한 건립과정을 주요 사건 중심으로 정리해 경마공원의 설립 배경과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은 개장 이후 국내외 주요 경주에서 활약한 명마를 다수 배출하며 한국 경마의 경쟁력을 높여 왔다. 개장 시기에 데뷔해 선천적 장애를 극복하고 여왕의 자리에 오른 ‘루나’, 한국 경마사상 최다 17연승을 기록한 ‘미스터파크’, 대통령배 4연패의 위업을 세운 ‘트리플나인’, 한국 경주마 최초의 코리아스프린트 우승 ‘블루치퍼’, G1 대상경주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위너스맨’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부산경남이 배출한 명품 경주마다운 면모로 국민에게 경마 스포츠의 매력을 전달했다.

헤리티지홀은 이러한 명마들의 발자취를 집중 조명하는 공간도 마련했다. 실제 예시장(패독)의 구조를 모티브로 꾸민 전시는 경주 직전의 긴장감과 현장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놀라운 기록을 세우거나 라이벌전을 통해 팬들의 기억에 남은 10두의 명마가 대형 패널로 소개돼 관람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영상과 전시물을 통해 명마들의 주요 성과와 그들이 남긴 서사, 당시 경주 현장의 열기까지 입체적으로 전달한다.

명마의 뒷면에는 경마산업 종사자들의 헌신이 있다. 한 번의 경주가 열리기까지 말, 조교사, 관리사, 기수 등 다양한 전문 인력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전시에서는 이들의 오랜 노력도 조명한다. 사계절 내내 이른 새벽과 늦은 밤을 가리지 않고 경주마를 돌본 경마 종사자들의 노력이 명마 탄생의 토대가 되었음을 전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경마 현장의 시간은 전시 공간 곳곳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경마 관계자와 한국마사회 임직원이 기증한 다양한 자료들을 모아, 말과 사람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긴 기록물을 선보인다. 수십 년간 조교사가 보관해 온 우승마의 편자 컬렉션을 비롯해 기수들이 실제 착용했던 장비, 해외 원정 경주에서 사용된 물품 등이 전시돼 명마 탄생의 이면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헤리티지홀은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별관 1층 ‘미스터파크 라운지’에 위치해 있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은 내년 렛츠런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헤리티지홀을 대중에 공개하며, 관람 수요에 맞춰 점진적으로 공개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엄영석 한국마사회 부산경남지역본부장은 “말과 함께해 온 부산경남의 역사와 부산 경마의 발자취가 시민들에게 자부심으로 다가가길 기대한다”며 “2005년 이후 렛츠런파크를 거쳐 간 수많은 말들과 경마 종사자들의 노력, 그리고 고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지난 20년의 성과를 기록하는 공간을 마련했다. 이 기록을 시민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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