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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먹는샘물 ′미세플라스틱′ 논쟁, 필터 소재가 새 변수로

정부 조사·인증제 예고 속 PLA 필터 ′실증 데이터′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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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박상호기자 |  2025.12.19 16:39:18

시판되는 500ml 용량의 생수(사진=박상호 기자)

생수업계 PLA 적용 움직임 확산…“분해 기준”과 “사용 조건”은 별개

3.2조원 생수시장, 신뢰의 시험대…필터 소재가 새 쟁점

환경부 인증제 시범 예고…실증 결과가 규제·표준의 분기점

 

먹는샘물 미세플라스틱 관리가 병 같은 ‘용기’에서 ‘정수 공정’으로 넓어졌다. 환경부가 지난 4월 24일 ‘먹는샘물 관리제도 개선 추진계획’을 내놓고 미세플라스틱 모니터링 확대와 기준 검토를 예고한 가운데, 일부 업체는 기존 석유계 소재 대신 PLA(폴리젖산) 기반 수처리 필터 개발에 나서며 공정 단계의 변수로 필터 소재가 부상했다.


먹는샘물 제조 공정에서 필터는 원수의 부유물과 불순물을 걸러내는 핵심 장치다. 하지만, 소재와 사용 조건에 따라, 마모·파손이 발생하면 미세 입자가 생길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업계와 소비자 사이에서 커졌다. ‘병에서 나오는 미세플라스틱’에 쏠리던 시선이 생산 공정으로 이동하는 배경이다.


정부가 내놓은 숫자도 이런 흐름에 힘을 보탰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 2022년에서 2023년까지 국내 먹는샘물 제품을 조사한 결과, 지름 20μm 이상 미세플라스틱이 1L당 평균 1.32개 검출됐다. 제품 10병 중 9병꼴로 검출됐다는 설명까지 관리 범위를 공정 전반으로 넓혀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 셈이다.


시장 환경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환경부의 ‘2024 수돗물 먹는 실태조사’에선 ‘먹는샘물을 구매해서 먹는다’는 응답이 34.3%로 집계됐다. 먹는샘물 관리제도 개선 추진계획(안)에는 국내 시장 규모가 지난 2018년 1조 원에서 지난해 3조2000억 원으로 커졌다는 추산도 담겼다. 신뢰가 곧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공정 리스크”를 어떻게 다룰지가 업계 숙제로 떠올랐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일부 기업들이 꺼낸 카드가 PLA 필터다.

플라스틱 사용 감축과 재생원료 의무 확대 등 규제 흐름을 의식한 대응이기도 하지만, 업계에선 “공정 단계에서 발생 가능한 ‘플라스틱 기원 입자’ 자체를 줄이려는 시도”라며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다만, PLA라는 이름만으로 ‘미세플라스틱 해법’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쟁점은 ‘분해’가 아니라 ‘사용 환경에서의 거동’이다.

산업용 퇴비화 기준으로 자주 거론되는 EN 13432(바이오플라스틱 관련 EU 규격)는 12주 내 분해(붕괴)와 6개월 내 생분해(통상 90% 수준) 같은 조건을 전제로 한다.

 

다만, 자연환경에서는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

UNEP(유엔환경계획)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육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만나더라도 해양에선 분해 속도가 훨씬 느릴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필터처럼 물과 압력·유량에 상시 노출되는 장비라면, 퇴비화 기준 충족과 공정에서 입자 발생 억제가 별개의 질문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환경부가 지난 4월 24일 계획에서 취수부터 제조, 유통까지 전 과정의 위해요소와 예방관리 체계를 묶는 품질·안전 인증제 도입과 시범 운영을 예고한 점도 업계가 촉각을 세우는 지점이다. 제도가 공정 관리 항목을 늘리는 방향으로 설계되면, 필터 소재와 교체주기, 공정별 모니터링 방식이 ‘자율 관리’에서 ‘검증 항목’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승부처는 가시화되는 실증 데이터에 있다.

PLA 필터가 실제 운전 조건에서 마모·미세 입자 발생을 얼마나 낮추는지, 그리고 측정 표준과 시험 방법이 어디까지 정교해지는지에 따라 결과가 갈린다. 업계의 소재 전환이 선제적 리스크 관리로 인정받을지, 새로운 준수 항목으로 자리 잡을지는 향후 정부의 기준 설계와 현장 실증 성과가 좌우할 전망이다.

 

물론 단정은 이르지만, 업계가 PLA 필터 같은 대안을 “일단 깔아보고 검증하자”는 쪽으로 움직이는 건 평가할 만한 대목이다. 미세플라스틱 이슈는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늘 의심이 남고, 의심이 길어지는 동안 흔들리는 건 브랜드 신뢰다.

 

이 점에서 소재 전환을 포함해 공정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줄이려는 시도는 ‘규제가 와서 어쩔 수 없이 하는 대응’이 아니라 ‘소비자 불안을 먼저 끊어내려는 투자’에 가깝다. 결국 답은 데이터가 내겠지만, 실증을 통해 기준과 측정법을 끌어올리는 과정 자체는 시장을 안정시키는 장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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