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진법사 전성배, 김건희 면전서 진술 번복
전 “통일교 샤넬백·목걸이 金에 전달” 실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핵심 측근으로 꼽혔던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기존 태도를 180도 바꿔 김 씨에게 불리한 증언을 내놓은 것을 계기로 다른 측근들의 ‘각자도생’도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남은 수사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그동안 김건희 특검팀이 여권의 검찰개혁에 반발해 파견 검사들의 ‘복귀 요청’ 논란에 이어 수사를 받던 양평군 공무원의 사망에다 특검에 파견된 한 부장검사가 수사 핵심 대상자인 ‘김건희 측근; 이종호 씨와 만나 식사를 함께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각종 악재들이 돌출한 상황에서 분위기 반전의 계기가 될지 주목되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27일 CNB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전성배 씨가 지난 24일 법정에서 2022년 4∼7월 통일교 측으로부터 받은 샤넬 가방과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금품을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김 여사가 작년에 직접 연락해 이들 물품을 돌려주겠다고 해서 돌려받은 물품을 자택에 비밀리에 보관해왔다”면서 “전 씨가 실토한 이 증언은 김 씨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뒷받침하는 핵심 증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당초 전 씨는 당시 검찰과 특검에서는 “목걸이는 받자마자 잃어버렸고, 샤넬 가방 2개는 각각 다른 제품으로 교환한 후 잃어버렸다”고 진술했으나 지난 21일 재판에서는 “진실을 이야기하는 게 맞다”면서, 그라프 목걸이와 샤넬 가방 3개, 샤넬 구두 1개를 특검팀에 제출하는 태도 변화를 보여 이 변호사는 “전 씨로서는 ’더이상은 김 여사를 감싸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고, 그에 따라 ’손절‘에 나선 게 아니냐”고 분석했다.
실제로 전 씨는 지난해 말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 수사가 본격화했을 때 당시 특검팀 수사를 받을 때만 해도 자신 때문에 김 씨를 비롯한 주변 사람이 피해를 보게 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강해 본인이 형사적 책임을 도맡아서라도 다른 관련자들에게 불리한 진술·물증을 내놓지는 않겠다는 결심으로 검찰과 특검 수사가 진행되는 내내 혐의를 부인하고 김 씨에 대해 함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특검팀은 통일교 측 관계자의 진술, 통일교에서 발견된 회계자료, 전 씨의 문자 내용과 차량 출입 기록 등 증거만으로도 전 씨와 김 씨의 혐의 입증이 가능하다고 보고 재판에 넘긴 상황에서 전 씨로서는 더이상 김 씨를 보호할 효용이 없다는 판단 아래 본인의 형량이라도 낮추려는 심산으로 자백을 결심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 씨로서는 통일교 측 청탁과 금품을 김 씨에게 단순 전달하는 역할을 했을 뿐 중간에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서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벗어나려는 전략을 세웠으며 실제로 전 씨 측 변호인은 지난 15일 열렸던 재판에서 이런 취지로 무죄를 주장한 바 있다.
따라서 전 씨가 10년 넘게 김 씨와 관계를 이어온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이번 상황은 다른 핵심 수사 대상자들에게 미칠 충격파가 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난파선‘에서 뛰어내려 각자도생을 도모하려는 이가 늘어나고, 그럴수록 김 씨는 범죄 혐의가 더욱 뚜렷해져 궁지에 몰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8월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도 “윤 전 대통령 취임 직후 김 씨에게 검사 출신인 맏사위의 한덕수 국무총리 비서실장으로의 인사 청탁과 함께 김 여사에게 고가의 목걸이를 건넸다”고 자수하며 목걸이 진품 실물을 제출해 김 씨가 바로 구속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 바 있다.
이 회장이 돌연 자수한 이유는 개정 특검법에 신설된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 취지의 형벌 감면 규정에 의해, 김 씨로부터 불리한 진술·증언을 유도해 자신의 처벌 수위를 낮출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조항은 죄를 범한 사람이 자수하거나 타인을 고발한 때, 수사와 재판에서 다른 사람 범죄를 규명하는 주요 진술·증언을 하거나 자료를 제출한 경우, 형을 감경·면제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양평고속도로 노선변경 의혹, 양평공흥지구 개발특혜 의혹 등 굵직한 수사를 남겨둔 특검팀으로서는 이런 상황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그러므로 아직 김 씨 간의 연결고리를 확실히 규명하지 못한 상황에서 엄한 처벌을 피하려는 핵심 관련자들이 조사나 재판에서 진실을 밝히면 수사에 탄력이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