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공동연구 결과, 미국 대학생 10명 중 8명이 과식, 폭식, 과도한 체중조절, 외모 집착 등 한 가지 이상의 이상섭식행동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아동기 시절 긍정적 경험이 많고 부정적 경험이 적은 대학생의 경우에는 해당 시기 긍정적 경험이 적고 부정적 경험이 많은 대학생보다 상대적으로 이상섭식 위험이 최대 41%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섭식행동은 심각해질 경우 섭식장애로 이어져 정신건강과 신체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공중 보건적 차원에서 예방 전략 수립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부산대학교는 식품영양학과 윤여선 교수 연구팀이 미국 휴스턴대학교 크레그 존스턴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아동기 경험과 대학생의 이상섭식행동 간 관련성을 분석했다고 4일 밝혔다.
연구팀은 2022~2023년 미국 대학생 1634명을 대상으로 부정적 경험(Adverse Childhood Experiences·ACEs: 신체/정서적 학대, 신체/정서적 방임, 가정불화, 형제자매 폭력 등)과 긍정적 경험(Benevolent Childhood Experiences·BCEs: 안정된 돌봄, 일관된 가정환경, 지지적 관계 등)을 측정하고, 이를 과식·폭식·체중조절 행동·체형 집착 등 5가지 이상섭식행동과 비교 분석한 연구 결과를 보건 분야의 저명한 국제 학술지인 『역경 및 회복력 과학』에 발표했다.
연구 결과, 대상 학생들의 약 80%가 이상섭식행동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아동기에 부정적 경험(ACEs)이 많을수록 대학생 시기의 이상섭식 위험이 뚜렷하게 증가한 반면, 긍정적 경험(BCEs)이 많을수록 위험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적 경험이 적고 긍정적 경험이 많은 집단의 이상섭식행동 비율은 22.1%-47.4%였으며, 부정적 경험이 많고 긍정적 경험이 적은 집단은 38.5%-64.2%이었다.
특히 아동기에 긍정적 경험만 많아도 대학생 시기에 이상섭식을 보일 위험이 약 2~19% 낮아지고, 부정적 경험만 적어도 위험이 약 7~21% 낮아졌다. 긍정적 경험이 많고 부정적 경험이 적은 경우, 이상섭식 위험은 약 20-41%까지 낮아져 가장 뚜렷한 예방 효과를 보였다.
이는 단순히 아동기에 긍정적 경험을 늘리거나 부정적인 경험을 예방하는 접근만으로는 대학생들의 이상섭식 행동을 예방하기에는 충분치 않으며, 아동기의 긍정적 경험을 늘리는 노력과 동시에 부정적 경험을 예방해 최소화하는 접근이 병행될 때, 대학생의 이상섭식 행동을 가장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부산대 윤여선 교수 연구팀은 “대학생의 80%가 이상섭식행동을 보인다는 사실은 치료적 접근뿐 아니라 선제적인 예방 전략의 필요성을 보여준다”며 “이를 위해서는 아동기의 긍정적 경험 확대와 동시에 부정적 경험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나아가 대학생들의 이상섭식 예방을 위해서는 영양사뿐만 아니라 가정, 학교, 지역사회가 함께 관심과 지지를 기울여야 한다”며 “특히 아동기 경험이 성인기의 건강 행동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부모 교육 강화, 취약계층 아동 지원 확대뿐 아니라, 아이들에 대한 신체적·정서적 돌봄 역할이 절실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러한 노력이 병행될 때 아동기 경험이 대학생과 성인기의 건강 행동으로까지 긍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또한 “대학 캠퍼스 내 보건소와 의료진(의사, 간호사 등)도 이상섭식의 치료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대학생들의 식행동에 대한 근원을 살펴야 한다. 특히 이번 연구는 대학생들이 아동기 시절 통제할 수 없었던 부정적 경험의 기억과 긍정적 경험의 부재에서 비롯된 감정을 음식으로 대처하지 않도록 정서 조절과 건강한 대처 전략을 제공하는 프로그램과 정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다층적 접근은 아동기부터 대학생 시기까지 이어지는 건강 행동의 연속성을 고려해, 공중보건적 예방과 임상적 치료가 결합된 종합 전략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대 윤여선 교수가 제1저자 및 교신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기존 치료 중심적 접근을 넘어 예방 중심의 공중보건학적 접근을 확장하는 데 기여한 성과로 평가된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미국의 『역경 및 회복력 과학(어드버시티 앤드 리질리언스 사이언스, Adversity and Resilience Science)』 8월 6일자에 게재됐으며, 연구의 우수성과 중요성을 인정받아 US News, Canada Yahoo News, Clinical Briefing Report, HealthDay 등 해외 주요 매체에도 보도됐다.
연구팀은 현재 한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아동기 경험과 대학생의 식행동에 관한 연구도 부산대의 지원을 받아 수행 중이며, 국내 대학생들의 현실에 맞춘 공중보건 전략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